덤으로 받은 선물
내가 외국에 나와 살게 되면서, 한국에 방문하게 되는 해에는 가족여행을 꼭 가곤 했다. 멀리 살아 자주 볼 수 없는 딸내미가 방문하니 엄마아빠는 물론 언니, 동생네 가족들 모두 일정을 맞춰서 여행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아빠 칠순이 껴서 해외로 가보자며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 해외로 가다 보니 일정은 국내여행을 할 때보다는 길어졌고, 계획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세워졌다. 국내로 갈 때는 각자의 자동차로 출발을 하니 도착하는 시간도 제각각이었고, 여행지에 가서도 다 같이 관광지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각자의 취향에 맞게 그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로 가니 모든 일정은 한 가지로 통일이 되었다. 통역을 담당한 두 명을 선두로, 여행일정이 짜졌다.
모두 같은 시간에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타고 도착지에 도착해서는 예약해 둔 8인승 승합차 두대를 픽업했다. 각각의 차에 통역이 가능한 두 명이 나누어 탔고, 관광지로 향했고 차 안에선 끝도 없는 수다가 이어졌다. 서로 웃고 떠들다 보니 도착지에 다다랐고, 모두 차에서 내려 관광지를 구경했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던 숙소로 향하던 하며 하루하루 여행을 이어갔다.
첫날엔 조금 출발시간보다 늦게 나오는 사람(사실, 나)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들 시간은 칼같이 지켰고, 불만이 나오지 않고 모두가 만족하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출국하기 전날 모두 다시 한번 부모님의 집에 모이게 되었다. 평소라면 아빠, 형부, 제부는 마루에서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하고, 나랑 언니 동생은 주방 식탁에 앉아 수다를 떨고, 엄마는 왔다 갔다 하시고, 아이들은 다른 방에서 TV를 보거나 자기네들끼리 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마루에 모두 빙 둘러앉아서 다 같이 얘기를 하는 시간을 갖었다. 이런 적이 처음이었지만, 그 순간이 참 좋게 느껴졌고, 난 이것이 직전에 다녀온 여행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자주 가지만, 여행이 주는 의미를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한 번씩 지금의 현실에서 잠시 떨어질 수 있는 시간들이라 생각하거나,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는 일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해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뭔가 달랐다. 갔다 와서도 가족들끼리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었고, 모두 뭔가 좀 달랐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예전에도 인원이 적었지만, 가족여행은 종종 다녔기에 출발하기 전까진 이전의 여행들과 크게 다른 여행이란 생각 없이 갔다 왔지만, 갔다 와서는 여운이 길게 남는 여행이 되었다. 더 끈끈해진 느낌이 들었고,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이 여행의 시작은 세 자매가 한 달에 한 번씩 조금씩 모으던 곗돈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경비를 결국 부모님이 지불하였지만, 시작이 된 곗돈을 우리는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부모님이 젊을 때 더 많은 곳을 다니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자고 카톡방에 문자를 남긴다.
기대치 않고 받게 된 이 선물 같은 느낌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