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와 D사이의 C

그래서 장 폴 사르트르는 옳은 선택을 했을까?

by 개미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

누가 이런 이마를 탁 칠만큼의 멋진 말을 했을까 했는데 윤리 교과서에서 한 번은 본 적 있는 철학자가 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멋진 선택을 했을까...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었을 테다.

여태까지의 선택들을 후회하냐고 물으신다면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확신 있게 이야기는 할 수 없으나 또 그렇게 서럽지도 않다. 그 선택 덕분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했고 내 인생에 굳이 엮이지 않아도 될, 아니 엮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또 엮여서 고마운 인연들도 존재하게 되었으니 이래서 세상은 공평하다고 하나보다.

흠, 공평하다고 해도 엮이는 바람에 생각하기도 괴로운 사람들이 좀 많아서 되게 비싼 값 주고 인생 공부를 한 셈이다. 누가 그러던데 본인의 기준에서 이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광물을 바라보는 광물학자처럼 바라만 보라고. 난 광물학자가 되긴 글렀어.


아, 또 옆길로 샐 뻔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전공을 선택한 것도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지금 연구원을 하게 된 것도 다 내가 선택한 것이다. 더 이상 선택하며 살고 싶지 않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난 여전히 선택을 하고 있으며 오롯이 혼자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다.

선택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외로워도 슬퍼도~ 항상 나의 도피처는 공부였다. 그렇다고 완전 모범생도 특출하게 똑똑한 사람도 아니다. 항상 어중간했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딱히 못하는 것도 없이, 그냥저냥 반에 하나쯤 있는 지나가는 학생 1일뿐이었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참 많은 공부가 나를 스치고 갔는데, 정리를 해보자면 1. 그저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새벽에 영어회화 학원을 다닌 것, 2. 또 겁도 없이 전문직 시험을 직장병행으로 시작해 몇 년 동안 붙잡고 있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했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다가 나 한순간에 새됐... (아직 그 시험에 엄청난 미련과 속 쓰림이 있어도 외면할 것), 3. 그 허망함을 벗어나기 위해 덜컥 직업상담사 공부를 시작한 것도 (필기 합격 후 실기시험에 떨어지고 아주 미련 없이 놔주었다), 4. 또 허망한 마음에 위생사 시험을 쳤고 4. 더 나아가 보건연구사라는 공무원 시험까지… 5. 아 그리고 산업위생관리기사라는 기사 자격증 시험공부도 했다.

그래서 그냥 나는 뜬금없이 위생사 면허증, 산업위생관리기사 자격증을 들고 있고, 보통 직장 생활하는 사람보다 노동법을 조금 더 알고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뭘 해야 하나 뒤적뒤적...

이 모든 것들이 나의 도피처였고 나의 선택이었다. 지금은 조금 아프고 내 갈 길 잃은 사람처럼 흐물흐물하지만, 지나고 보면 이 선택들이 어리석지 않았기를 바랄 뿐.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수많은 선택들을 했다. 이 선택들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지는 모를 일이지만 난 사르트르 말대로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연속된 선택 속에서 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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