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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 머리 자르기

다운증후군 아들의 일상

by 박종흠

오늘만 벌써 다섯 번째 미용실 방문이지만 작은아이의 머리를 자를 수는 없었다. 미용실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전혀 의자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머리를 자르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자주 방문하는 마트 근처에 있는 미용실 이니 미용실에 들어오는 것 까지는 큰 저항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위안 이라면 위안이다. 단골 미용실이 아닌 곳에서 머리를 자르기 위한 시도를 여러 번 해 보았으나 아직도 성공하지는 못했다. 오늘도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작은 아이가 머리를 자르던 단골 미용실의 문에 “당분간 문을 닫습니다” 하는 메모가 부착되어 있다. 미용실 운영하는 이모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짤막한 메모다. 무슨 병으로 입원을 했는지는 메모에 나와있지 않아서 알 수가 없다. 큰 일이다. 작은애의 머리가 길어서 지금 당장 잘라야 하는 상황인데 ~~ 2주정도 지나면 다시 미용실이 가동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은 있었다. 2주면 너무 긴 시간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기다려 보기로 했다.


혹시나 해서 이번에는 다른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 상가에 미용실이 하나 있어서 그곳에 가서 머리 자르는 시도를 해 보았다. 그렇게 하려면 하교하는 아이를 바로 미용실로 대려 가야 한다. 집에 들어온 이후에는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나름대로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통학버스에서 내린 아이를 차에 태우고 바로 집 근처 미용실 앞으로 이동해서 아이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그러나 아이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완강하게 저항 한다. 하교할 때 보통 지하주차장 에서 내리는데 이곳은 평소에 내리는 곳이 아니어서 그렇다.


힘으로 제압해서 내리게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해서 내리게 할 경우 미용실에 가도 머리를 자르지는 않을 거라서 이내 포기하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이는 순순히 차에서 내린다. 그러나 아이는 평소의 동선을 따라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억지로 뒤에서 껴안고 미용실 쪽으로 이동을 한다. 겨우 미용실까지 이동 하여 미용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 까지는 할 수 있었지만 머리를 자르지는 못했다. “말을 물가에까지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라는 옛말이 있다. 오늘 작은애의 상황이 같은 형국이다. 메고 있는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어야 머리 자르는 의자에 앉을 수가 있는데 가방을 내리는 것 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가방을 내려놓지 않아서 결국 머리 자르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왔다. 빨리 단골 미용실이 문을 열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기다리던 2주가 지나 단골로 다니던 미용실 앞으로 차를 타고 지나가는 일이 생겨서 미용실 문 앞에 있는 메모를 유심히 보았다. 혹시 메모 내용이 달라진 것이 있나 해서~~ 그런데 정말 메모 내용이 변경되어 있다. “예약만 받습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알 수가 없어서 예약을 할 수는 없었다. 아내가 겨우 전화번호를 알아서 전화로 예약을 했다.


이틀 후 금요일 오후 4시에 미용실로 아이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금요일 단골 미용실 앞에 도착하였으나 문이 또 열리지 않는다. 전화를 해보니 발목 인대가 터져서 다시 입원 했다고 한다. 저번에도 인대 문제로 입원 했다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반대편 발목 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근처에 다른 미용실이 많이 있으니 지금 다른 미용실 이라도 가 보자고 해서 찾아 나섰다. 그러나 작은 아이는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들어 간 곳은 남자 미용사가 운영하는 미용실이다. 그러나 아이는 낮 설어서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선채로 먼저 온 손님의 머리 자르는 모습을 보고 있다. 자신의 차례가 되어도 의자에 앉을 생각이 아예 없다. 의자에 앉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머리를 자르는 것을 포기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몇 군데 미용실을 더 가보려고 했으나 날씨가 너무 더워서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해 보았다. 아이의 머리를 자르기 위해서는 3단계의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1단계는 친근한 주차장에 주차해서 차에서 순순히 내리게 해야한다. 2단계는 미용실 문을 열고 저항없이 들어가게 해야한다. 마지막 3단계는 미용실 의자에 앉도록 해야 머리를 자를 수 있다. 1단계 차에서 내리는 일이다. 정식 주차장이 아닌 도로 주변에 차를 세우면 차에서 내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 자주 가서 저항없이 잘 내리는 마트 주차장을 생각 했다. 그리고 근처 반경 50미터 이내에 있는 미용실이면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2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작은 미용실이 보였다. 이제 문을 열고 저항없이 들어가면 되는데, 미용실에 들어서는 것은 저항없이 잘한다. 그러나 역시 3단계는 쉽지가 않다. 아이는 처음 와본 곳이라 낫 설어 하면서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선채로 있다.


