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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아들의 일상 - 2편

소외된 느낌을 받은 큰 아이 마음

by 박종흠

그래서 나름대로 큰아이 만을 위해서 단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휴일에 지리산 산행을 몇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지리산 노고단 에도 올랐고, 노고단 산장에서 1박을 하며 캠핑처럼 같이 밥을 지어서 먹기도 하고, 해지는 저녁에는 나란히 앉아 노을을 바라보기도 했다. 관내에 있는 도서관에도 같이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같이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곤충을 좋아하는 큰애를 위하여 여름이면 근처 공원에 가서 매미를 잡는다고 매미채를 들고 뛰어 다니기도 했고, 가을이면 메뚜기를 잡으러 들판을 뛰어 다니기도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재학기간 에는 학교 공부에 대한 부담으로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버스를 좋아하는 큰애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휴일마다 시내를 운행하는 노선버스 전체를 타야 한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나는 탑승한 버스 노선을 기록해 가면서 버스 탑승 진척을 챙기기도 했다. 휴일에 좀 쉬어야 하는데 큰애가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해서 억지로 버스를 타고 다닌 적도 있었다. 그때 같이 버스를 타고 다녔던 시간을 좀 즐거운 마음으로 보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남기도 했다.


성인이 된 뒤에도 김해 시내를 관통하는 해반천 에서 같이 자전거를 타기도 했고, 1주일간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세상 살아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그리고 밤에 별을 보기 위하여 빛 공해가 적다는 밀양 표충사 근처까지 다녀 오기도 했다. 하지만 큰 애의 마음에 있는 소리를 들어 보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큰애 만을 위해서 내가 해준 것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이정도 로는 나의 노력이 부족 해서인지 아니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학업스트레스가 너무 크게 작용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대화 방법이 서툴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동안 안절부절 못하며 큰애를 밝은 모습으로 성장시켜 보려고 노력을 했으나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큰 다행이라고 생각 했다


큰 애는 밀당이 안돼는 성격이다. 부모인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가 없다. 부모에게 무엇을 요청하는 내용이 있어야 그것을 지렛대 삼아서 부모인 우리가 요구하는 내용을 관철시킬 수도 있고 하는데 요구하는 것이 없으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고등학교 다닐 때 일이다. 아내가 아들 신발을 자세히 보니 발 뒤쪽에 구멍 난 부분이 보여서 아들에게 물어보니 알고 있다고 했다. 신발에 구멍이 났으면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새로운 신발을 사줄 수 있을 텐데~~ 이야기를 안해주니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니 큰애의 상태를 우리가 세심하게 살펴야만 한다. 그렇게 부모에게 무엇을 해 달라는 요구사항이 없이 자랐던 큰애가 성인이 된 후에 한번은 하고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게임 캐릭터 그리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처음으로 먼저 우리에게 요청을 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요청한 내용 이어서 첫 마디로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부모에게 요청하는 내용인데 ~~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문제였다. 그나마 우리가 큰 아들이 요청하는 내용을 들어줄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태어난 초기에 작은애는 다운증후군의 영향으로 병원을 제집 드나들 듯이 했다. 그것도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을…. 참 많이도 대학 병원을 드나들었다. 호흡기 계통이 약한 상태로 태어나서 고생을 많이 했다. 천식을 달고 살았으며, 감기라도 한번 걸릴 때는 근 한 달 동안 약을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2개월 이상 입원하기도 했었다. 발육도 정상아 대비하여 2~3년 이상 늦었다. 건강한 애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을 우리 애는 매우 힘들어했다. 목을 가누는 것도 만 2세가 넘어서는 시점에 가능했으니….

대학병원 주치의 선생님이 다운증후군 진단 사실을 부모인 우리에게 알려주시면서 향후 작은애가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의학적인 현상을 설명해 주는 내용을 듣는 순간은 너무나 괴로운 순간이었다. 다운 증후군은 가장 흔한 염색체 관련 질환으로 21번 염색체 수가 정상인보다 1개 많은 3개가 존재하여 지적장애, 신체 기형, 전신 기능 이상, 성장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몇 개인 지도 모를 여러 가지 증상을 설명해 주시고는 마지막 증상으로 “ 천수를 못 누릴 수도 있습니다.” 라고 하셨다.


그 말은 아직도 귀에 또렷이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대게는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은 아이들은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그나마 우리 애는 심장이 건강하다고 해서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병원에서 퇴원하여 집으로 오고 나서는 엄청난 어려움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감기만 걸려도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에 애를 데리고 가야 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천식의 영향인지 청진기에서 들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내용을 모르는 의사 선생님은 우리 애가 큰 병에 걸린 것으로 짐작하고는 자꾸만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이야기만 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치료에 자신이 없어 했다. 급성 인후통이 자주 발병이 되곤 했는데, 발병되면 우리 애는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꼭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로 색색거리면서 호흡을 하곤 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부부는 마음이 급해서 물불을 가리지 못하고 동동거리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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