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얼굴이 고개를 내밀 때
홀로 떠나온 바다.
계획이라고는
바다를 눈이 시릴만큼 가득 담기, 책 읽기,
바다에 꽃 떠내려보내기뿐이었다.
이것들이 내가 실감할 수 있는
위로와 행복의 최선이기에
나는 바다에 왔다.
서해의 회색 바다 말고,
파아랗고 푸른 동해의 바다를 보고 싶어
새벽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감았던 눈을 뜰 때마다 변하던 하늘의 색.
그토록 보고팠던 바다를 마주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쓸쓸할 줄만 알았던 겨울바다가
흰 빛을 뿜으며 부서지는 파도가
따듯하게 반짝거리는 모래 한알한알이
너무나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서,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 것만 같았다.
혼자 간 바다는
장소라기보다는 생명체 같아서
해묵은 감정과 마음의 이야기를
넘실거리는 파도에게 잔뜩 들려주었다.
두 시간이 넘도록
백사장에 앉아 넘실대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마음과 떠내려가는 마음을 보았다.
지금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나오면 된다고
바다가 그때의 나를 다시 들려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2022년 늦은 겨울과 이른 봄의 사이, 안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