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탐구일지

삶의 무기들

by 초록여유

이 번 시간에는 여러분들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장점을 찾아서

30가지 정도 써보겠습니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1cm, ㅇ. 1mm라도 '내가 났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쓰면 된다. 학생 상담 자원봉사 시간에 했던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수업을 나가기 전에 미리 연습을 했다. 30가지를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장점을 쓰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올라왔다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1. 바지런하다.

해야 할 일을 부지런히 수행한다. 국민학교 12년 정근, 중고등학교 개근을

했다. 국민학교 급훈에 걸려 있던 붓글씨 '근면, 성실'이 몸에 베여있다.

부모님의 근면, 성실한 모습도 보고 자란 영향도 있을 것이다.

2. 음식을 잘한다.

잡지 요리 부분을 보거나 신문의 요리 사진이나, tv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적어

두었다가 하기도 했다. 친정 엄마의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깊은 손맛이 최고의 비법이다.

3. 음식을 만들 때 유튜브를 보지 않고도 만들 수가 있다. 물론 최신 유행하는 음식은 만들지

않지만 웬만한 음식은 몇 가지 조리법으로 다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음식을 만드는데 겁

이 없다. 한국인의 밥상이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무치고, 부치고, 끓이고, 조리고 하면

웬만한 음식은 완성된다. 간만 맞으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을 소유하고 있다.

4. 제철 요리를 잘한다. 봄이 되면 쑥국을 꼭 끓여서 먹고, 개두릅, 두릅, 미나리,

방풍나물, 취나물을 사 와서 혹은 친정집에서 보내준 것으로 집간장에 무쳐서

먹는다. 초여름부터 열무김치를 담아서 밥을 비벼먹거나 국수를 비벼서 먹는다.

백태콩을 사서 하룻밤 불린 뒤에 15분 정도 삶아서 차갑게 식혀서 믹서기에

곱게 갈아서 든든하게 콩국수를 해 먹는다. 팥을 푹 삶아서 설탕으로 약간 달게

만들어서 우유에 섞어서 먹는다. 가을에는 호박죽을 꼭 끓여서 준다. 겨울에는

시어머니가 보내준 국산 팥으로 팥죽을 끓인다. 누구겠는가? 간 크고 입 맛

까다로운 남편이 좋아해서였다. 알타리 김치, 갓김치, 섞박지, 순무 김치,

동김치 고들빼기등 아주 여러 가지김치를 집에서 해서 먹는다. 김장을

혼자서 20 포기 정도는 켜켜이 소금에 잘 절여서 이틀이면 해치워버린다.

5. 기억력이 좋다.

기억은 나를 위주로 저장이 되기는 하지만 책을 읽거나, 이야기로 수다를 떨면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을 잘해두는 편이다. 물론 기억도 주관적으로 편집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20대, 30대, 40대의 아련한 저만치 밀려나고 있는 좋은 기억

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추억으로 다가올 아름다운 나만의 그림들을 꼭 품에 안고

살아간다.

6. 긍정적이다.

40대 때는 초긍정적이었다. 웃으면서 환상에 찬, 희망에 가득 그야말로 꽃을

달고 살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을 해야지 왠지 힘이 나고 잘 살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도 보고 배우려고 하는 편이다.

7.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컴퓨터를 빼고 다른 분야에서는 질문을 해가면서 배우고 터득하려 애쓴다.

8.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는다.

책을 읽고 토론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생겼다. 심리학 책을 읽거나, 심리 상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능력이 생겼다.

9. 빨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했던 좋은 기억으로 남아

다른 집안일보다 빨래는 아주 잘했다. 아버지의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남편의 와이셔츠, 아이들의 셔츠 등 아무튼 더운 여름에도 다림질하다가

팔을 데었어도 땀을 흘리면서도 묵묵히 했다. 이불 빨래를 욕조에 담가서 하면 그

동안 쌓였던 때와 마음속의 찌꺼기도 함께 쑥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그래서 아직도

계절이 바뀌는 때는 이불을 욕조에 담가서 지근지근 밟고 물을 쪽 빼는 과정을

직접 손 발로 하고 있는 좋은 습관이 있다.

10. 새로운 일에 적응력이 좋다.

새로운 장소나 일을 하게 되면 잘 해내려고 하는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발동되어서 무던히 해낸다. 리더를 하라고 하면 잘 못하지만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눈치 빠르게 해낼 수 있다.

11. 몸이 유연하다. 운동 신경 중에서 유연함을 지니고 있다. 요가 자세를 하나

하나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균형을 잘 잡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10년 꾸준히 한 요가로 신체단련을 했고 체력까지 갖출 수 있게 되었다.

