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공이

부러진 시간의 모퉁이에 그림자가 앉고

황달에 걸린 도시에 매니큐어를 바르면

너는 축구하러 가자고

축구공이 탱탱하지 않다며 운다

슬리퍼를 끌고 함께 운동장으로 향한다

색 바랜 문방구에서

축구공의 입에 바람을 불고

형, 공이 아침에 선 좆처럼 딴딴해졌어

그래

이 껍질을 벗기면 뭐가 있는 거야

동생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울어진 학교로 들어간다

운동장엔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중심을 잡으려고 뛰어다니고

네가 휘파람을 불면 양편이 갈라진다

녹슨 기억을 담은 축구공이 네트를 찧어대면

태양은 열점을 향해 응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