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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완벽함

바스크 치즈 케이크

by 김호준

바스크 치즈 케이크

바스크 치즈 케이크는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만한 디저트다. 다른 베이커리류와는 다르게 만들기도 쉬운 편이라 홈베이킹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만들어 봤을 법하다.


재료들을 잘 섞어 케이크 틀에 넣은 다음 알맞은 온도에 구워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하고 난이도가 낮은 베이킹이다. 하지만 난이도가 낮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베이킹 자체가 난이도가 매우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것이지 베이킹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렵다. 다른 음식들은 계량을 잘 못하더라도 음식을 만들면서 간을 맞추는 것으로 수정을 할 수 있지만, 베이킹은 한 번 오븐에 들어가면 되돌릴 수 없다. 계량을 잘 못하거나, 오븐의 온도를 잘 못 맞추거나, 심지어 구운 후 식히는 과정에서 너무 급격히 온도가 변하면 이슬이 맺혀 빵을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를 베이킹의 예민함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베이킹의 예민함 때문에 홈베이킹을 하면서도 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같은 빵일지라도 레시피를 몇 번이고 찾아보고 같은 빵을 여러 번 구워 보기도 헸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스크 치즈 케이크는 애초에 완벽한 케이크일까? 통상적으로 케이크라고 불리는 것들과는 매우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표면은 거뭇하게 타 있고, 크림 같은 것도 없고 층층이 쌓아 올리지도 않는다. 겉이 바삭한 디저트는 많지만 일부러 태우는 건 애초에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완벽함이라는 것은 애초에 어느 하나의 형태라고 정의할 수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완벽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중요한 업무를 할 때나 좋아하는 이를 마주할 때와 같은 상황 말이다. 하지만 완벽함이라는 개념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상당히 모호하기도 하고 주관적이기도 하다. 자신에게는 완벽하다고 생각이 될 수 있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한 없이 부족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을 향한 노력은 때때로 집착으로 변할 수도 있다. 애초에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완벽해지고자 할수록 실망과 아쉬움이 커지고, 그 결과 오히려 스스로를 옭아매게 되는 것이다. 완벽하다는 것은 그 단어 자체 만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너무나 주관적이라 애초에 상(相)이라는 것이 없어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가 없고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아쉬움과 실망감이 커져 점차적으로 집착이라는 병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불교의 금강경에는 무주상보시라는 말이 나온다. 보시(나눔)를 할 때 상(相)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말하는데 무언가를 나눌 때에는 나는 도와주는 사람, 상대는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규정하지 말아야 하며, 내 것을 남에게 나눠준다. 혹은 도와준다.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심지어 ‘나중에 보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한다. '선은 선이라고 할 때 선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실천하는 선한 마음일지라도 '이건 착한 행동이야' 혹은 '난 착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선한 마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진정으로 선한 마음이라는 것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처럼 선한 마음을 규정하는 순간 더 이상 선한 마음이 아닌 게 되듯이 완벽함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완벽해야 해 혹은 이건 완벽한 거야 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완벽함이라는 것은 더 이상 완벽한 게 아닌 것이 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오히려 완벽을 추구하지 않을 때, 불필요한 집착에서 벗어나 더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상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바스크 치즈케이크 역시 통상적인 케이크의 틀을 벗어나면서도 그 자체로 온전한 맛과 가치를 지니듯이 완벽을 추구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집착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로써 완벽해지는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완벽해지려는 마음을 내려놓음으로써 집착하지 않는 삶의 여유를 느끼기 바라며, 오늘은 추운 겨울이 가기 전 집안의 온도와 향기까지 따뜻게 해주는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지 추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재료

크림치즈 400g, 설탕 120g, 계란 3개, 생크림 250g, , 박력분 15g, 바닐라 익스트랙 3~5방울


조리 방법

1. 크림치즈 400g을 주걱으로 꾹꾹 눌러주며, 잘 풀어 준다.

2. 잘 풀어낸 크림치즈에 설탕, 계란, 생크림을 조금씩 넣어가며 섞어 준다.

3. 박력분을 넣어 잘 섞는다.

4.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어 향을 더 한다.

5. 오븐을 230도에 맞추고 10분간 예열한다.

6. 220도에서 20분 220도에서 5분간 구워낸다.

7. 상온에서 식힌 뒤 냉장고에서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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