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How…?”
나, 경아(아내)
나는 대머리다. 내가 남과 다르고 이상한 줄 정말 몰랐다. 내 주위에는 늘 외국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파란 눈, 검은 피부, 하얀 피부, 흰머리, 노랑머리, 대머리에 뚱뚱보, 흰 수염에 말라깽이, 심지어 눈썹이 노란 외국인까지 다양한 친구들이 거의 매일 나랑 같이 지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는 왜 다르냐고 이상하냐고 아무 도 물어본 적이 없다. 정상의 기준이 있어야 서로 다르고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정상은 또 뭐란 말인가.
외국인 교수 중에 나랑 장난 코드가 딱 맞는 친구가 있는데 Mark S Warner 교수다. 우리는 장난 삼아 정상의 기준을 만들었다. 서로 자 기가 정상인 것이다. 그 후로, 나와 다른 너는 무조건 비정상이고 만날 때마다 나와 다른 점을 찾아 서로 놀리는 것이 일과였다.
2002년 결혼할 때 나는 대머리고 11살 어린 경아(아내)는 백합보다 아름다웠다. 결혼식 때, 내 친구 외국인 교수들이 다 왔다. 그들은 다 같이 앉아 서 한국식 결혼식을 교회에서 하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동참해 줬다. 근데, Mark 교수가 신랑 한번 신부 한번 번갈아 보더니 나같이 생긴 것이 백합 같은 여인과 결혼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듯 어깨를 들썩들썩 올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Why…?” “How…?”를 반복하면서 옆에 앉은 사람들에게까지 “Why…?” “How…?”의 답을 구하면서 자꾸 소음을 만들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 단체 사진 촬영을 위해 외국인 교수들을 앞으로 다 나오게 해서 내 뒤에 서게 했다. 카메라맨이 신랑 신부만 앞으로 3보 나와서 마주 보고 키스하라고 했다. 경아와 내가 그윽한 눈빛으로 서로 마주 보자 Mark 교수가 뒤에서 “Oh my god, oh my god”을 허겁지겁 연발하더니 우리가 키스하자
“Oh, no~” 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Call the police!” 고함을 질렀다. 이건 장난이다 치지만….
결혼식에 참석하는 외가 식구들은 신랑 신부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는 모르는 체 당사자들이 알아서 연애하고 사랑하니깐 결혼하겠지 하고 그냥 기분 좋게 축하해 주러 오신다. 조금 늦게 도착한 우리 이모 (서울)와 신부의 이모 (울진)가 교회 결혼식장 뒤편에 서서 두 손을 모으고 엄숙한 결혼식을 보고 있었다. 신랑의 얼굴 한번 신부의 얼굴을 번갈아 보시던 신부 이모가 우리 이모에게 다짜고짜 “아이고~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이게 뭡니까? 아이고~” 하고 따지자, 당황한 우리 이모가 신랑 신부의 얼굴을 한 번씩 보시더니 신부의 이모에게 “아이고~ 미안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무조건 진심 가득한 사과와 위로를 했단다.
결혼식 후, 경아는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서 지내왔다. 나는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교회에서 활동은 거의 없었다. 주일에 아이들 손잡고 교회에 예배드리러 갔는데 1층에서 할머니 권사님 한 분을 만나 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그 권사님과 경아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서로 알게 된 사이인가 보다. 권사님이 경아에게 “아이고~ 아가. 이쁘기도 하지, 어떻게 이렇게 예쁠꼬” 경아가 “감사합니다. 여기 우리 아들이에요” 하고 소개를 하자 권사님이 “뭐라고? 결혼해서 아들도 있어? 세상에~ 신통방통하네. 아들도 엄마 닮아서 참~ 이쁘네~” 그리고 경아가 “여기는 우리 남편이에요” 하고 나를 소개하기에 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으며 씩씩하게 인사드렸다. “안녕하세 요, 권사님! ^^”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나를 훑어보시던 권사님이 갑자기 경아 손을 덥석 붙잡고 하는 말이 “아이고~ 어쩔 거나이~” 하시는 거였다.
교회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내 단골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있었다. 경아가 내 옆자리에서 핸드폰을 보고 아이들은 뒷좌석에서 놀고 있었다. 주유원이 차 안을 이래저래 보더니, 나에게 ‘애들이 셋이요?’ 하는 거였다.
허 참…. 내가 어이없어하자 경아가 무심히 말했다. “내가 당신한테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당신이 본 권사님과 주유원은 지금껏 나한테 와서 그렇게 말한 수 없이 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일 뿐이야. 우리 집 앞 슈퍼마켓 아줌마도 나한테 그랬고 어떤 때는 나도 잘 모르는 사람조차 다가와서는 우리 둘이 어쩌다 결혼하게 됐냐고 다짜고짜 물어본 적도 있어 “ 어이없는 질문과 위로를 안 받는,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의 기준이 도대체 뭔가?
응답하라. 대한민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