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바로 그날이구나.
오래전부터 이날이 올 것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날이 오자 덤덤했던 내 마음도 잔잔한 물결이 일렀다.
언제나 마지막은 예고도 없이, 그러나 물밀 듯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 사람과 나의 마지막은 마지막으로 본 날로부터 3주 후 다시 봤을 때 찾아왔다.
오랜만에 본 그 사람에게 있어, 나는 더 이상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나 외에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냈고, 그것이 어색하지 않았으며, 그 모습이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암묵적으로 나에게 의지하는 사람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느끼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그가 어렵지 않은 사람이란 걸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더 편하게 그를 대했고, 농담을 던졌으며, 수없이 많이 웃음을 지었다.
그를 위해.
그리고 그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한 걸까.
다른 사람들도 그를 조금씩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맞춰 그도 다른 이들을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오늘.
나는 나의 쓰임이 다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 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나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바랬던 건 단지 그가 잘 지냈으면 했으니까.
그러니까 목표가 이뤄졌을 때 당신에게 있어 나의 쓸모가 사라져 버린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이성적으로 선을 그어도 나 또한 사람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그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를 지그시 쳐다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흐뭇함과 기쁨.
씁쓸함과 공허.
나는 그 순간에 두 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란 하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나였다.
나는 그를 보며 마음속으로 그를 정리했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부지런하게.
오랜 시간 이어졌던 그와 나의 암묵적인 연결과 연대를.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나에게만 주었던 그의 친근함을.
그래서 나에겐 특별했던 그 애정들을…
어느새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가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오늘도, 내일도, 먼 미래까지.
그것을 위해 나는 지금 그와 여기서 작별한다.
그를 향해 마음속으로 전한다.
‘언제나 몸 건강하길.’
그를 뒤로 하고 나온 밖의 거리는 여전히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
나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이 순간에 ‘작별은 또 다른 만남의 약속’이라는 어느 구절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