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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몰락과 이를 넘어서

윤석열 정부의 근3년과 탄핵을 보고

by 글쟁이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오전 11시부터 22분여간 진행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낭독은 명쾌했고, 이해하기 쉬웠다. 탄핵의 문제지점이 헌법에 위배되는 계엄령이었던 만큼 결정도 단순했다. 물론, 왜 선고가 지연되었는가 하는 여러 논란은 있겠지만 다행히도 파면으로 선고된 점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부터 일어나지는 않았다. 2022년보다도 3년 전 2019년 조국 사태라고 불리는 사건부터 시작되었다. 도덕과 관습의 영역이 법으로 들어왔고, 정치의 영역이 법으로 들어온 이때부터 문제였다. 동시에 정치권은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능력주의 패러다임을 이야기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윤석열 정부 3년은 이러한 상황들이 방치된 채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 하나 때문에 등장했다. 그 3년 동안 모더니즘을 상징하는 대의제를 비롯한 정치의 운영이 붕괴되었고, 법은 이전보다 철저히 이용당하는 등 기존까지 유지되었던 체제들이 모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개헌을 주장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헌보다는 내란 세력이라고 지칭하는 이들에게 처벌이 진행되고 정치적인 해결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헌은 차기 정부의 일이겠지만 앞으로 대선 정국 시기에 잘 논의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기간에 느낀 점은 모더니즘을 상징하는 여러 체제들이 금이갔다는 점이다.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이 올 때 이전까지 유지되었던 고전주의 경제학이 무너진 느낌과 같았다. 이미 커뮤니티와 가상공간에 관한 글에서도 간접적으로 쓴 바가 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엄청난 물결이 이전에는 학계 위주의 지식인, 엘리트 계층을 덮었다면 이제 아래에서부터 정치, 사회를 덮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시민들에 의해서 이러한 물결이 덮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를 역이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정부 동안 제대로 된 국가 시스템이나 체제가 온전히 살아남은 것들이 있는지 물어보면 하나도 없다. 최소한 금이갔다.


다음 정부는 이를 넘어서야 한다. 체제 정비가 심각하고 파도처럼 몰려들어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더니즘에 맞게 맞춰야 한다. 경제공황 때 루스벨트가 뉴딜이라는 온건한 통제경제론을 통해 해결했던 것처럼 온건한 방향으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 조화로운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학계를 비롯한 엘리트층을 덮쳤을 때 철학계와 과학계가 이를 기준선을 정한 것과 같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선이 남았지만 드디어 2019년부터 조짐이 보였던 윤석열이라는 사람의 끝이 거의 6년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대선 이후부터는 새로운 정부가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망친 것을 전부 복구해야 하고, 내란과 관련된 사람들도 정리해야 하며, 새로운 물결을 모더니즘이라는 체제 속에서 수용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는 비단 정치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추신) 혹자는 한국에서 68 혁명이 없는 것을 아쉬워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현대사의 흐름을 보면 68 혁명은 단계적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혹자들이 바랬던 68 혁명은 새로운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는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그들이 희망했던 그 혁명은 왔다. 이 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각자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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