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란 과대한 자기애성 성향을 지니며, 자신의 결함이나 약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을 이상화시켜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타인을 조정, 가스라이팅 하면서도 타인의 욕구와 정서에는 전혀 무감각한 정서적으로 미성숙하면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이다.
내가 처음부터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큰 시누이 이야기를 하다가 큰 시누이가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친구가 알려 주었다. 그 후 유튜브로 관련 영상도 찾아보고, 책도 읽으면서 세상에는 나르시시스트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느낀 것은 내가 '나르시시스트'란 정확한 용어만 몰랐을 뿐이지 학창시절이나, 직장에서 왠지 모르게 피했던 사람들이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기분 나빠지고, 내 에너지가 빨리는 것 같은 사람들.
물론 큰 시누이도 어느 정도는 그랬다. 계산적이고 절대 손해 안 보려고 하는 점, 말투가 너무 직설적이다 못해 때로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점, 고집이 너무 세서 웬만하면 거스르기 힘들다는 점 등.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 직장이나 사회에서 만났으면 내가 처음부터 일찌감치 거리를 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하고, 내가 시댁에 할 도리를 다하면 나한테는 설마 안 그러겠지?하는 마음이 있었다. 남편이 아프고 나서는 한편으로 큰 시누이에게 더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앞으로 시댁 대소사는 큰 시누이가 우리보다 더욱 신경써서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자 바람이었다.
그런 기대가 깨진 건 정말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중학생인 첫째와 둘째 수학 학원 선생님이 최근 6개월 사이에 4번이상 바뀌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아이들에게 전해 듣고는 실망이 컸다. 그 동안 전화 한 번 없었고, 상황 설명도 없었던 원장선생님께 서운했고 아이들도 선행학습도 안 되어 있고, 학원 수업 중 자꾸 떠들며 수업에 집중 못하는 것 같아 학원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둘째 아들은 나름 수학을 좋아하고, 수학에 흥미도 있어 근처 대형 학원에 문의를 했더니 이미 같은 학년 아이들이 선행을 훨씬 앞질러 하기 때문에 레벨 테스트를 통과해야 학원에 등록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레벨 테스트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음에도 불과하고 이미 아이들과 진도 차이가 너무 난다는 이유로 학원 등록이 힘들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첫째 수학학원을 추천받아 상담하러 갔는데 상담 내내 첫째 뿐만 아니라 둘째 아들도 같이 다니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중에 둘째 아들이랑 같이 상담 받으러 오겠다며 상담 약속을 잡았다.
어느 날은 큰 시누이가 우리 집에 왔길래 이야기 끝에 아이들 수학 학원 이야기가 나왔다. 시누이는 자기 딸 학원에 등록시켜 보라고 했다. 조카가 초, 중등 수학 학원 강사이다. 하지만 조카가 다니는 학원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있어 버스를 타고 10 정거장 이상을 가야 하는데, 영어 학원도 같이 다니고 학교도 가야 하는데 가까이 학원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건 중학생 아이가 감당하기는 너무 힘들것 같았다. 너무 멀다고 하자 우선 방학 때만 다녀보고 대형학원 자리가 나면 그때 다시 오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라며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 후에 커피나 먹자며 저녁 늦게 나와 남편을 근처 카페로 부르셨다. 그 당시 한 이야기가 어머님 관련해서 본인들이 가게 왔다갔다면서 자주 들러보겠다. 나만 따로 불러 동네 어르신과의 시댁 관련 통화녹음을 들려주고, 집에 cctv를 설치해보면 어떻게냐 하는 이야기였다. 전에 남편이 싫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서 남편은 설치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수학 선생님과의 상담 약속 때문에 내가 먼저 일어나게 되었다. ( 나는 약속이 있다고만 하고 일어났는데 남편이 둘째 수학 학원 상담하러 간다고 이야기했다.)
그 후, 남편 수술을 며칠 앞두고 어머님이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고 싶다고 전화를 하셨다. 수술로 한참 예민해진 남편은(어머님한테는 아프다는 얘기도 못하고 그나마 아버님한테만 남편 아픈 것을 내가 이야기했다.) 고민 끝에 막내 시누이한테 부탁했고, 막내 시누이는 고맙게도 대신 모시고 있겠다고 해주셨다. 그러자 남편은 이런 이야기를 큰 시누이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왔다갔다 하며 친정에 들를 수 있는데 어머님 안 계시시면 당황한다고 큰 시누이에게도 전화를 하라고 했다. (큰 시누이와 막내 시누이는 이미 일찌감치 사이가 틀어져서 서로 연락도 안한다.) 이런 일은 남편이 직접 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수술을 앞둔 사람과 사소한 일로 싸우고 싶지 않아서 내가 전화를 했다.
하지만 전화를 안...받는다...
그 순간 기분이 정말 쎄했다.
늦게라도 부재중 전화 확인하고 전화 하던 시누이가 그날 밤이 지나 다음날 저녁이 되어도 전화 한 통화가 없다.
