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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장

by 콜리


지금까지 학교에서 해왔던 레벨 테스트나 중간고사와 다른 자격증 시험이기에 따로 교재를 준비하고 여러 분야로 나뉜 시험 구성을 위해서 따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대학을 가거나, 회사에 입사를 하거나, 어느 선택지든 꼭 필요한 성적이었던 만큼 저의 한계는 신경 쓰지 못하고 또다시 하루하루 무리한 목표와 계획들을 세우면서 스스로 몰아세웠죠. 바쁘게 살아야,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 바로 눈을 감을 수 있게 시간을 보내야, 뒤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요. 장학금을 위해 애써 쌓아 왔던 저의 커리어의 시작이 다시 멈추지 않게 열심히 달렸죠.


기계든, 사람이든, 쉬지 않고 빠르게만 달린다면 고장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버티면 된다는 마음으로 견뎌봤지만, 몸도 마음도 서서히 고장 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무리한 일상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장학금이라는 첫 목표 달성 이후, 느슨해질 것만 같아서 빽빽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옷도 반팔에서 긴팔로 두꺼워졌죠. 새해를 맞이할 연말이 다가왔죠. 코 끝이 시려지고 하얀 입김이 나기 시작하면서 찬 공기가 온몸으로 퍼지니 복잡한 감정들이 몰려왔습니다. 올 해의 나는 어땠는지 돌아보며, 무엇을 위해 살아온 해였으며 유학 생활에 만족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가 무서워 새해를 맞기 위해 잠시 귀국을 결정했습니다.


아직 일본에서의 나의 미래를 선명하게 그리지 못한 상태에서 일시 귀국이어서 그런지 이대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남들이 나에게 실패한 도전이었다고 여기면 어쩌나라는 불안한 마음으로 두꺼운 옷들을 캐리어에 담았어요. 도쿄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봄이 지나 여름이 오는 시기 었어서 가벼운 옷뿐이었지만, 한국으로 잠시 돌아가는 짐에는 무거운 겨울 옷들이 많았죠. 짐을 챙기다 보니 캐리어의 무게가 이유 모를 불안한 마음과 함께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국으로 잠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러 들어왔어요.

9개월 만의 한국이, 서울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반 공사를 하고 있었던 건물은 어느새 하늘과 가까워지고 꽃이 만개했던 봄이 지나, 콧 끝이 시린 겨울로 바뀌는 초겨울이 시작된 계절. 그래서 한국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죠.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사 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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