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Poetopia

나의 시 구절 : 봄이 와요

by 선휘 BooKson

봄이 와요




봄 햇살이 따스하게 나무를 감싸고 새들은 햇살을 하나씩 입에 물고 있어요

동네 강아지들도 골목을 쏘다니며 숨바꼭질을 하죠

청계천 공터 한 구석, 큰 쓰레기통이 보여요

그 속엔 더럽지만 귀티가 나는 여자가 살고 있어요

여자는 느닷없이 웃다가 갑자기 울어버리곤 해요

그 여자, 돈도 이름도 친구도 가족도 없어요 없음이 그녀의 재산이에요

그 여자! 아무나 만지고 잠을 자요 그래도 여자는 웃기만 해요

그 여자, 그렇게 계절을 보내고 이듬해 겨울에 아기를 낳았어요

동네의 많은 남자들이 아기의 아빠가 될 자격이 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아요



어쩜 모두가 아이의 아빠라 그런지도 몰라요



그 여자, 산파도 없이 혼자 아기를 낳아 이빨로 탯줄을 끊었어요

짐승이 세상에 나온 새끼를 품듯 아기를 깨끗이 핥아주었어요

그리고 젖꼭지를 아기의 입에 물려주었죠

젖이 나오지 않아 아기는 참 많이 울었어요

겨울 안개가 온 세상을 삼킨 새벽,

안개를 찢으며 여자가 짐승처럼 꺼이꺼이 울었어요

아기가 멀리 간 거예요 그 여자, 가족이 생겼는데 다시 잃었어요


봄이 와요

그 여자, 남자들과 웃고 있어요

벚꽃은 눈사태처럼 쏟아지고 아이들은 술래잡기를 하며 깔깔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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