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눈동자

by 우아



암흑 속을 걸었다. 더듬거리며 침대로 향했다. 도둑처럼 살금살금. 그 순간 왈왈! 시간은 새벽 두 시. 백내장에 잘 듣지도 못하면서, 우리 집 늙은 강아지는 닌자 버금가는 나의 움직임을 용케도 알아차린다. 이것이 매일 반복되는 잠들기 전의 절차.


오늘은 안 들킬거야. 침묵 속을 걸었다. 어제보다 더 조심조심 숨도 참아가며 침대에 오르는 순간 매트리스가 삐걱 소리를 냈다. 왈왈왈! 또 실패. 씩씩거리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누웠다. 늙은 강아지의 머리 위로 달빛이 비췄다. 너무 밝은 빛. 흰 철쭉보다 더.


너도 달을 보고 있어? 새까맣던 개의 눈동자를 떠올린다. 이제는 그곳의 한 가운데 탁한 막이 씌워져있다. 오늘은 그 막 위로 보름달이 앉아있다. 베란다를 가로질러 창문을 하나 둘 넘어 나와 너의 눈동자를 공평하게 채우고 있는, 저 별세계의 눈빛.


온도가 없는 빛. 그래서인가 차갑게만 보여. 여름이 성큼 다가왔건만, 금세 코를 고는 강아지에게 이불을 덮였다. 나의 맨몸에겐 머지않아 엄마의 이불이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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