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권의 탄생과 비극
'조국 사태'라고 불린 사건의 결말은 윤석열 정부의 탄생이라는 것으로 종식된 것 같았다. 조국 당시 장관을 수사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공정과 상식을 외치면서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힘 후보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낙선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세간에는 민주당은 이제 '공정과 상식'이라는 역풍에 시달릴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아니 어찌 보면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0.7%'로 당선된 것 자체가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
'0.7%'라는 당시 대선의 격차는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이를 두고 정치 혐오에서 비롯된 정치 양극화의 결과라고도 말한다. 더 나아가서는 0.7%로 이겼지만 그래도 공정과 상식의 승리라고 본 사람들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이 의미를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 어찌 되었든 승리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 승리가 공정과 상식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시 대선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복기해 보자. 2022년 대선의 흐름을 보면 후보였던 윤석열과 이재명 간의 네거티브가 이전 선거들 보다도 극심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대선 과정에서 정책 논쟁도 있었지만 오히려 네거티브 공방에 묻혀버린 감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윤석열 후보가 말하고자 했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야기가 한 번이라도 나왔을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정권 교체"만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단지, 정권 교체가 곧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7%라는 예상과는 다른 격차가 나온 것은 윤석열 후보가 들고 나온 공정과 상식이라는 기치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 자신의 문제를 비롯하여 부인의 문제까지 드러났으며 이것이 과연 윤석열 후보가 말하고자 한 공정과 상식인지에 관한 의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은 사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공정과 상식을 주장한 일부는 아예 이를 모른 척하듯이 넘어가버렸다. 그 결과 지금까지 공정과 상식을 중심으로 한 논의는 사라지고 말았다. 반대로 검찰 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어젠다만 살아남게 되었다.
이미 대선 때부터 지적되었지만 대선 시기 윤석열 후보에 대한 여러 논란은 그가 기치로 들었던 공정과 상식이 과연 맞는 어젠다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 관한 논란은 학위 논문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논란은 최근까지도 숙명여대의 총장 선거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말이 많았고 이전에 국민대에서도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대선 기간에 이 문제가 크게 불거져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출렁거린 것도 그가 말한 공정과 상식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도 이력서와 관련된 조작까지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는 디올백과 간련된 청탁과 관련된 문제, 양평 고속도로를 비롯한 김건희 여사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문제까지 수많은 논란이 해결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논란이 벌어지면 또 다른 논란으로 이전의 논란을 묻어버릴 뿐이었다. 결국 윤석열 정부 이후 이러한 숱한 논란 덕에 공정과 상식은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출범 2년 차가 지났지만 공정과 상식을 말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검찰 개혁만이 살아남아 그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2024년 총선 때 조국 전 장관이 창당한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만 출마시켰음에도 10여 개 되는 의석을 획득하여 더불어민주당의 든든한 우군이자 제3당이 되었다. 또한 유권자의 선택을 넓혀준 역할을 하면서 윤석열 정부에게 2019년부터 공정과 상식의 이름으로 화살을 맞고 있었던 조국 전 장관의 정치적 무죄 또는 면죄가 발급되었다.
그의 부활은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큰 의미는 공정과 상식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보고 싶다. 이러한 일이 일어난 이유는 조국 사태를 만든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이라는 점에서도 기본적으로 찾을 수 있다만, 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그를 수사하고 이를 발판으로 대통령이 된 윤석열 정부의 어젠다가 몰락했다는 점에서 찾고 싶다.
삐딱하게 보면 기성정당들이 모두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 긍정적으로 보면 이제 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을 새로 수정할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시선이든 조국 전 장관의 부활은 윤석열 정부에게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공정과 상식이라는 그것이 몰락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을 통해 정권을 교체했음에도 그 어젠다, 기치를 버릴 수밖에 없었을까? 앞서 0.7%라는 표차를 보면 이미 그들에게 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만일에 공정과 상식을 조금이라도 신경 썼다면 0.7%라는 표차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전 대선 기간 때의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논란은 애초부터 윤석열 후보가 공정과 상식을 생각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의심을 주기도 한다. 과연 그가 생각한 공정과 상식은 무엇일까?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 일반 사람들에게 이 사태가 어떻게 시작되었느냐고 물어보면 모두 조국 일가의 의혹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당시 언론의 보도는 조국 일가의 입시 비리를 다룬 것들이 많았고, 조국에 대한 반대도 공정과 상식을 외친 문재인 정부의 배신, 위선이 큰 이유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태를 정리한 2개의 백서도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부터 일어난 조국 일가의 의혹들과 이에 관한 검찰의 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책의 목차에서도 나오듯이 입시비리와 관련된 것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검찰은 장학금 특혜 의혹, 논문 제1저자 의혹, 사모펀드 의혹 등과 관련해 부산시장 집무실과 조국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연구실을 압수수색했으며 딸을 논문 제1저자로 기재해 준 단국대 교수를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했다...(중략)... 검찰은 문제의 사모펀드와 관련된 기업체는 물론, 조국 부부의 직장, 조국 자녀가 다녔거나 지원했던 학교, 심지어 봉사활동이나 인턴 활동을 했던 기관들까지 문자 그대로 샅샅이 털었다."
