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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김 Aug 30. 2023

이렇게 쓰면 공모전에서 떨어집니다

9년째 공모전에서 낙방만 하고 있는 동화 작가 지망생의 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볼행하다.

그 유명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조금 바꾸면 쓰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데, 바로 이렇게.


떨어지는 작품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떨어지지만, 당선되는 작품은 저마다의 이유로 당선된다.


한때 나는 정말 이렇게 생각했다. 공모전에 붙는 작품들은 다 이유가 있다고.  소재가 참신하거나, 시선이 남다르거나, 심리 묘사가 탁월하거나, 장면에 압도 당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하다 못해 운이라도 좋았거나!

하지만 떨어지는 글들은 하나같이 이유가 같았다. 부족하니까. '모자란 점이 있으니까 떨어졌겠지.' 그렇게만 생각하다가 9년째 떨어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저 문장을 잘못 대입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다시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당선되는 작품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당선되지만, 떨어지는 작품은 저마다의 이유로 떨어진다.


그랬다. 초점을 잘못 맞추고 있었다. 당선된 작품이 당선된 까닭은 '잘 썼다'는 단순한 진리, 그 하나다. 반면 떨어진 것은 이유가 너무 다양했다. 소재가 진부하거나, 구성이 엉성하거나, 스토리가 재미없거나, 개연성을 잃었거나, 교훈과 계몽이 날것으로 드러났거나, 어른의 욕망을 어린이의 것이라고 착각했거나...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잘 쓰고 싶어서, 잘 써 보려고, 좋은 작품은 필사도 해 보고, 당선작 분석도 하고, 많이 읽고, 계속 읽고... 그러다가 깨달았다. 미용실에 가서 한예슬 사진을 보여 주며 "이 머리로 해 주세요."라고 백날 말해 봐야 그 머리가 안 된다는 것. 그것은 디자이너의 실력 탓이 아니라 내 얼굴과 두상과 모질 탓이란 걸 알면서도 글쓰기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한예슬 사진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 찾으려고 하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결론밖에 나올 게 없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거울을 들고 내 얼굴과 내 취향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연구하는 것이 아닐까. 내 글에서 무엇이 어떻게 잘 못 되었는지 제각기 다른 그 이유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이제부터 찬찬히 내가 떨어진 이유를 적어 나가려고 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분이 계시다면 절대로 따라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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