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막
나솔이가 1학년이 되어 학교에 가고 이제 글자를 읽기 시작했다.
나솔이는 자기 눈에 보이는 글을 그냥, 그냥 읽는다.
집에서 외국영화 한 편 틀어 놓고 네 식구가 소파에 앉아 보고 있다.
나솔이가 한 장면 한 장면에 나오는 모든 자막을 읽는 것이다. 대견한 게 아니라 짜증이 나서 죽겠다.
시끄럽다. 아니, 누가 영화 보는데 옆에서 자막을 소리 내서 다 읽는 단 말인가?
참고 또 참다가 나웅이가 먼저 짜증 냈다.
“나솔아, 자막을 소리 내서 읽지 마. 시끄러워. 영화에 집중도 안 돼”
나솔이는 대답했다.
“나는 글자를 읽어야 저 영화가 이해돼. 난 소리 내서 읽어야 해”
엄마가 말했다.
“그럼, 소리 내지 말고 그냥 마음속으로 읽어”
나솔이가 대답했다.
“마음은 입이 없잖아. 마음은 소리도 못 내고. 난 소리 내서 읽어야 해”
“난 소리 내서 읽어야 저 영화가 이해돼….”
고마운 나솔이 덕분에 (때문에?) 우리 세 식구는 옆에서 자막을 읽어 주는 한 놈 때문에 눈뜬장님이 되어
원하지도 않았던 '동시통역'으로 영화 한 편을 다 보았다.
* 애완견, 아기 …. 나와 같지 않은 이들과 같이 살 때는 서로 다름을 포용해야 할 듯.
그런데 사랑이 있으면 포용은 저절로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