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 선과 악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흥행에 실패한 명작

by 소울

줄거리 [출처] 네이버 영화


병구는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는다. 이번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에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다. 병구는 분명히 외계인이라고 믿는 유제화학의 사장 강만식을 납치해 왕자와 만나게 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한편, 경찰청장의 사위인 강만식의 납치 사건으로 인해 경찰내부는 긴장감이 감돌고 지금은 뇌물비리 사건으로 물러나 있지만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명형사인 추형사는 병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집까지 추적해 온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강사장은 기상천외한 고문을 견딜 수 없게 되자 급기야 병구가 수집해놓은 외계인 자료를 훔쳐보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낸다. 이제 승리는 누가 상대방을 잘 속여 넘기는가에 달려있다. 외계인의 음모를 밝히려는 병구와 외계인(으로 추궁당하는) 강사장의 목숨을 건 진실 대결. 과연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병구는 개기월식이 끝나기 전에,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지구를 지키는 것조차 한 개인의 이기심이다


너 괴롭힌 놈들 다 잡아다 죽이면 그럼 지구가 지켜지는 거야?
나머진 다 네 복수 상대였잖아.

강사장 대사 중,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주인공은 미치긴 했지만,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나온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이 ‘선’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더 깊게 들어가 보면 강사장의 말대로 주인공은 자신의 복수심을 해소하기 위해 움직이는 인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강사장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며 그를 괴롭히는 것도, 결국 자신의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주인공이 처음 강사장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땐, 오히려 두렵다기보단 기뻐했을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감금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신을 악으로 만드는 일이지만, 외계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흥행 실패를 안겨준 B급 감성의 포스터


옛날부터 선과 악이라는 개념에 대해 의심을 품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이후, 더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선을 가장하고 있지만 자신 개인의 복수심으로 무구한 인간을 여럿 죽인 주인공과, 병구와 대적해 악당처럼 보였지만, 사실 인류에게 기회를 주고, 치료를 하려 했던 강사장. 이 중에 누가 선이라고 할 수도, 악이라도 할 수도 없다. 오로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용기 있게 맞선 순이는 병구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 중간에 죽고 만다. 나는 순이의 죽음이 무결한 선은 없다는 뜻의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중간에 강사장은 이런 얘기를 했다. 모든 종족 중에 서로를 죽이는 것은 인간들 밖에 없다고. 그리고 강사장이 그 대사를 하면서 나왔던 나치 사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실제로 외계인이 바라보는 우리 지구인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하며 좀 더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양봉을 하는 병구의 모습 - 복선

형사가 병구가 범인임을 알게 되고, 그에게 총을 쏘는데 그 순간 병구는 형사에게 꿀을 뿌려 벌들의 공격을 받게 한다. 형사는 벌들을 피하려 하며 총을 쏘는데 한 방에 한 마리의 벌만 죽을 뿐 무작위로 날아오는 수십 마리의 벌떼를 진압할 수는 없었다. 결국 형사는 벌들에게 쏘여 죽고 만다. 이 장면과 대비되는 장면이 바로 병구가 죽는 순간이다. 이미 심하게 다친 병구가 마지막 힘을 다해 강사장에게 총을 쏘려는 순간, 그 뒤에 나타난 형사가 병구에게 총을 쏘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 뒤에 우주선으로 돌아간 강사장이 바로 지구를 폭파시키는데, 지구를 지키려 한 인간을 죽임으로써 인류가 멸망하게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강사장이 했던 대사와 이어지는 부분이다. 결국에 인간을 죽이는 건 인간이라는 점이 말이다. 우리는 적과 아군 하나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아둔하고 무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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