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었던 말

by 김경민


석양이 저물어가는 하늘은 붉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구나.’


온종일 강렬한 햇빛을 발산했던 태양이 저문다.

자신의 기력이 다한 채로.


이제는 촛불과 같이 은은한 빛으로 자신의 소멸을 알리는 저 태양은 알고 있다.


오늘의 태양은 내일의 태양과 다르다는 것을.


그러므로, 오직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고 사라지는 저 태양은 지금의 소멸이 자신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했다.


저 석양에게 나의 진심을 들려주겠노라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 진심을.


‘나, 사실 당신이 싫지 않았어.

사실은 정말로 친절하게 대하고 싶었어.

당신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공감해 주고, 이 삭막하고 외로운 세상에서 힘들었을 당신에게 먼저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주고 싶었어.

사실 내 마음은 그랬어.

나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어.

하지만, 나의 병적인 의심과 불안, 그리고 질투는 항상 내 마음에 앞서서 움직였지.

사실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그럴 때마다 나는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죄책감은 마음속에 한 겹, 한 겹 쌓여만 갔고, 결국 그 무게가 지금 나의 걸음을 멈춰 세웠을지도 몰라.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어.

당신이 평온하길 바래.

늘, 언제나, 영원히‘


저물어가는 석양을 향해 내 진심을 보낸다.


이내 태양은 내 비밀과 함께 자취를 온전히 감추었다.

저 멀리,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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