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자들의 탈락 현상
최근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정규재 전 주필이 대담을 무려 2시간 가까이 채널A의 정치시그널 유튜브에서 진행하였다. 대체적으로 많은 정치 고관여층들이 놀랐을 것이다. 정규재라는 사람이 윤석열을 비판하고 있었던 것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이재명과의 대담 이후 이재명 대표에 관한 칭찬을 늘어놓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대부분의 정치 평론가나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론을 이야기하는 차원에서 논평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 같은 경우는 빈집을 털고 있다고 할 정도로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정규재 전 주필만이 아니다. 조갑제 전 조선일보 기자도 윤석열 취임부터, 최근에는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조차도 2024년에 벌어진 계엄령 이후부터 윤석열을 비판하고 있다. 사실 더 포함하자면 이미 그전부터 이재명 대표를 응원하고 있는 윤창중 전 대변인도 있다. 이 사람의 유튜브에서 한 말만 가져와도 윤창중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이재명 대표를 응원하는 영상들이 많다. 이 때문에 혹시 보수층에서 무언가 일이 발생한 것인가 하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한국만의 일일까? 미국으로 가보자. 2024년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 때 놀라운 일이 있었다. 바로 네오콘이라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가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 일이 있었다. 그전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는 이미 사망했지만 존 매케인의 유가족들이 조 바이든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는 보수라고 불리는 계열에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영국의 보수당이 개혁 UK에게 지지율이 잡힌 점, 독일의 기독교민주연합과 기독교사회연합이 대안당에게 따라 잡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한국에서의 보수 계열에서의 탈락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탄핵되자 비박 가운데 온건한 보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거의 탈락해 버렸다. 현재도 유승민 전 의원이 남아있지만 그 영향력은 미국 공화당의 극소수 온건파 보다도 못하는 느낌이다. 현재는 정규재 전 주필과 같은 이보다 조금 우측에 있었던 신자유주의자들이 탈락하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자들이 탈락한 것과 유사한 양상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의 탈락현상은 지금까지 발생하고 있는 보수계열의 현상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대체적으로 그 이유를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사태를 기점으로 보는데, 신자유주의자들의 경제정책이 이때를 기점으로 맞지 않았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더 극단적인 트럼피즘과 같은 극우 현상이 벌어졌고, 유럽에서는 이민 문제와 겹친 또 다른 극우의 양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웃기면서도 슬픈 '웃픈 일'이지만 부정선거라는 어처구니없는 음모론에 의해서 이들이 탈락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부정선거나 트럼피즘과 같은 광장으로 나아가는 이른바 광장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점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으로 인해 이들이 보수 쪽에서 탈락하고 있는 현상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음모론을 믿지 않으면 보수가 아니라는 현상은 트럼피즘 보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미국에서 항상 지적되는 것이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에서는 각각 중간에 위치한 온건한 사람들이 예전에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놀랍게도 민주당의 온건한 보수주의적 민주당원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존재한다고 하지만, 공화당의 온건한 자유주의적 공화당원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사라졌다고 한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의 보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사라지지는 않은 반면, 국민의 힘에서 온건한 자유주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점차 사라졌고 이제는 신자유주의자들도 탈락하고 있다.
이것이 보수라고 불리는 쪽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