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김 Sep 26. 2023

취재 때문이라도 기필코 등단을!

  다른 작가 지망생들은 취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결혼 전에 잡지사에서 일했다. 주로 정치, 경제, 사회 인사를 만나 인터뷰하고 기사를 썼다. 기자라고 마냥 인터뷰가 마냥 쉬운 건 아니다. 누구를 취재할지 소스를 찾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연락처를 알아내고, 인터뷰 일정을 잡는 것까지가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인터뷰에서 쓸만 한 내용이 나오느냐 하는 것은 둘째 문제로 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이때만 해도 "000사의 김김 기자입니다."라고 하면 대부분 호의적으로 대해줬다. 적어도 '당신이 누군데요...?'라는 질문은 듣지 않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두팔 벌려 환영하는 건 아니다. 인터뷰를 거절당하더라도 순순히 물러나진 않았다.

  "그럼 커피만 한 잔 주세요."

  인터뷰를 안 해도 되니 커피나 한 잔 달라는 기자를 거절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게 회사로 찾아가 믹스 커피를 얻어 마시며 인터뷰를 따낸 경우도 여러 번이다. 패기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작가 지망생으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취재 요청 앞에서 좌절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작가라면 달랐을까?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저는 동화 작가 김김입니다. 제가 다음 작품에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데 도움 말씀을 좀 들을 수 있을까 해서요."

  이 말을 듣고 누가 인터뷰에 응해 주지 않을까. 나라도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하시다면 뭐..." 쭈뼛대며 몇 마디 해 줄 것 같다.

  하지만, 작가 지망생으로서는 자신이 없다. 머릿속에 자동으로 이런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화 작가가 되려고 하는 김김이라고 하는데요."

  "네?"

  "그게... 제가 동화를 쓰려고 하는데..."

  "작가님이세요?"

  "아뇨, 아직 작가는 아니고요..."

  "아, 네. 그런데 제가 좀 바빠서요. 다른 분께 알아보세요."

  뚜.뚜.뚜.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망생으로도 당당하게 취재를 요청하고 핍진한 글을 쓰고 있겠지. 하지만 A형에 I인 극소심형 나라는 인간은 오늘도 전화기를 들었나 놓았다, 네이버 비밀 댓글을 썼다 지웠다 할 뿐이다. 그저 열심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인터넷을 뒤질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반지하를 알았지만 이제는 모르는 것 같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