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장
어색했던 한국에서의 10일. 2주 이상 체류 시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입대를 해야 했기에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그 이상 있을 수는 없었죠. 8개월 만에 보는 가족, 친구들이 반가웠지만 가족 간의 갈등, 앞으로의 유학생활에 대한 부담감으로 마냥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구들은 체중이 많이 줄어든 저를 보고 많이 안쓰러워하면서도 유학 생활에 대한 환상으로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저도 유학 길에 오르기 전에는 타국 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처음 느꼈던 설렘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죠.
어수선한 집 안 분위기 속에 형식적인 안부 인사와 장학금 타느라 고생했다는 말이 전부였지만, 어려운 시기에 저 혼자만 속 편하게 타국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엔화 환율이 역대 최고점 시기에 더 어려웠지만 그래도 장학금을 탄 것만으로 조금 위안이 되었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대학은 무슨 과로 진학할지 앞으로의 진로 문제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으셨고, 저는 알 수 없는 부담감과 책임감만 안은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죠. 새해는 집에서 보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일본에서 새해맞이를 못해 아쉽기도 했습니다. 집을 떠나 다시 도쿄로 오는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약 2주 만에 다시 만나는 도쿄의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한국에서부터 가진 무거운 부담감은 잊고 다시 일상을 보내기 시작했죠. 하지만 무의식 속에서 더 책임감을 안고 유학 생활을 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어학교 2년 차. 2년이면 좋은 대학,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진학할 수만 있을 것 같았지만, 일본어만 익히는 데에 시간을 쓰기에도 부족했죠. 어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과 진지하고 상세한 진로 상담과 겨울 방학이 끝나고 새해의 여운이 아직 채 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학기를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