조국백서추진위원회, <검찰 개혁과 촛불 시민> 총론 중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입시와 사모펀드, 가족재산 형성 등에 숱한 의혹이 제기된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도덕이라는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뜨렸습니다. 취임사와 달리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는 전혀 정의롭지 않았던 것이죠."
강양구 외,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들어가는 말 중
물론, 검찰 개혁을 중심으로 바라본 백서의 경우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정과 상식을 중심으로 바라본 백서도 정의와 관련된 문제를 언급하면서 검찰 수사 가운데 입시 비리와 관련된 조국 일가의 의혹을 중심으로 공정과 상식을 다루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 내용 대부분도 이러한 줄거리와 유사하다고 보아도 좋겠다. 여하튼, 백서에도 나타나듯이 대부분 조국 사태를 조국 일가의 의혹 즉, 입시비리로 인해서 발생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과연 조국 당시 장관을 검찰이 수사했을 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조국 일가의 입시를 비롯한 여러 의혹만을 가지고 수사했을까?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사건이 있다. 바로 당시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 및 하명 수사를 했다는 논란과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인 유재수와 관련된 수사가 이 시기에 진행된 것이다. 이 두 사건은 어찌 보면 조국 사태와는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두 사건은 민정수석실 더 나아가 조국이라는 사람이 깊이 연관된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이 어떤 특정한 정치인을 수사할 때 대체적으로 일가의 의혹으로 수사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주로 정치적인 사건이나 부정부패와 같은 사회적인 범죄를 수사했던 것이 검찰이고 이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족의 의혹까지 수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도 이 경로를 따랐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검찰의 수사와 실제 검찰의 수사는 달랐을 뿐이다. 이미 검찰에서는 장관 이전에 민정수석이었던 조국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대선 후보로 거론된 그를 주시하였다.
최근에 검찰 내부에서는 입시 문제를 비롯한 당시 대부분의 국민들이 분노했던 공정과 상식이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수사한 것은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유재수의 문제였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 관해서 자세히 쓰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도 검찰의 대체적인 수사 경로라던가, 검찰이 조국을 수사할 때 어떤 사건부터 살펴보았는지만 보더라도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조국에 대한 수사는 법무부장관 이전부터 조금씩 수사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고, 당시 언론에서도 울산시장과 유재수 문제를 통해 민정수석이었던 조국을 향해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이 조국을 수사했을 때 과연 당시의 거센 바람이었던 공정과 상식을 목적으로 수사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이다. 이들은 긍정적으로 보면 검찰에 소속된 검사들인 만큼 직무에 충실히 수사했을 뿐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울산시장과 유재수와 관련된 민정수석실의 사건을 수사하다가 답이 나오지 않자 별건이라는 이름으로 조국 일가를 조사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애초부터 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들에게 '공정과 상식'이란 고작 '도구'였다. '수사를 위한', '대선을 위한'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공정과 상식'이라는 어젠다는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검찰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그 시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서 시작되는 느낌이 있다. 최서원(당시는 최순실로 보도)의 딸인 정유라의 대학 입시 문제는 전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이를 수사한 사람들이 당시 윤석열 검사를 비롯한 지금의 정부와 여당의 핵심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이때부터 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을 가지기 시작했다. 공정과 상식은 촛불을 든 사람들이 아니라 검찰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정부는 어떤지를 생각하면 자신들이 우연히 받은 공정과 상식을 도구로 이용했을 뿐 그걸 목적으로 정부를 운영하거나 검찰 수사를 진행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자기들이 거기에 걸려들었다가 모종의 이유로 슬그머니 빠져나간 경우에 불과하였다. 그 모종의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 다룰 주제이지만 윤석열 정부를 위시한 검찰이 공정과 상식을 도구로 사용했다가 결국 그들도 이를 버린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더 이상 공정과 상식을 다시 드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공정과 상식도 중요한 어젠다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 어젠다는 어찌 보면 조국 일가의 입시 비리 의혹을 넘어서 본다면 더 깊이 있게 논의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당시 능력주의에 대한 탐구라던가 마이클 센델의 정의에 관한 문제, 더 나아가면 정의라는 문제까지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이자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국에게만 집중했을 뿐 그 너머를 보지 못했다. 이는 조국 사태를 다룬 2개의 백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심지어 공정과 상식을 말한 사람들 마저도 그 너머를 보지 않았다. 그 결과 공정과 상식은 검찰의 도구가 되어버렸고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공정과 상식이라는 어젠다는 이용만 당한채 버려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검찰에게 이용당한 공정과 상식은 어떻게 살려내어야 할까?" 즉, 다시 공정과 상식이라는 담론을 살릴 수는 없을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어젠다를 이용하고 버린 검찰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여하튼, 여기서는 검찰이 공정과 상식을 도구로 이용했다는 것까지만 이해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