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던 2022년 겨울.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어느 독서 블로그를 발견했다.
빼곡히 채워진 독후감으로 가득했던 블로그.
그곳은 1~2주 간격으로 꾸준히 독후감이 올려져 있 었고, 그렇게 몇 년 동안 쌓인 독서들이 책장을 이루 고 있었다.
그 블로그를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그 블로거의 근면함과 정성스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져 서 나도 모르는 새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자신의 마음이 이끄 는 일을 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를 더욱 즐겁게 했던 것은 그녀의 글솜씨
였다.
그녀의 글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녀는 글 속에 잘 벼린 칼날과 같은 예민함과, 차마 못 본 척할 수 없어서 더 애처로운 감정을 섬세함으 로 담아냈다.
프로필 사진 속 그녀는 30대 직장인처럼 보였고, 그 래서였는지 그녀의 글 속엔 언제나 사회에 대한 날 카로운 통찰과 냉소적인 태도가 엿보였다.
현실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라며 금기시되는, 그런 뾰족한 감정도 당당하게 밝히는 그녀의 글에서 나는 무언의 끌림을 느꼈다.
그 베일 것 같은 차가움이 왠지 모르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주기적으로 그녀의 블로그를 찾아갔다.
그러다, 새롭게 업로드된 그녀의 글을 발견할 때면, 나도 모르게 설레이곤 했다.
마치, 좋아하던 작가의 신작이 나와서, 바로 서점으 로 달려가는 싱그러운 독자가 된 것처럼.
나는 그녀의 글들을 애정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1년, 그리고 2년.
어느덧 2년이 지났을 무렵에, 그 언젠가부터 그녀는 글을 올리지 않았다.
늘 꾸준하게 올라오던 그녀의 독서 기록은 더 이상 자취를 감추었고, 나는 걱정과 함께 매일같이 그녀 의 블로그를 찾아갔다.
혹시나 오늘은 올라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그렇게 6 개월이 지나도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글이 올라오지 않은지 1년째인 오늘.
마지막으로 그녀의 블로그를 들여다본 나는,
이제 그만 인정하기로 했다.
사실 이미 예감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글이 끊긴 그 날.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나는 그녀에 대한 걱정과 함께, 지우려 했지만 직감 적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불길함을 애써지우며 지금까지 기다려 왔지만, 이제는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이미 죽었다.
어떤 연유로, 어떻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 나는 아마 평생 알 수 없겠지.
나는 그녀의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생애도, 모두 알지 못한다.
그저 분명한 것은 그녀의 글들의 소멸이 그녀의 부 재를 가리키고 있다는 슬픈 예감뿐이다.
아무것도 알 수 없어도, 인간이 느끼는 직감은 그 어 떤 물증보다 분명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리라고 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나는 그녀를 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만난다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글 덕분에 내 삶은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당신의 글은 무척 날카로운 예민함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보다 보면 내 가슴이 베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만큼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더욱더 저에게 공감을 주었습니다.
당신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 글들을 보며 나는 항상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 위로받음은 아마, 결국 당신과 내가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 대한 상처와 억울함, 분노.
그러나 결국엔 그 모든 것에 대한 연민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까지도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저의 혼란스러웠던 20대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야, 나는 당신의 부재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 다.
부디, 편안히 눈 감으셨길 바랍니다.
우리, 다음 생엔 어디선가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 기를.
25년 3월 끝자락에
당신을 애정하는 어느 독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