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03화 끼리가 사는 곳 3 이전 챕터
트럭이 몸을 떠는 소리에 희성은 눈을 떴다. 바닥의 이불은 포개져 있었다. 여자가 소년들 대신 바닥에서 눈을 붙인 것이다.
시동이 꺼진 듯 트럭소리가 달아나고, 묻혀 있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려왔다. 희성은 2층 침대 위로 솟은 정빈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숨소리는 멈췄다.
그리고 희성은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살갗을 때리고, 정빈은 아이처럼 응석을 부렸다. 허나 두 소년이 나갈 채비를 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자는 트럭에 종량제 봉투를 싣고 있었다. 40대 남자가 담배를 물고 옆에서 그녀를 도왔다.
오늘은 쓰레기가 좀 많네.
더 자주 오시라니까요. 어, 일어났니?
잠이 덜 깬 눈으로 두 소년이 걸어왔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장갑을 건넸다.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이 근방의 암묵적 룰인 것처럼.
꽤 무거운 것들이 많았다. 남자는 이곳은 사람이 적어 쓰레기차가 자주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자 혼자 살아 쓰레기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사람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하여 소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간이 꽤 걸렸을 터였다. 잠깐 여유가 생긴 남자는 여자에게 티타임을 부탁했다.
북으로 간다고?
예.
왜 통문으로 가지 않고.
이유가 있습니다.
희성과 정빈 역시 자리에 함께 했다. 남자는 어젯밤 여자가 물어본 것과 비슷한 것을 물었다. 희성은 묵묵히 대답했다. 남자는 그를 좋게 본 듯했다.
너희들, 나와 함께 일해보지 않을래.
남자는 운송업을 하였다. 얼마 전만 해도 삼엄한 국경이었던 이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직도 몇 없었고, 남자는 이것을 블루오션이라 칭했다.
난 너희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날랐어.
허나 희성은 그가 불편했다. 남자는 정빈을 보며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짐까지 들고 있을 정도로 인내심이 강해 보이지 않았다. 희성은 차가 담긴 컵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렸다. 그 무엇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남자는 아쉬운 듯 자리를 떴다.
난 쓰레기 빼는 날이 제일 싫어.
그러시겠네요.
희성이 여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더 이상 남자는 그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한 번 더 산을 올랐다. 통일기념관은 산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었고, 그들은 정상을 향해 걸었다. 십자 모양의 탑보다도 높은 곳이 있었다. 오래된 청록색 건물이 그곳에 위치해 있었고, 정빈은 목적지까지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다. 소년들을 뛰었고, 여자는 웃으며 따라갔다.
희성이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군부대 마크가 있었다. 과거 OP(관측소)의 흔적. 여자는 그곳을 주기적으로 청소하였으며, 북쪽마을로 가는 지름길을 대가로 소년들에게 도울 것을 부탁했다.
가끔 이곳에 스캐빈저들이 와.
스캐빈저요?
북에서 온 놈들. 폐쇄된 군부대를 쏘다니며 폐품을 모아.
여자는 그들을 만난 얘기를 해주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청소를 하던 때, 스캐빈저의 목적은 K4(고속유탄기관총) 부품이었을 것이다―허나 여자가 이미 치웠었다.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귀신과도 같았다. 깡마른 몸과 큰 눈을 하고 자기보다 큰 짐을 들고, 네가 왜 거기 있냐는 식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고 여자는 말했다.
난 가끔 그게 꿈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그리고 여자는 천이 뜯긴 좌석들을 치워줄 것을 부탁했다. 먼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것들의 해체였다. 더 이상 의자라고 볼 수 없는 것들. 소년들은 힘을 쏟을 필요가 있었다. 옷에 별을 단 이들의 엉덩이를 가장 가까이서 마주했을, 고귀한 신분 출신의 의자들은 시골 소년들의 손에서 조각조각 부서져 아우성쳤다.
여자는 이만하면 됐다며 부서진 조각들을 한쪽으로 몰아넣고, OP의 나머지 구역들을 구경시켜 주었다. 지하의 벙커, 전쟁 때 통신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텅 비어버린 2층, 병사들이 눈을 붙이던 작은 공간. 여자는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았고, 소년들은 광경을 소중히 눈에 담을 뿐 질문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자가 지름길을 말해주길 차분히 기다렸다.
이제 때가 됐네. 아쉬워. 너희들하고 헤어지는 게 말야.
여자는 소년들이 귀를 쫑긋하는 것을 확인 후 이야기를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