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만난 도스토예프스키
상트페테르부르크(Санкт-Петербу́рг)는 러시아 제2의 도시다. '성 베드로의 도시'라는 이름은 러시아에 최초의 국가를 세운 표트르대제가 붙였다. 1919년 혁명 전까지 수도였고,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푸시킨 등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예술가들의 무대였다.
여행의 세째날, 비 갠 시내는 파란 하늘과 반영으로 가득차있었다. 물에 비친 하늘을 보며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생가로 향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내 여러 곳을 전전했는데,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집필한 집에 소박한 박물관이 생겼다. 작은 공간이지만 육필 원고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처음 그의 데드 마스크가 보인다. 이런 얼굴이었나.
그가 사용하던 책상과 그가 남긴 육필 원고다.
그와, 가족들의 사진.
그의 아이가 가지고 놀던 인형이 작은 의자에 앉아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의 순간에 영원히 멈춰버린 시계가 비통함을 말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이 장면은, 어떤 시점에 대한 기록을 '멈춰버린 시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구축함 오로라호는 혁명의 시간에 멈춰있다.) 장면이 주는 페이소스가 너무 강렬해서 말없이 바라보게 되는게 보통이다.
박물관을 나와, 먹먹한 가슴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조금씩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다.
넵스키대로를 걸어, 폰타나 운하로 향했다.
폰타나 운하에 도착했을 때, 골든아워가 시작되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운하 위로 색색의 가로등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유람선을 타고 '위대한' 네바강으로 나아갔다.
순양함 오로라호의 풍경.
그리고 몇 개인가의 다리를 지나 바실섬과 자야치섬을 지나쳤다.
물 위로 떨어지는 에르미타주의 불빛이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