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나날입니다.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도심의 아파트에서 이제는 에어컨이 없이는 밤잠을 이룰 수가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연 21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힘겨운 밤을 지나고 있는 현재의 서울입니다.
해서 한강변으로 아니면 아이쇼핑이라도 할 겸 해서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로 모여드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여름 휴가철이어서 강으로 바다로 다들 가족들과 이 더운 도심을 피해서 피서를 떠날 계획이거나 피서지에 이미 도착을 해서 더위와 함께 즐거운 여름날을 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놀이들을 하면서 보내고 있을 줄 압니다.
여름 피서지에서 휴가를 즐기는 다양한 놀이들이 있을텐데 다들 어떤 놀이를 하면서 지나고 계시나요?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는 아직도 하고 있을까요?
이미 잊혀진 오래전의 놀이일까요?
쑥섬의 여름 밤도 역시나 더웠었고 많은 식구들이 작은 방에서 오밀조밀 지내기가 보통이 아니었기에 저녁밥을 일찍 먹고 나면 주섬주섬 돗자리와 배게와 홑이불 정도를 챙겨서 선창가로 모여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시절에는 쑥섬에 10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북적대는 섬이었습니다. 70여 가구의 집에 아이들이 2~3명만 되었다고 해도 그만한 아이들이 커나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쑥섬에는 어선들이나 나룻배가 접안하기 위해서 길다란 방파제 형태의 선창이 두 군데 있었는데 ‘건몰짝 선창’과 ’안몰짝 선창‘이었습니다. 이곳이 더운 여름밤을 지내는 최고의 장소였습니다.
쑥섬의 선창가는 쑥섬에서 나고 자란 남녀노소 할 것없이 더운 여름밤을 보내는 유일한 장소였습니다.
그곳에서는 집집마다 저녁 후에 식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옥수수를 간식으로 먹거나 낮에 잡아둔 고둥을 삶아와서 까먹거나 아니면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귀신이야기이거나 도깨비 이야기를 졸라서 해 달라고 하여서 옛날 옛적의 어른들의 경험한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래 아이들이거나 형제들끼리는 주로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라는 놀이와 ‘바까라/바꿔라 바까라/바꿔라 앉은 자리 바까라/바꿔라’ 하는 놀이 등을 하면서 여름밤을 지났습니다.
한 손가락은 코를 잡고 한 손가락은 검지를 그 사이에 넣었다가 뺏다가를 반복하다가 ‘귀‘하면서 그 손은 눈을 가리킨다든지 턱을 가리키면 그걸 주문하는대로 해야하는데 리더의 손을 따라하면 걸려들게 되어 ’가혹한’ 벌칙을 받게 되는 놀이였지요.
그 벌칙은 주로 엎드리게 해서 등을 특정 손가락으로 쑤셔서 그걸 맞출 때까지 쑤셨는데 때로는 주먹으로 내리찍거나 다른 손가락이었다고 해서 거듭 벌칙을 받게 하였습니다.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아직도 입에 착 달라붙어 있는 이 리듬감과 반복적인 손동작이 절로 되게 하는 이 게임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서 멀고 먼 쑥섬마을 선창가까지 따라들어왔을까요?
여름날 작고도 작은 쑥섬마을을 울려퍼지게 하던 어린 아이들의 합창소리는 오밀조밀 붙어있는 쑥섬마을의 온 집안으로 찾아들어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모두 불러내거나 어른들은 자신들의 어린시절들을 회상하게 만들었던 그 놀이의 생명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치기’는 원래 ‘샅치기’에서 유래된 말로, ‘샅’은 사타구니나 두 물건 사이의 틈을 뜻하고 씨름에서 쓰는 ‘샅바’와 같은 어원이랍니다.
‘사치기’는 고대 제철 기술에서 모래 속 철을 체로 거르는 행위를 뜻하기도 하고, 무쇠를 상징하는 말로도 해석된다고 하며 ‘사뽀뽀’는 ‘뽑으오’에서 변형된 말로, 선택하거나 탈락시키는 행위를 상징한다고 하니 이 놀이의 영속성이 괜한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놀이들은 대부분 1970~80년대 한국의 어린이들이 즐기던 전통 놀이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었음에도 현대인들의 많은 향수와 호감을 불러 일으켰고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잊혀져 가던 한국의 전통놀이가 세계인의 놀이문화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들 놀이가 갖고 있는 추억과 공동체성은 지난 시절 잠시 지나간 잊혀진 놀이인 것은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쑥섬마을의 여름밤을 왁작지껄하게 하였던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도 그런 놀이 중에 하나일 듯 싶습니다.
언제쯤이면 다시 쑥섬 선창가에서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의 합창소리가 다시 들려올까요?
쑥섬에 전화를 넣어보니 최근의 유명세를 탄 쑥섬이어서 그런지 올해에는 많은 출향인들이 자식들과 함께 찾아들었다고 하니 아마도 여름날 쑥섬 선창가에는 돗자리가 펼쳐지고 여름날 밤을 울리는 합창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이번 주에 쑥섬에 사촌형제들과 고향집에서 모처럼 모임을 갖기로 하여서 내려가니 거기에 돗자리를 한번 깔아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