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 수 없는 밤, 그 흔한 밤이 오면

퇴사를 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by 개미

누군가는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고 하던데, 나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글을 쓰려고 하면 항상 손과 머릿속이 엉켜 버린다. 그래서 정리라는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복잡하게 살 수는 없기에 다시 써 본다.


퇴사를 했다. 3월, 4월, 그리고 5월… 이제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 사이에 일이 많아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체질적으로 백수도 안 맞고 직장인도 안 맞다. 아, 저는 어디로 가야 하죠…


진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있긴 하지만, 이것마저도 그냥 국제미아가 된 느낌이다. 길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외면도 하고, 회피도 하고… 지금은 내 우울감이 너무 긴 것 같다. 무기력하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조용히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니 몸이 더 건강하지 않은 느낌이라 더 괴롭다.


이러한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도중에도 23살부터 몸담았던 분야에 대한 길은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허탈했다. 애정이 없는 건지, 그만큼 질려버린 건지… 아마 난 그걸 사랑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혐오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무미건조했다. 차라리 확실히 싫어했더라면 깔끔했을 텐데.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다는 게 가장 나쁜 징조였다. 나에게 일이 그랬다. 나에게 일은 아직도 좀 더 멋진 존재인가…? 철없이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내가 더욱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내가 과학을 했던 기억이 있는지, 과학을 하긴 했던 건지, 내가 한 것이 과학이 맞긴 한 건지…


왜 그랬을까.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걸 왜 이렇게까지 외면하고 있을까. '내가 했던 건 진짜였나'라는 질문이 점점 '내가 진짜 존재하긴 했나?'로 바뀌는 기분이다. 내 흔적이, 내가 보낸 시간이, 너무도 허무하게 느껴진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아니, 애초에 시작이 있었던 걸까?꼬리에, 꼬리에, 꼬리에, 꼬리에...꼬리를 무는...

그 시절을 지우고 싶지는 않다. 분명히 무언가는 남았을 테니까. 여태 그렇게 믿고 살아왔으니까.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들은 미화되기 마련이고, 내 안의 어느 곳에서 이런 감정들이 나를 다시 일으킬 수도 있을 거야. 당장은 그 가능성조차 믿기 힘들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난 그냥 나아간다. 초연(超然). 초연하다. 아는 단어지만 딱 정의할 수 없는 단어를 곱씹는다. '어떤 현실 속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하다.' 이 단어의 뜻을 한참 들여다본다. 나의 현실과 이상의 틈 사이에서 늘 헤매고 있을 나에게 주는 편지는 여기까지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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