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보니 창 밖은 벌써 새벽의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또다시 하루가 밝아왔다.
하나둘 참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고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오직 시체처럼 누워 천장을 응시한다. 그리고 세상이 밝아오는 소리를 듣는다.
오늘의 태양은 어제와 같은 태양일까, 새로운 태양일까?
누군가는 말한다. 시간은 전진한다고.
시간은 정해진 철로를 달리는 열차처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그래서 어제와 오늘은 결코 같을 수 없다고.
그러나, 나에게 시간은 되풀이되는 태엽 같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어제의 새벽과 오늘의 새벽빛이 같고,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들도 늘 한결같다. 그리고 푸른 새벽빛을 보며 느끼는 내 감정마저도.
눈을 뜨면 똑같이 반복되는 태엽 같은 새벽을 맞이할 때면 나는 항상 생각한다.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아침이 지루하고, 또 지루한 마음의 크기만큼이나 의미 없는 세상에게 연민을 느꼈다.
세상이란 쳇바퀴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래서 그 속에 속한 사람들도 자의든, 타의든 간에 어떻게든 발맞춰 움직인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과연 이 쳇바퀴에는 목적이 있을까? 그 목적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을 알 수는 있을까? 목적을 안다고 해도 내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모르는 것이 나을까, 그래도 알고자 하는 것이 나을까.
그렇게 고민하길 일주일째. 나는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했다. 아니, 답을 내리길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결론이든, 사실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아서. 만물이 그렇듯, 태어나는 것도 의미가 없고, 살아가는 것도 의미가 없고, 죽는 것 또한 아무 의미 없다. 그렇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과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나?
수천 년간 이어온 철학적 질문에 도달했을 때, 나는 희열과 절망을 동시에 맛보았다. 앞서간 그들과 같은 도로에 진입함으로써 얻은 동질감이 주는 위안과 함께 나는 어둡고 긴 터널 속에 들어가야 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아주 긴 터널 속을.
그리고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하염없이 정해진 도로를 달린다. 출구가 있긴 할까? 출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나는 긴 늪을 헤엄친다.
다시 눈을 떴다. 방안은 온통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곧 창 밖으로 새벽빛이 서서히 들어찬다. 또다시 아침이 왔다. 여전히 똑같은 색깔, 똑같은 소리, 똑같은 허무감이 밀려온다.
문득 창 밖으로 새 한 마리가 드높은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이상하다. 푸른 새벽빛은 어느새 내 눈동자도 푸르게 물들이다 못해, 가득 채워 넘쳐흐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