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less Jul 12. 2021

볼량시장

19세기에 문을 연 포르투갈의 전통시장

영원한 항구 포르투에서의 두번째 아침, 볼량시장을 찾아갔다.

볼량시장은 19세기에 문을 연 재래시장으로, 여전히 포르투 시민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곳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뿐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와이너리보다 저렴한 가격의 포트와인 전문점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볼량시장의 첫 인상은 재래시장다운 북적임과 포르투 다른 어느 곳보다 빈티지한 느낌이었다. 가게들 사이의 좁은 통로를 따라 두리번 시장 구경에 나섰다.

시장 모퉁이에서 발견한 포트와인 전문점은 젊은 주인이 지키고 있었다. 

와인을 좀 사고 싶다고 하자, 다짜고짜 이것저것 와인을 꺼내더니 마셔보라고 따라주기 시작했다. 일단 세 잔을 마시고 나니, 그제서야 뭘 찾냐고 물어왔다.

전날 와이너리들을 한바퀴 돌아본 터라 뭘 마시면 좋을까? 물었다. 그라함의 토니 10년을 권하는데, 마셔보지 못한 와인이라 질문을 고쳤다. 넌 뭘 좋아해? 젊은 주인은 단호한 말투로 그라함이라고 대답했다.

한 모금 마셔보니 퍼레이라나 샌드맨보다 좀 더 니트하면서 세련된 맛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 두 병을 더 챙기고 악수를 나눴다.

포르투갈의 특산 중 하나인 아줄레주로 쟁반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형형 색색의 쟁반들이 너무 이뻐서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으니, 가게의 청년은 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로 쟁반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타일을 고르고, 쟁반 사이즈와 재질을 고르자 청년은 가게 뒤에서 쉬고 있던 중년의 남자를 불렀다. 이거 만들어오세요. 중년의 남자는 가게 뒷쪽으로 가더니 작업을 시작했다. 

흥미롭게 보고 있으니, 저 분은 우리 아버지야. 내 뒤는 동생, 저쪽에 게신 분은 할머니라고 가족 소개를 했다. 청년의 가족들이 손을 흔들어서 얼떨결에 인사를 꾸벅 했다.

쟁반은 뚝딱뚝딱 고작 10여 분 만에 완성됐다. 값을 치르고 청년과도 악수를 나눴다. 잘 쓸게.

생선가게 고양이 마리아는 호시탐탐 생선을 노리다 손님에게 콧등을 한 대 맞았다.

손님이 가고 나자, 주인아주머니는 풀이 죽은 마리아에게 정어리를 내주셨다. 괜찮단다 마리아, 맛있는 것 먹고 싶은 건 잘못이 아니야. 마리아를 쓰다듬어주고 아주머니께도 인사를 건넸다.


시장 구경을 끝내고, 양손 가득 과일과 포트와인을 들고 인근 식재료 전문점 카사 루렌코로 향했다. 상 니콜라우의 수석 웨이터 빌이 알려준 곳이었다. 빌은, 신선한 올리브오일과 치즈를 파는 곳이라고, 포르투의 가게들은 다 그곳과 거래한다고 했었다.

가게 안은 올리브오일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햄과 식육, 수십 종의 치즈와 버터, 각종 향신료로 가득차있었다. 이렇게 치즈와 햄, 식육이 많은 가게는 평생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이곳 역시 일단 먹어보라며 권하는 곳이었다. 배를 채워주고 나서야 뭐가 필요하냐고 묻는데, 이게 포르투갈식인가 싶었다. 하나같이 맛있는 것들이라, 젊은 주인이 권하는대로 사다보니 두손에 봉투를 가득 들게 됐다.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숙소로 향했다.

작가의 이전글 에르미타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