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전

by 시화

일산에서 광화문

광화문에서 과천 지나

한반도의 몸통 가로질러

흑산도로 내려가던 길 차창에 비친

할아버지 계신 함평


조막만한 어린 손 붙잡고

놀이터 들러 그네 밀어주시던 투박한 손짓

문방구 들러 사탕 쥐어주시던 비밀스런 다정함

뭐든 크게 하는 법 없었던 흐뭇한 웃음

잠잠한 사랑이 언제든 돌아올 고향이 되어주던 순간들


할아버지 돌아가시던 열아홉의 겨울

제일 아끼던 손주라는 말답게

나는 제일 크게 엉엉 울었고

태어나 처음 가본 할아버지의 고향에서

묻히신 곳 어디인지 잊고 싶지 않아

어느 바위로부터

오른쪽으로 몇 발자국

앞으로 몇 발자국

떨리는 목소리로 녹음해둔 음성 파일은 없어졌겠지만


할아버지는 분명

당신을 닮은 손녀의 둥근 언덕같은 이마에 묻히셨겠지

그 안에 영영 계시겠지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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