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섬이야기(78)

신선바구와 중빠진 굴

by 명재신

신선바구와 중빠진 굴


내기 한판 하실까요?


쑥섬에 가서 '신선바구'에 올라서 내기바둑 한 판 둘까요? 아니면 '신선바구'에 자생하는 해송의 3가닥 솔이파리로 누구 것이 세나 내기 한 판하면 어떤가요?


해서 진 사람이 '신선바구'의 이쪽과 저쪽을 뛰어넘기를 하는 것입니다.


어떠세요? 한번 쑥섬 '신선바구'에 올라 '신선놀음' 한번 하실까요?


왜 사람들은 내기를 즐겨했을까요?


풍경 좋은 '신선바구'에 올라와 먹고 마시면서 노래하고 춤도 추면서 저 멀리 '서바닥/서쪽바다' 쪽으로 펼쳐진 망망대해와 구름과 바다와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면서 웃고 즐기고 내려가면 될 것을 너와 나를 비교하고 이기고 지는 것을 판가름하려 하는 걸까요?


참 모를 일입니다.


그 옛날 옛적에 쑥섬에서도 그랬답니다.


'신선바구'와 '중빠진 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가 쓴 내용과는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맥락은 같습니다.
천길 낭떠러지의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게 하는 내기를 하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탁발승의 이야기가 이 절벽과 아래에 있는 자연동굴의 이름이 되어 있습니다.

쑥섬에 있는 '신선바구'와 '중빠진 굴'에 대한 전설입니다.


어릴 적에 '전설 따라 삼천리'에 방송이 되기도 했던 굴로써 외부에 오래전부터 이름이 알려진 절경이면서 재미있는 내력을 갖고 있는 굴이기도 합니다.


'중빠진 굴'이 있는 그 절벽 위에는 '신선바구/신선대'라고 하는 너른 바위가 나오는 데 그곳은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노닐던 곳이라고 해서 이곳 또한 '서바닥/서쪽바다'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이기도 합니다.


'중빠진 굴'의 전설은 바로 이 '신선바구'하고 관련이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쑥섬에 자주 찾아오시는 탁발승(托鉢僧)이 계셨답니다.


그 스님이 어느 날 '신선바구'에 내려와 도를 닦던 신선과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바둑알이 하나가 굴 아래로 굴러 떨어져 누군가 주워와야 했는데 내기바둑을 해서 지는 사람이 바둑알을 주워오기로 했답니다.


그러자면 '신선바구' 바로 옆에 있는 절벽 사이를 뛰어넘어서야 했는데 내기바둑에서 지게 된 탁발승이 그 절벽을 넘다가 도력이 부족한 나머지 천길 아래 절벽으로 떨어져 죽었다고 한 데서 '중빠진 굴'이라는 지명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 같지는 않지만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쑥섬을 살다 간 많은 이들에게 어떤 계고(戒告)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합니다만 쑥섬사람들은 추석명절이 되면 송편과 과일 그리고 먹거리를 싸고 올라와서 '중빠진 굴' 위에 있는 '신선바구' 올라와 신선놀음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또한 거기에서 내기를 즐겨했었습니다.


'신선바구' 주변에는 솔잎이 3개짜리인 해송의 자생지이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솔잎을 따와서 서로 걸어서 당기면 그중에 단단한 솔잎은 견디고 약한 솔잎은 갈라지게 되는데 이 내기를 해서 진 사람은 내려가서 '중빠진 굴'에 있는 '붙무테이'이라고 하는 물고기를 잡아오게 한다든지 해서 '신선바구'에서의 신선놀음을 즐겨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진 사람에게 전설에서 처럼 '중빠진 굴'의 이쪽과 저쪽을 뛰어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중빠진 굴'은 해식 동굴입니다. 파도와 바람과 그리고 위에서 떨어지는 낙수에 의해서 만들어진 굴이면서 오랜 시간 부엉이가 서식하는 곳이었습니다.


