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ㆍ절제ㆍ품격
1월에 남쪽나라에 가면 마을마다 산사마다 유적지마다 동백꽃이 붉게 환영해 준다
동백은 벚꽃처럼 흩날리지 않고 제자리에 고운 자태로 고개를 숙인다
떨어진 잎들이 빨갛게 밟힐 땐 차마 피해 가고 고운 한송이를 만져보면 물기가 넘치게 촉촉함 을 알게 된다
곱디고울 때 한창일 때 왜 그리 가버리는지 심한 겸손이 아닌지 동백에게 늘 묻곤 한다
동백은 꽃도 아름답지만 그 잎은 푸르기가 검도록 초록이라 반짝임 이 더 드러난다
윤기 가 넘쳐서 옛 여인들이 머릿기름으로 쓴 이유를 짐작하게 하고 그 풍요로움 은 수많은 열매로 잉태한다
그 단단한 아름다움 에 취해 지난여름 100 구루의 동백을 농장에 심었다
뿌리가 잘 내렸는지 어느새 몽오리들이 다투며 꽃잎으로 피어나기 바쁘다
서귀포 까멜리아 동산 ㆍ여수 해안산책길 동백꽃ㆍ해운대 동백섬ㆍ그리고 고창 선운사는 동백을 겨울에서 초봄까지 볼 수 있는 곳 들이다
모든 꽃들이 잠들어 있을 때 홀로 붉게 남쪽의 온 산과 바닷가ㆍ마을을 밝히고 있는 그 정체성 이 대단하다 어느 날 꽃잎을 하나씩 떨어트리지도 날리지도 않고 통째로 겸연하게 고요히 떨어트릴 거면서~
가장 차가운 계절에 가장 뜨겁게 피어나는 동백의 매력은 가히 엄중하다
작별을 이렇게 미련 없이 할 수 있단 말인가?
동백은 성장이 더디다
3년 차 까지는 잎만 성글게 나며 뿌리내림 시간이 길다 쓰러지지 않을 힘을 기르느라~
4년 차부터 완만히 자라지만 10년차 가 되나 숲속 에 수십년 된 거목이든 그 형태가 단정하다
그 가지마다 시간이 담겨있기에 급하게 뻣어나간 가지들이 없어서 이다
그 느림을 알고도 어리지 않은 내가 동백을 심은 이유는 그 과정을 배우기 위함일까?
동백기름 은 화려한 향은 없으나 상처나 건조한 곳에 바르고 가벼운 화상 에도 쓰인다
순한 성질이라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나무는 갈라지지 않는 목재라 생활도구로 쓰인다
여기서 도그 절개를 느끼는 역할이 엿보인다
겨울바람 이 분다 우연히 남아 있던 잎까지
다 떨어지고 가지들만 남은 나무에 눈발이 날리면 동백은 붉은 꽃으로 받아낸다
그 대비는 사진을 찍는 것조차 잊은 채 무릎을 구부리며 눈 맞춤을 한동안 하게 한다
눈이 녹기 전 그 위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 슬프지 않다 아름다운 해피앤딩을 스스로 결정한
그의 결연함 에 응원을 보낼 뿐~
남들이 다들 요란하게 피어오르기 전 자기 계절을 정확히 지키고 물러나는 동백
그 붉음을 차가운 세계 속에서 온기로 보여주고 가는 동백의 울림에 빠져서 심었던가? 스스로 에게
답을 주어 본다
올리브 나무는 쉬고 있다 그 시간을 동백이 채우며 둘 은 서로 거리 두기로 각자의 시간에 충실하다
동백이 울지 않는 이별 을 하기까지 나는 이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았을 것이다
샤넬은 왜 시그니처 문양을 왜 동백으로 했는지 묻는 말에 "우아함은 사라질 때도 남는 것"과 일치하기에 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흰 동백은 순수와 우아함이라면 나의 붉은 동백은 지속 가능한 자연의 숨결과 정직한 아름다움이다 온전한 채로 사라지는 모습을 우아함으로 평가해 주었던 샤넬의 까멜리아는 수많은 브랜드가 소멸해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자존심 강한 브랜드로 우뚝 서 있다
내가 소멸하고 도 붉은 꽃을 해마다 피울 동백나무의 푸르름을 보며 오늘도 지금이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