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여자가 들려주는 둘의 영혼적인 삶과 전생의 이야기
내 마음 속 결핍감은 언제부터 자리하게 된 것일까. 더 큰 우주를 마주하게 된 후 부터일까. 하여간에, 나는 이제 더 이상 나 자신도, 완벽하다 느꼈던 우리의 세계도 사랑할 수 없었다. 진리 앞에 한없이, 더더욱 초라해졌을 뿐이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아주 확실하고도 분명하게 한 문장을 내뱉었다.
"저 우주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내겐 아무것도 없어.”
너무도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그 한마디를 내뱉은 순간, 우리는 분리되고야 말았다. 너무도 확실하게 굳어져버린 나의 믿음과 언어가 우리의 현실을 창조해버렸다. 그도 임계점에 다다랐을 것이다. 더 이상 나를 붙들고 있기에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생각은 나의 신념이자, 종교이자, 신앙처럼 자리잡아버렸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싹처럼 움트던 내 마음속 결핍된 마음, 더 온전해지고 싶다는 마음, 저 큰 우주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이 뿌리를 굳게 내리기 시작했다. 결핍된 마음은 점점 더 뿌리를 깊게 내리며 커져갔다.
그와의 영혼적인 이별 후 나는 다짐했었다. 새로운 사랑을 배워보자고. 우리는 다른 차원의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리의 이별을 헛되이 하지 말자고. 더 넓고 큰 사랑의 존재가 되어보자고. 그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외면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알려고 해도 알 수 없었으니까. 우리의 헤어짐 그 이후에 오랜 세월이 흘렀다. 아주 많은 세월이.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나도 그도, 지구라는 곳에 꽤 여러 번 가게 되었고 몇 번은 마주한 생들이 있었다.
사실은 이런 것들을 알게 될 때 그저 벼락같이 알게 되었다....라고 했지만 그 당시 나는 내 인생의 풀리지 않는 숙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중이었다. 뭔가 근원을 알 수 없는 그리움과 고독함 같은 것들....무엇 하나를 우주 어딘가에 놓고 온 듯한 상실감 같은 것들이었다. 인간적인 삶이 꽤 살만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그리움, 고독감,상실감 같은 것들 때문인지 나는 중요한 순간에 번번히 내가 가진 것들을 놓아버리곤 했다.삶이 점점 침몰되는 것 같았다.
나이가 차니 엄마는 날 시집보내려고 혈안이었지만 사실 연애문제에 있어서는 더 처참했다. 도무지가, 연애에 있어서 좋은 기억이 없었던 것이다. 매번 희한한 애들을 만났고, 그랬기에 매번 희한하게 끝났다. 솔직히 말해서 그쯤 되었을 때에는 희한한 걔네가 문제가 아니라 희한한 연애만 해대고, 결국에는 처참한 이별을 맞게 되는 내가 문제라는 인식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다. 뭔가 그래서 더 우울했달까. 내가 이런 진상이었다니. 그걸 인정해야하다니. 대체 누가 날 데리고 사나. 심지어 누가 날 데리고 산다 해도 난 그걸 유지할 자신도 없다.
어쨌거나 맞선과 데이트가 이어지기는 했었다. 그중에는 이상한 사람도, 꽤 괜찮은 사람도 있었고 만남이 지속된 적도 있었지만 이별로 막을 내렸다. 결혼을 생각하니 이별은 상대도 나도 더 쉬웠다. 기준에 안 맞으면 정들기 전에 서로 빨리 페이드아웃 하자, 이것이 서로가 디폴트로 깔고 있던 생각이었을테니까. 사실 그것들이 그렇게 극복 못할 문제였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이런 만남을 지속하던 어느 날 마침내 나는 깨달아버렸다.
‘아 난 지금 헤어지려고 이 만남들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솔직한 말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나를 잠식하던 근원적인 외로움 같은 것들에 나는 너무도 오래 고통받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결혼을 정말 절실히 원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맞선도, 소개팅도 열심히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 끝에 내가 알게 된 것은....사실은, 진실로는, 나는 여전히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것이었고, 그 모든 만남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나는 모든 만남들이, 어떤 의미를 갖기도 전에 그 끝을 헤어짐으로 종결지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근원에는 ‘헤어짐을 창조’하는 에너지가 있음을, 그것은 누구와도 조화나 접점을 이루지 못한 나의 강력한 벽 같은 것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었던 것이다.
이번 생의, 쌍둥이 불꽃과의 만남도 그런 식이었다. 나는 내가 해왔던 대부분의 만남들처럼, 이번 생에서도 그와의 만남을 급작스럽게 갖다버리듯 끝내버렸고, 사실 어찌보면 그와는 유독 모든 면에서 가장 잔인한 이별을 했던 것도 같다. 나는 그의 과묵함을, 우울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그저 도망만 치고 싶었다.
그와의 만남이나 이별이 다른 이와의 이별과 특별히 다른 점도 없었다. 오히려, 이번생에서 나에게 그보다 더 오랜 시간, 그보다 더 특별한 느낌으로 기억되는 다른 사람들도 많다. 마치 드라마에서 사랑을 만나면 머릿속에서 종이 울린다고 말하는 ,그런 낭만적이고 특별하고 아름다운 순간 말이다. 오히려, 나의 쌍둥이 불꽃과는 이상하리만치 별 사건이 없었고,우리의 짧은 만남은, 이별 그 자체가 전부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별’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도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와의 짧은 만남 후 몇 년이 지난 후 까지도 간헐적으로 그 울림은 이어졌다. 나는 그게 신호 같았다. 뭔가 모를, 놓치면 안 될 신호. 왜 계속 떠오를까.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가. 왜 이렇게 후회스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