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자기기를 사면 항상 이 기계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안전장치를 마련합니다. 휴대폰은 케이스를 꼭 씌어야 하고, 액정 보호 필름을 붙여야 합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바꿀 때가 되면 외형은 새거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SSS급’이라고 붙여서 팔지는 않습니다. 그냥 집 어딘가에 두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나중에 급하게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냥 줍니다. 제게는 이미 효용가치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면 아깝지는 않습니다.
올해 초 정말 오랜만에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핸드폰을 바꿨습니다. 덕분에 갤럭시 워치와 버즈를 사야 했습니다. 호환성은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버즈는 잃어버려서 지금은 레이저에서 나온 무선 이어폰을 쓰고 있습니다. 잠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네요. 갤럭시 워치도 액정 보호 필름을 붙였습니다. 괜히 시계에 생채기가 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시계는 원래 생채기가 나기 쉬운 것이지만, 그래서 더 신경을 썼습니다.
그러다 엊그제 지저분해진 액정 보호 필름을 보고 떼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 밑에 다른 보호필름이 붙어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알고 보니 보호필름을 보호하는 필름을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터치가 뻑뻑하더라고요. 필름을 떼어내니 갤럭시 워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시원한 터치감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참 미련해서 보호필름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새 보호 필름은 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돈 굳었다 싶습니다.
살다보면 보너스가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튀어나오는 행운입니다. 어린 시절 100원짜리 오락기에서 보너스가 나올 수도, 코인노래방에서 보너스 한 곡이 나올 수도 있는 정말 흔한 행운들입니다. 사람들은 보너스에는 집착하지 않습니다. 나오면 좋고 안 나와도 그만입니다. 그런데 행운에 너무 집착하면 그건 사행이 됩니다. 그러니 그냥 평소대로 살다보면 언제나 보너스는 옵니다. 오늘 길 가다가 다들 천원짜리 한 장씩 주웠으면 좋겠네요. 천원 잃어버릴 사람들에게는 미리 미안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