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감정을 기록해 보세요.”
기록의 중요성, 기록의 가치, 기록하는 삶.
“자신의 감정을 알아야 자신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요.’
사회가 내뱉는 일반적인 말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당신이 틀렸어요.’
기록한다는 것은 글자라는 가시적인 도구로, 모호했던 것을 분명하게 만드는 일.
세상은 모든 것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을, 세상을 깨닫고 성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면에 남겨지는 그림자는 외면한 채로.
너무나 선명히 보이는 피사체는 치명적이다.
선명히 보이는 물체는 선명하기 때문에 잘 벼린 바늘과 같이 날카롭게 직선으로 내 마음에 내리 꽂힌다.
그 물체가 나에게 주는 것이 기쁨이건, 경외심이건, 슬픔이건, 쓸쓸함이건. 어떤 형태의 감정이건 간에.
선명해서 날카로운 감정의 칼날은 나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영원한 기억을 남긴다.
기억은 곧 속박.
기록되어 선명해진 감정은 긍정적인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한 이물감과 같은 부정적인 느낌을 남긴다.
선명한 것은 오히려 버겁다.
내 시각도, 청각도, 후각도, 그리고 내 상념도.
그저 흘려보낸다는 것.
차라리 흐르는 강물처럼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흐르는 강물 속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질투도, 미안함도, 쓸쓸함도, 고독도, 비참함도, 그리고 허무함도.
감정은 그저 감정으로 남아 흘려보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기록하여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기뻐할 필요도 없다.
상처받을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오래 머무를 필요도 없다.
그저 바람에 날려버리자.
모호한 공기 속에 나의 모호한 감정들을 실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 버렸으면.
모호한 것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명함보다 더 긍정적인 것.
모호한 것은 모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견딜만한 것.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것.
선명함만을 부각하는 사회는 오히려 냉정하고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