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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증후군 아들의 일상 - 최종편

아침 저녁에 새롭게 생긴 루틴

by 박종흠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작은애도 특수학교 고등학교 3년이 되었다. 요즘에는 작은애의 아침 루틴이 좀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내가 자고있는 안방 문을 열어본다. 불을 켜서 들여다보고 내가 누워있으면 그냥 나간다. 좀 있다 다시 들어와서 내가 없으면 내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그리고는 목이 마른 지 캑캑 그리면서 안방 바닥을 발로 쳐서 쿵쿵 소리를 낸다. 그러지 않아도 작은애 때문에 아래층에서 층간 소음 문제를 제기하여 관리실에서 주의 요청을 받고있다. 우리부부는 기겁을 해서 방으로 들어와서 작은애의 행동을 제지한다. 그리고는 물을 한 컵 가져다 주면 얼른 받아서 마시고, 그러면 목에서 캑캑거리는 불편함이 없어져서 바닥을 발로 쿵쿵 치는 것을 멈춘다. 좀더 누워있다 바깥으로 나온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에 나는 좀 일찍 일어나서 작은애의 아침 루틴을 할 수 있도록 방을 비워 주어야 한다.


아침에 학교 갈 준비를 하는 과정에도 매일 실천하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아침 먹기 전부터 시작해서 양치하고, 옷 갈아입고, 가방 메고 나가는 순간까지 TV 리모컨으로 채널을 선택한다. 하루도 틀리지 않고 매 시간마다 그때 그때 동일한 채널을 선택한다. 이때도 우리가 TV 채널을 다른 채널을 돌리거나 하면 안된다. 학교 갈 준비를 하는 프로세서가 중단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TV 채널을 다시 자신이 보고있던 방송으로 원위치 해놓고 나야 다시 밥을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TV 채널을 돌리지 못하도록 리모컨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둔다. 주로 숨기는 위치가 주방에 있는 냉장고 위다. 그리고 학교 가기 직전에 텔레비전을 끄고 집을 나선다. 자신이 학교에 가니까 TV 전원은 끄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마다 다니면서 커튼, 블라인드를 열고, 사람이 없는 방에 불이 켜져 있으면 모두 끄고 나온다. 우리 집은 작은애가 전기 절약을 워낙 철저하게 하고 있어서 전기요금을 많이 절약해 준다고 생각된다. 아침을 먹고 나면 거실에 늘려 있는 이부 자리를(작은애 와 아내는 거실에서 같이 잔다)모두 작은애 방으로 이동해 놓고 양치를 하러 간다. 그리고는 베이비 로션(작은애는 피부가 약해서 그런지 다른 로션을 얼굴에 바르면 피부 트러블이 발생해서 베이비 로션만 사용한다)을 발라야 한다. 작은애한테 맡겨두면 로션의 양을 너무 많이 짜서 바르기 때문에 우리가 적정량을 짜 주어야 한다. 로션을 얼굴에 바를 때는 얼굴에만 바르는 게 아니고 머리부터 얼굴까지 전체에 바르고 있다. 로션 바르는 동작을 얼마나 크게 하는지 양팔을 있는 힘껏 흔들어서 만세를 부르는 동작으로 팔을 휘두르며 머리에서부터 얼굴까지 로션을 바른다. 작은애한테 맡겨두는 경우 로션을 머리부터 얼굴까지 너무 많이 발라서 머리에도 로션이 흥건하다. 요즘에는 적정한 량의 로션을 짜서 주니 그나마 양호하게 바르고 있다.


설날이 되기 1주일전에 미리 주문했던 식탁이 배송이 되었다. 식탁이 생기고 나서부터 작은애는 밥 먹는 시간이 아주 빠르다. 밥을 한 숟갈 입에 넣어주면 바로 식탁에 와서 식사를 한다. 식탁이 마음에 들고 좋아서 일까? 라 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저녁에도 루틴이 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아내와 같이 양치를 하고 거실로 온다. 그리고 거실에 이부자리를 가지고 와서 가지런하게 정리를 정리한다. 오와 열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조금 이라도 틀어져 있으면 안된다. 그리고 이부자리 정리가 완료되면 아내가 주방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방 조명등을 꺼버린다. 이제 자기가 자야 할 시간이라서 조명등을 끈다는 의미 같다. 이때부터 방을 돌며 블라인드, 커튼을 모두 닫고, 조명등을 모두 끈다. 그리고 나면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한다.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일찍도 너무 일찍 일어난다. 빠르면 새벽 2~3시에도 일어나서 TV를 켠다)일어난다.


24년 4월

선거일에 작은애를 데리고 천문대 임 도를 산책하기 위하여 갔다. 왕복 6km 정도 거리는 걸었던 거 같다. 나중에 돌아올 때 작은애는 꼭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고 걸어왔다. 갑자기 너무 먼 거리를 걷다 보니 지쳐서 그런 거 같다. 예전에는 좀 먼 길도 잘 걸어 다니고 했는데~~ 그동안 한참동안 같이 산책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13일은 토요일 이어서 다시 산책을 하기 위하여 인근 공원을 찾아서 왔다. 그러나 주차 후에 차에서 내리지를 않는다. 집에서 나와 차를 타고 이동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런가 생각이 되어 한참동안(약 20분 정도) 다시 차를 타고 외곽을 돌아서 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내리지를 않는다. 아마도 선거일에 천문대 임도 길을 갔을 때 좀 무리하게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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