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장
한 학기가 반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앞으로의 일본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선택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본어능력시험(JLPT) N1와 N2 동시 도전, 그리고 어학교 졸업 후 진로 결정. 나름 일본어에 자신감이 붙은 시기라 N1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많이 개정되어서 시험 구성이나 형식도 바뀌어서 난이도가 높아졌지만 과거의 일본어능력시험은 1년 정도 꾸준히 공부했다면 N2까지는 큰 무리 없이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N1과 N2의 차이는 과거에도 동일하게 컸지만 N2를 취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도전할만했죠. 여태까지 약간의 도피성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시험, 자격증에 대해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을, 한 분야를 평가하는데 시험 성적으로 평가를 한다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를 모르는 사람이 저의 기준을 보기 위해서는 종이에 적힌 숫자들이 필요했고, 앞으로 무엇이 되었든 도전하기 위해서는 시험 성적과 자격증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발적으로 도전하는 첫 시험이자 자격증. 수험생일 때도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나에게 필요하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수많은 도전을 위해서 테스트를 한다는 것이 설레면서 배움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의무적이고 반강제적으로 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인생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공부는 스트레스와 고민 덩어리가 아니라 과정마다, 매 순간마다 나를 위한 시간으로 다가왔습니다.
1년 하고 한 계절이 지난 후에야 처음 치른 시험. 1여 년 동안 여러 힘든 과정 속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후이기에 조금은 나태해질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목표와 과제가 생기니 다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점점 여름의 열기가 오르는 시기에 저는 N2급 시험만 치르기로 결정하고 다시 하루하루 충실하기 시작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