미용실 원장님이 친절하고 해서 이번 기회에 단골 미용실을 변경해 보면 어떨까 한다. 비록 오늘은 첫 방문이라 아이의 머리를 자를 수는 없었지만 자주 들러서 미용실이 친근한 생각이 들도록 해 주면 아이의 머리를 자를 수도 있을 것 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3단계중 2단계 까지는 진행이 되어서 미용실 입장까지는 성공을 했다. 이제 자주 이 미용실에 들러서 아이가 친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머리를 자르는 것은 그 다음이다. “쉬는 날이 언제 인가요?” 질문을 하니 “바로 오늘 일요일이 쉬는 날” 입니다. 내일부터 4일간 미용실 문을 닫아야 해서 오늘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다.


아! 다시 일주일을 머리가 길어서 밤송이 같은 상태로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갑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다시 금요일이 되어 하교하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지난번에 들어갔던 미용실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를 내리게 했다, 워낙 자주 와서 친근한 주차장이라 차에서 쉽게 내린다. 다시 미용실까지 이동하여 들어서니 친절하신 미용실 원장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번이 2번째 방문이니 원장님과 좀 친해 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미용실에 들어서는 것 까지다. 의자에 앉아야 머리를 자를 수 있는데, 앉지를 않고 서 있으니 이번에도 실패다.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아! 하고 새로운 방법이 떠 올랐다. 학교에서 매번 학기초 특수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질문을 하시는 내용이다. “원철 학생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때마다 우리가 선생님께 알려드리는 팁이다. 한반 친구들이 대체로 5~6명 정도 되면 우리아이를 맨 나중에 하도록 하면 됩니다.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잘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 드린다. 이번에 머리 자르는 것도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해 보면 어떨까? 즉 큰애가 방학을 해서 집에 와 있다. 큰애도 머리가 길어서 지금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작은애와 같은 이유로 머리를 자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갈려고 하는 미용실에 큰애와 같이 가서 큰애가 먼저 머리를 자르고 나오면 작은애도 머리를 자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생각을 왜 진작 하지 못했을까? 학교 선생님 에게는 자신 있게 알려 드리는 방법인데 정작 우리는 활용을 못하고 있었다니 ~~ 나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책을 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에 그렇게 했다면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이라도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었으니 그것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큰애와 같이 작은애를 대리고 마트 근처 미용실에 들어 섰다. 이번이 미용실 방문 4번째 이다. 우선 큰애가 머리 자르는 것을 보여주었다. 큰애의 머리를 다 자르고 난 뒤 작은애의 머리를 자르기 위하여 미용실 의자에 앉도록 했으나 역시 의자근처에도 가지도 않고 버티고 있다. 이번 작전도 또 실패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 자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렇게 2주의 시간이 지나서 작은애 단골 미용실에서 전화가 왔다. “일요일 오전 11시에 예약이 가능한데요, 아이를 데리고 미용실에 오실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마다 할 이유가 없었다. 지난번에 내가 병원 진료가 있어서 병원에 갔었는데, 그 때에 병원에 입원해 있던 미용실 원장님을 만났다. 그때 “원철이 머리를 잘랐나요?” 라고 질문을 했다. “아니요 아직 자르지 못했습니다” 내가 답을 했다. 그 당시 대화내용을 기억하고, 퇴원하자마자 우리에게 연락을 해 왔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요일 오전에 작은애 머리를 자를 수 있었다. 그것도 2달만에 ~~ 머리 자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다니, 그전에는 미쳐 느낄 수 없었던 일 이었는데, 이번에 느껴보니 세상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주 어린애들은 머리 자르는 일이 어려운 일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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