12.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한다.

아이를 둘 낳고도 몸무게가 많이 늘지 않았다. 육아를 하다가 보면 어느 사이

아이를 갖기 전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허리 사이즈도 별로 변함이 없다.

13. 머리카락이 많다. 지금은 염색을 하고부터 조금 빠졌지만 탈모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친정엄마 머리숱 많은 것을 물려받았다.

14. 목소리가 카랑하다. 국민학교 다닐 때 중이염을 앓아서 한쪽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아니 살아남으려고 커졌다.

아는 사람이 뒤에서 부르면 듣지를 못한다. 뒤에서 어깨를 툭 치면서 '왜

불렀는데'하는 소리를 많이 아주 여러 차례 들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서 앉는 버릇이 생겼다. 말소리를

모두 듣지 못할 경우 웃으면서 맞장구를 치는 남들은 알지 못하는 버릇도

가졌다.

15.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장소를 잘못 찾다가 친구가

데리러 나오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무튼 시간 약속은 잘 지킨다.

출발하기 전이나 하루 전부터 톡을 보고 시간과 약속 장소를 확인하고

알람을 맞추고 잠을 잔다.

16.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하고 타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을 하려고 하고 내가 받아보고 싶은

것을 해주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쇼핑하는 것으로 풀어버리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물건을 사기 전에 최대한 늦게 살려고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17. 가족에게 패악을 부리지 않는다. 누구나 살다가 보면 화가 나는 일이 생긴다.

그 자리에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속은 열천불이 났어도 태연하게

장소를 옮겨서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며칠 혹은 몇 주일이 지나서 맨 정신으로

차분하게 말을 한다. 화가 났던 일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말을 꺼낸다. 화가 나면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잘못을

했을 때는 빨리 '미안하다' 말을 한다. 진심 어린 사과는 아니어서 빠른 인정이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갈등'을 무서워하는 마음이

이렇게 행동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18. 여러 가지 방어기제 중에서도 주지화나 정화, 승화를 쓸려고 한다. 방어기제가 자동

반사적으로 나오 것이기도 하지만 고도의 인지 기능을 작동해서 '선택'도 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일기를 쓰면서 후회도 하고 반성도해서 가능해졌다. 다르게 살려고

노~~~~~력을 기울여서 피나는 결실이라고 자부한다.

19. 자기표현을 잘한다. 글쓰기, 예쁜 옷 입기, 처음 가는 사찰, 미술 전시회, 백화점 쇼핑

등 다양한 곳에 시선을 보내면서 어제의 힘듦을 내려놓기도 한다. 이렇게 멋진 그림에

푹 빠져보기도 하고 봄인데 눈이 소복이 왔을 때 사진으로 남겨 두기도 하고 글을 쓰면

서 감성을 빠져보기도 하고, 하늘을 보면서 감탄을 쏟아보기도 한다. 옷 가게를 지나다가

다음에 저 옷을 사러 와야지 생각한다.

20. 타인에게 일을 시키거나, 내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조정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벌써 몸이

먼저 나가서 하고 있거나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눈치를 빨리 알아차린다. 그래서

남편은 오히려 나를 부려먹는다. 짜장면 시키듯 일을 시켜 먹고 있다. 일을 하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으면 간 큰 남편이 가만히 앉아서 시켜 먹고 있는 상황이다. 딸에게도

일을 시키지 않고 있다. 엄마로서 잘하고 있는 일인지는 뒤늦게 밝혀지겠지만 나의 어렸을

기억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집안일'을 하라고 하지 않는다.

21. 독서토론을 오랫동안 해 왔다. 20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2004년부터 책수다 모임을 해 왔으니

20년 하고 2년이나 더 지났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시작되었다. 아니 독서 지도사

자격증으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동화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토론

기초, 심화 과정을 수료하고 '찾아가는 독서 토론'을 진행했다. 의무적 책 읽기가 힘든 경우도

있었지만 위대한 작가가 쓴 명작을 읽고 나면 '왠지 나의 인생도 위대해지겠지?' 하는 조금의

아니 많은 뿌듯함과 위로를 받아서 점점 독서에 중독이 되어갔다.

22. 글쓰기를 잘하려고 한다. 10년 전 수필 쓰기를 시작으로 도서관마다 있었던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글을 썼다. 20대 때에는 출판사 회원으로 가입해서 책을 주문하곤

했는데 회원주소를 보고 생판 모르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군인과 펜팔을 하기도 했다.

