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 문을 연 포르투갈의 전통시장
영원한 항구 포르투에서의 두번째 아침, 볼량시장을 찾아갔다.
볼량시장은 19세기에 문을 연 재래시장으로, 여전히 포르투 시민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곳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뿐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와이너리보다 저렴한 가격의 포트와인 전문점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볼량시장의 첫 인상은 재래시장다운 북적임과 포르투 다른 어느 곳보다 빈티지한 느낌이었다. 가게들 사이의 좁은 통로를 따라 두리번 시장 구경에 나섰다.
시장 모퉁이에서 발견한 포트와인 전문점은 젊은 주인이 지키고 있었다.
와인을 좀 사고 싶다고 하자, 다짜고짜 이것저것 와인을 꺼내더니 마셔보라고 따라주기 시작했다. 일단 세 잔을 마시고 나니, 그제서야 뭘 찾냐고 물어왔다.
전날 와이너리들을 한바퀴 돌아본 터라 뭘 마시면 좋을까? 물었다. 그라함의 토니 10년을 권하는데, 마셔보지 못한 와인이라 질문을 고쳤다. 넌 뭘 좋아해? 젊은 주인은 단호한 말투로 그라함이라고 대답했다.
한 모금 마셔보니 퍼레이라나 샌드맨보다 좀 더 니트하면서 세련된 맛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 두 병을 더 챙기고 악수를 나눴다.
포르투갈의 특산 중 하나인 아줄레주로 쟁반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형형 색색의 쟁반들이 너무 이뻐서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으니, 가게의 청년은 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로 쟁반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타일을 고르고, 쟁반 사이즈와 재질을 고르자 청년은 가게 뒤에서 쉬고 있던 중년의 남자를 불렀다. 이거 만들어오세요. 중년의 남자는 가게 뒷쪽으로 가더니 작업을 시작했다.
흥미롭게 보고 있으니, 저 분은 우리 아버지야. 내 뒤는 동생, 저쪽에 게신 분은 할머니라고 가족 소개를 했다. 청년의 가족들이 손을 흔들어서 얼떨결에 인사를 꾸벅 했다.
쟁반은 뚝딱뚝딱 고작 10여 분 만에 완성됐다. 값을 치르고 청년과도 악수를 나눴다. 잘 쓸게.
생선가게 고양이 마리아는 호시탐탐 생선을 노리다 손님에게 콧등을 한 대 맞았다.
손님이 가고 나자, 주인아주머니는 풀이 죽은 마리아에게 정어리를 내주셨다. 괜찮단다 마리아, 맛있는 것 먹고 싶은 건 잘못이 아니야. 마리아를 쓰다듬어주고 아주머니께도 인사를 건넸다.
시장 구경을 끝내고, 양손 가득 과일과 포트와인을 들고 인근 식재료 전문점 카사 루렌코로 향했다. 상 니콜라우의 수석 웨이터 빌이 알려준 곳이었다. 빌은, 신선한 올리브오일과 치즈를 파는 곳이라고, 포르투의 가게들은 다 그곳과 거래한다고 했었다.
가게 안은 올리브오일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햄과 식육, 수십 종의 치즈와 버터, 각종 향신료로 가득차있었다. 이렇게 치즈와 햄, 식육이 많은 가게는 평생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이곳 역시 일단 먹어보라며 권하는 곳이었다. 배를 채워주고 나서야 뭐가 필요하냐고 묻는데, 이게 포르투갈식인가 싶었다. 하나같이 맛있는 것들이라, 젊은 주인이 권하는대로 사다보니 두손에 봉투를 가득 들게 됐다.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