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로 시작된 두 개의 백서와 현재
'조국 사태'라는 이름으로 2019년 8~9월 즈음부터 갑작스러운 정치적인 대립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언론 등의 미디어를 통해서 보았을 때 이게 법적 문제의 영역인가 하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사태는 더욱 심해져 간 기억이 있다. 점차 사건이 격화되면서 결국 당시 조국 장관을 수사하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는 결과를 맞이하였고 이 영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 사태를 다루려고 생각은 했지만, 조금 더 뒤로 미루려고 했었다. 아직까지 진행 중인 데다가 계속해서 무언가가 나왔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끝난 뒤에 작성하려고 했었다. 누군가는 이를 정리해서 의미를 부여하거나 방향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비록 필자가 정치나 시사에 대해서는 정치 및 시사 평론가들이나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비해 모르는 게 많은 글쟁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의견을 내보는 거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이 과정에서 이 사태와 관련된 백서와 흑서라고 불리는 책을 접한 것도 꽤 최근이었다. 언론에서는 조국 백서와 조국 흑서라는 이름으로 대립시켰지만 '백서'라는 것은 주로 정부가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해서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두 책은 흑서도, 백서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넓게 보면 정부는 아니지만 조국 사태의 현상을 분석한 측면은 맞다고 생각하기에 백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어찌 보면 두 개의 백서가 충돌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조국 사태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조국 사태라고 하기에는 '조국'이라는 인물에만 집중될 수밖에 없고 그 외의 다른 현상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조국'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개의 백서도 그렇고 일반적인 통념으로도 '조국 사태'라고 부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조국 사태'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여기서는 이 사태를 다룬 여러 책들이 있지만 백서라고 낸 두 개의 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 일련의 흐름을 조심스럽게 짚어보고자 한다. 두 책을 중심으로 다루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 사태를 다룬 여러 책들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흐름들이 두 개의 백서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책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영향을 준 이 사태를 어떻게 하면 이후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지 비록, 글쟁이에 불과하지만 의견 정도만을 제시하고자 한다.
언론에서 조국 백서, 조국 흑서라고 불리는 "검찰 개혁과 촛불 시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책은 조국 사태 이후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일련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준 책이다. 두 백서는 머리말 또는 서론이라는 시작 부분만 보더라도 이 사태를 어떠한 시각에서 보겠다는 이야기를 깔고 들어가는지 볼 수 있다.
우리가 다소 서둘러 <검찰 개혁과 촛불 시민>을 출간하게 된 배경에는 검찰 개혁을 바라는 촛불 시민들의 뜨거운 바람이 또다시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검찰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작용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백서의 참여자들은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사태와 갈등을 '검찰개혁을 위한 진통'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 <검찰 개혁과 촛불 시민> 서문 중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입시와 사모펀드, 가족 재산 형성 등에 숱한 의혹이 제기된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도덕이라는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뜨렸습니다. 취임사와 달리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는 전혀 정의롭지 않았던 것이죠."
강양구 외,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들어가는 말 중
위에서도 그리고 제목에도 나오듯이 조국 백서로 알려진 백서는 '검찰 개혁'에 주목하였고, 조국 흑서로 알려진 또 다른 백서는 '공정'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 사태를 진단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책의 목차를 보면 면 두 백서의 시선은 각각 검찰 개혁과 공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물론, 그 외에도 언론에 관한 문제, 팬덤 정치에 관한 문제 등이 두 백서에서 언급되지만 대체적으로 언급한 주제를 벗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조국 사태로 불린 2019년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의 흐름이 과연 검찰개혁, 공정이라는 것으로만 진단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찰개혁과 공정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조국 사태를 살펴보는 데 부분적인 창구만 되어줄 뿐이다. 오히려 이를 묶을 수 있는, 이 사태를 바라볼 합리적인 창구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사태를 검찰 개혁, 공정이라기보다는 더 큰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근본적으로 언론에서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두 백서에는 큰 결함이랄까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 개혁과 공정이라는 것이 충돌하는가의 문제다. 당시 2019년 두 백서가 나왔을 때 모든 사람들은 이 두 백서가 충돌, 대립하는 관계로 생각하였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두 주제는 충돌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찌 보면 두 주제는 오히려 어떠한 관계조차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를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검찰 개혁과 공정이라는 두 주제에 너무 집중한 것은 아니었을까?
두 백서의 기본적인 문제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백서는 검찰 개혁이라는 것에 집중한 탓에 공정이라는 문제를 다루지 못하였고, 다른 백서는 공정이라는 집중한 나머지 검찰 개혁이라는 주제를 생각하지 못하였다. 실제로 두 백서의 내용을 보더라도 무언가가 빠진, 조국 사태를 살펴보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두 백서는 이 사태를 제대로 살펴본 것은 맞는 것일까?
두 백서가 등장한 이후 조국 사태의 단기적인 결론은 조국 장관을 수사했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기치를 들고 한국 정치의 징크스까지 불렸던 '10년 주기설'을 끝내고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공정과 상식이라는 어젠다, 기치는 사라졌다. 2022년 대선 때부터 제기되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문제부터 대통령의 인사 문제, 제, 채상병 사건 등에서 보이는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까지 등등 현재 정부에서는 이 기치를 볼 수가 없다.
두 백서를 작성한 저자들도 마찬가지다. 먼저, 공정과 상식을 들었던 또 다른 백서의 저자들은 지금 현 정부의 공정과 상식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못하거나 변호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반대로 검찰 개혁을 들었던 백서의 작성자들은 검찰 개혁에 여전히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정과 상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공정과 상식을 비롯한 다른 어젠다라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그마한 한계는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공정과 상식으로 조국 사태를 진단했던 저자들이었다. 최소한 검찰 개혁으로 조국 사태를 진단한 저자들은 검찰 개혁이라는 방향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검찰 개혁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다른 개혁까지 확장하는 등 그 방향을 모색, 고민하는 흔적이 느껴졌다. 그러나 공정과 상식으로 조국 사태를 진단한 또 다른 백서의 저자들은 그러한 방향을 고민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공정과 상식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완전히 사라졌고 이후에도 이를 모색하는 사람이 없어진 상태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이후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비속어가 되었다고도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심지어 더 나아가 이를 주장한 사람들이 어용 지식인이 되었다고도 하며, 극단적으로는 극우의 움직임을 용인한 게 아니냐는 언사까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단순하게만 보자면 진보에서 변절했다는 식의 논리도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조국 사태로 시작된 지금까지의 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당시 사태를 바라본 사람들이 주장한 어젠다가 담론으로 발전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아니 모두 조국 사태 그 시각에 멈춰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검찰과 관련한 어젠다는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확장되었지만, 반대로 공정과 상식은 완전히 묻혀버렸다.
마지막으로 '조국 사태'라는 용어를 지적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흐름이 조국 전 장관의 의혹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에 '조국 사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는 두 백서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흘러온 그 흐름의 시작은 '조국'이라는 사람에게서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조국'이라는 사람에 주목하다 보면 이 흐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린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흐름을 '조국'이라는 인물에게만 집중하여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 단계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일에 조국 전 장관의 의혹에서 끝났으면 모르겠지만 이를 시작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이후에 일어난 각종 의혹들은 '조국'이라는 인물로만 설명하기에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 같다.
조국 사태라고 불리지 않아야 한다면 도대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이제부터 이에 대한 물음을 가질 때가 아닐까? 이제 '조국'이라는 인물을 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