20대 때에는 힘든 일이 있을 때 글을 쓰면서 감정으로 쏟아냈다. 지금 읽어보면 '뭔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편지와 일기는 살기 위한 나만의 필살기였다. 친정아버지가 33년 간 몸 담았던

공직을 퇴임식 할 때 읽었던 글도 남아 있었다. 글로 살아내고 살아왔던 길을 남겨놓으려고

쓰고 또 쓰고 노트북을 펼쳐서 독수리 타법으로 두드리고 있다. 언젠가 내가 사라지더라도

글자락이나, 한 권의 책이나 그것도 안되어도 괜찮다.

23. 루틴을 지키려고 한다. 이것은 순전히 지독히도 남편과 닮았다. 무섭다. 저렇게도 자기만의

철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에서 놀라울 따름이다. 짜인 메뉴대로 움직이는 로봇과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가 위해 저녁 먹는 시간도 6시에서 7시 사이다. 소화를 깨끗이 하고 잠을 잔다.

아침도 꼭 먹어야 한다. 그것도 꼭 차려줘야 한다. 아무리 몸살이 나도 어김없이 밥상은 차려주

고 아파야 한다. 아침에 부엌 전등불이 '딱'하고 켜지면 내 눈도 자동화되어 떠진다. 그러면

밥을 데우고 가스불을 켜서 국을 데우고 사과 한쪽을 깎아서 접시에 담는다. 그러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잠을 잘 때도 있지만 못 자는 경우가 더 많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기 3년, 새벽 5시에

일어나기 3년, 지금은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그래도 점점 늦게 일어나서 다행이다 싶다.

24. 시어머니, 시댁 식구들과 잘 지내려고 했다. 옛날 사람이라서 부모님을 공경해야 한다고 알고

시부모도 내 부모다, 나도 몇 년 후에는, 언젠가는 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겼다. 새벽에 눈이

많이 왔거나 비가 많이 내릴 때 꼭 전화가 왔다. 잠을 자려고 누운 순간이지만 목소리 밝게

정답게 응대를 30분 정도 하면 전화가 끊긴다.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 바깥임에도 나와서

정답게 응대를 30분 정도 했다. 전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노인네의 자식 안부 전화는 꼭 받아야만

했다. 식사를 차려드리는 것도 아니고 그깟 30분 통화를 못하겠는가 싶어서였다.

25. 선택과 집중을 잘한다. 결정을 힘들어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해버린다. 우물쭈물하지 않고

몇 가지 방안을 두고서 선택을 했다. 메뉴를 거의 정해 놓고 다니는 편이다. 호기심을 자극해서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후회를 하지 않는다. 일이 잘못되어도

남 탓을 하지 않는다. '내 잘못'으로 받아들인다.

26.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낸다.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몸도 때렸다가 졸리면 잠깐 눈도

붙이고 하면서 보낸다. 단골 카페가 몇 군데 생겨서 오늘은 여기, 금요일은 저기 하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 오로지 하고 싶은 일이나 두꺼운 책을 들고 읽다가 보면 시간이 순삭이다.

혼자서 가보고 싶은 사찰을 적어두었다가 마음이 울적하거나, 심란할 때 갔다가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몸을 움직여만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27.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노트에 필사를 잘한다. 요즘에는 필사를 블로그로도 해 보고

있다. 재미있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문장이 마음에 남았는지 기록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어서 오래전부터 한 습관 중에 손가락에 꼽히는 일이다.

28. 하루 중에 해야 할 일이나, 여행을 가기 전에 챙겨야 할 것이나, 미리 준비해야 될 것들을 미리

미리 메모를 해두었다가 지워가면서 처리한다.

29. 타인의 말을 경청을 잘한다. 눈을 마주쳐가면서 추임새를 적절히 해가면서 반응을 잘한다.

그래서 새로운 장소에 가서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친근하게 말을 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30. 유머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심각한 분위를 싫어하고 명절 때 식구들과 모였을 때나, 밥을

먹으면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할 때면 꼭 필살기로 유머감각을 써서 분위기를 밝게 화사하게

웃음을 유발시킨다. 지난 설날 시어머니가 파전이 드시고 싶어서 쪽파를 깨끗이 다듬어서 냉장고

에 두었다. 그래서 해물을 적당히 넣고 부쳤다. "어머니 저랑 같이 시장에 파전 장사하러 갈랍니꺼"

그랬더니 "아이고 간은 맞는데 니가 안 예뻐서 팔리겠나?" 이런! 나의 미모를 건드렸다. 하지만

원했던 파전을 드시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노래를 30분이나 허밍 했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걸어서

제 발로 다닐 수도 없는 양반의 기분을 아주 잠깐이나마 좋게 만들었다.


작가의 이전글영대 씨와 연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