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그 더러움

책임

by 김형록

나솔 : 아빠, 나는 가래침 차 밖으로 뱉고 싶어.


아빠 : 넌 안돼. 힘이 없어서 멀리 못 뱉잖아.


나솔 : 아빠, 나는 할 수 있어. 딱 한 번만 차 밖으로 가래침 뱉게 해 줘.


아빠 : 안돼, 그냥 휴지에 뱉어.


나솔 : 아빠,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가래침 차 밖으로 뱉어 볼게. 응?


아빠 : 안된다니깐. 그건 어른이 되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힘차게 멀리 뱉어야 해.

넌 어려서 안 돼. 힘도 없잖아. 절대 안 돼. 전번에도 네 고집대로 차 밖으로 가래침 뱉게 해달라고 해서

어떻게 되었니? 그대로 흘러내려서 내가 차 닦았잖아. 안! 돼! 요!


나솔 : 아빠, 나도 이제 할 수 있어. 이제 멀리 힘차게 뱉을 수 있어.

딱, 한 번만 가래침 차 밖으로 뱉게 해 줘, 응? 응? 응?


아빠 : 안! 돼! 요!


나솔 : 왜, 안돼. 내가 책임질게. 내가 가래침 멀리 못 뱉으면 내가 책임 다 질게. 내가 내려서 휴지로 다 닦을게.


아빠 : 그래?


나솔 : 그래.


아빠 : 좋아. 그럼 연습부터 해 보자 (차를 길가에 세웠다)


나솔 : 야호~~~, 아빠 최고.


아빠 : 자, 지금, 차가 서 있는 상태에서 가래침 멀리 뱉을 수 있으면 네 말 믿어 줄게.

(차 창문을 내려 줬다. 백미러로 지켜봤다)


나솔 : (창문 밖으로 새 머리 같은 작은 머리를 내밀고) 카아~~악, 툇!


아빠 : 으이그…. 내가 미쳐…. 봐라 봐. 내가 못살아. -.-


나솔 : 으~ …. 붙었다…. 차 문에….


아빠 : 책임져. 나가서 닦아.


나솔 : 휴지 줘 -.-


* 더러웠다. 근데, 사람은 자기가 직접 해 봐야 어떤 건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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