유년시절에는 이 즈음에 이곳 절벽에 사는 부엉이 새끼를 잡으러 간다고 위험천만한 절벽을 타다가 떨어져 다친 동네형도 있었고 낚시를 한다고 이곳까지 넘어와 커다란 농어와 감성돔을 낚아 오기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동굴 안까지 들어가 본 쑥섬사람들은 많지를 않습니다.


그것은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를 타지 않으면 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인데 '자장궂은' 저희는 유년시절에 수영을 해서 종종 그곳까지 들어가서 동굴 안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파도가 치기라도 하면 동굴 안으로 몰아치는 파도소리가 공명으로 해서 엄청나게 커다란 소리가 절벽을 타고 오르기 때문에 파도소리가 또한 일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파도가 치는 날에는 산을 넘어와 굴 앞에서 파도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었습니다.


'중빠진 굴'은 얼마 전까지 탐방객들이 내려올 수 있도록 했었습니다만 이제는 안전성 때문에 '성화등대' 앞에서 내려가는 계단 입구를 막아놓았습니다.


아마도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 했지 싶습니다.

오른쪽 사진의 일출이 이는 그 협곡이 바로 이 벼랑의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어져 있는 천애절벽입니다. 여기를 뛰어넘다가 떨어져 죽은 '탁발승'에 대한 전설이 바로 '중빠진 굴'입니다

그리고 여기 둠벙에만 사는 물고기가 있었습니다.


저희들이 부르는 이름으로 ‘붙메테이‘라고 하는 바다 배도라치 중에 한 종류인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만 정확한 이름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서식을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5월 쑥섬에 찾았을 때 가서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만 아직 있는지는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올여름에 다시 쑥섬에 들게 되면 '붙메테이'라고 하는 귀한 물고기가 아직도 서식을 하는지를 좀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물고기의 사진도 좀 찍어서 생물도감에서 어떤 이름을 갖고 있으며 서식지가 어디인지도 좀 알아보고 싶습니다.


살아오면서 저는 늘 여기 둠벙에 대한 꿈을 자주 꾸었는데 그곳에 앉아서 '붙무테이'를 낚으며 천애절벽으로 몰아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신선놀음을 하는 꿈을 꾸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중빠진 굴'까지 내려가지 못하더래도,


언제 한 번 쑥섬에 들 일이면 저기 중빠진 굴 위에 있는 너른 반석인 '신선바구'를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일행들과 잠시 앉아 '서바닥'을 조망하시면서 내기 한 판 하시지요?


마을로 내려가 쑥섬호 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중에 시원한 쑥차 한 잔 사시는 걸루요?


어떠세요?


여기 듬벙이 붙무테이가 서식하는 곳입니다.

중빠진 굴*


돌고 돌아 다시 되돌아 나오는

거친 숨소리 파도 소리


내기도 앞 뒤를 재 가면서

했어야지

천길을 오르려고

천만 번을 거듭 부딪히는 미련아


소리로 소리하는

소리로 소리를 전하는


신선은 위에 있고

중은 빠져 굴이 되었다고


오늘도 소리소리


파도 소리만 드높네

아직도 시퍼렇게

깊고도 깊은 굴에서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천길 벼랑을 오르는

파도만 부르고 있네


출처 : 제4시집 쑥섬 이야기 중


*중빠진 굴 : 쑥섬에 있는 자연 동굴의 이름이다

동굴 위에는 신선바위가 있는데 천길 낭떠러지 아래에 이 굴이 있다

굴 위의 신선바위에서 중과 신선이 바둑을 두다가 바둑알이 굴러 떨어졌는데

굴 위 이쪽저쪽을 건너는 내기를 해서 지는 사람이 바둑알을 주워오기로

하고 중이 먼저 건너뛰었는데 건너지를 못하고 천길 낭떠러지 굴 아래로

떨어졌다고 해서 지명이 그렇게 생겼다는 전설이 있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