'뭐지? 내가 학원 안 보내서 서운했나? 내가 실수했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기분이 나빴나? 상황 설명을 좀더 해줬어야 했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내 아들 학원 문제인데 , 이건 전적으로 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인데 이런 일로 삐져서 전화를 안 받는다는게 말이 되나? 싶었다. 어디까지나 제안을 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나랑 아들 몫인 거다. 상담을 다녀 온 아들은 매우 만족해했고, 지금도 너무 즐겁게 학원을 잘 다닌다. 매일 오면 수학 학원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다음날 전화를 했는데도 안 받고 카톡으로 어머님 대전에 있으시다고 보냈는데 답도 없고, 나한테 그간의 상황을 묻는 전화 한 통이 없다. 남편 수술하는 날 수술 끝났다는 사진을 찍어 카톡을 보냈는데 읽지도 않는다. 카톡을 차단했나?
이렇게 몇날 며칠을 마음을 졸였다.
내가 실수했나 싶어서. 괜히 그 자리에서 쓸데 없는 말을 한 남편을 탓하기도 했다.
퇴원한 남편은 그 후에도 매형에게 연락해서 캠핑장에서 고기 먹자고 했는데 끝내 둘 다 오지 않았다.
추석때는 어머님도 아프시고 신랑도 수술해서 아버님과 상의한 후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어머님, 아버님을 우리집으로 모시고 시누이들을 우리집으로 다 부르기로 했다.
막내 시누이는 오전 중에 도착했고 큰 시누이는 온다 간다 아무런 연락도 없더니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에 큰 매형한테 온다는 연락이 왔다. 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정에 들렀는데 어머니, 아버지가 안 계시니 마지못해 우리집에 온 것 같았다.
아무 연락 없어 언제 올지 모를 시누이를 기다리는 덕분에 나는 그날 친정에 내려가는 것을 포기했다. 뭐 친정은 나중에 내려가려고 이미 마음을 먹었던거니까 여기까지는 참을만 했다.
그런데 ..... '와! 형님이 원래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큰 시누이는 나뿐만 아니라 아버님 전화도 여러차례 받지 않았던 모양이다. 큰 시누이가 집에 들어오자 마자 아버님이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며 여러 번 묻자, 큰 시누이가 마지못해 시큰둥하게 하는 말.
" 전화 안 받아도 되는 사람들 전화는 안 받았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알 거야. 내가 왜 이러는지. 윗 사람이 전화를 하면 받아야지. 한번 똑같이 당해보라고 나도 전화 안 받았어."
......
아마 벌써 오래전부터 본인 전화 안 받던 도련님이나 막내 시누이를 이 기회를 빌려 싸잡아서 비난하려고 한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지껄이는걸까?아님 머리가 나쁜 걸까?
'그럼 아버님은? 아버님은 자기보다 윗사람 아닌가?본인도 윗사람 전화 안받아 놓고 우리한테는 윗사람 대접 안한다고 하는 이 논리는 뭐란 말인가?' 이건 둘 중 하나다. 머리가 나쁘던지 자기 스스로 아버님을 자기 밑으로 여긴다고 시인하는 것이다. 아님 둘 다일 수도 있겠다.
이 말을 듣고 있는 나는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찌나 수치스럽던지!! 나는 물론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전화 안 받아도 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차라리 전화 받기 싫어서 안 받았어. 했으면 이해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맘상해서 전화 안 받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안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말은 우리가 창피하거나 우리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다ㅡ나중에 남편한테 들었는데 남편도 그 순간 '이건 아니지?'하며 그동안 큰 누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좋은 감정이 다 깨졌다고 한다. 그날 내내 일부러 큰 누나와 말한디 섞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큰 시누이가 애들 학원 문제 때문에 삐져서 전화 안 받는다고 했을 때도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큰 누나를 두둔하던 남편이었다.
큰 시누이가 돌아가던 길, 도저히 말 안하고는 두고두고 이불킥을 날릴 것 같아서.
" 저는 늦게라도 형님 전화 다 받았어요. 제가 카톡 몇 번 답 안한거는 그 자리에서 답을 해서 안 하거구요. 저는 형님이 00 수학 학원 안 보낸다고 해서 전화 안 받는 줄 알았어요"
- " 내가 왜? 나야 안 보내면 신경 안 쓰고 얼마나 좋은데. 00가 관리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신경 안 쓰니까 더 좋지."
"그쵸. 전 그래서 요번에 00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학원에 보내기로 했어요. "
차라리 애들 학원은 올케가 알아서 결정하는 거라며 자기가 무슨 상관이냐고 했으면 큰 시누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을 텐데...
끝까지 자기는 나쁜 사람이기는 싫은 거다. 이 얼마나 상대방 생각이나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며 자기만 아는 사람인가!
애초에 신경을 안 쓰려면 나한테 학원 얘기를 꺼내지나 말지.
본인이 우리 아이 등하원 시켜 줄 것도 아니면서. 남편이 집에 있으니까 애 등하원 시켜줄 거라고 기대했나?
이때부터이다.
' 나만 잘하면 형님도 나한테 트집 못 잡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하지 않고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남편 도와서 시댁 일도 잘 챙겨주겠지! ' 하는 마음을 접은 게. 나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당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니까 시누이니까 내가 먼저 연락은 안 해도, 연락 오면 받아주고, 만날 일 있으면 만나야지. 속 깊은 얘기는 못해도 연락은 하고 지내야지 생각했다.
상담을 받으며 큰 시누이의 민낯을 대면하기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