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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이야기(15)

천상 낚시꾼

by 명재신

<천상 낚시꾼>


나도 천상 낚시꾼이다.


고향인 쑥섬에서 나고 자라며 보고 배운 것이 낚시였기에 지금까지 평생을 낚시를 하면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낚시와 거리가 먼 건설업에서 종사를 하였지만 나는 낚시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포항제철을 다니던 20대의 포항에서도, 울진 원자력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던 30대에도 그리고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던 40대에도 그랬고 해외에서 근무하던 50대에도 그랬다.


서울에서는 본사 직장 동호회에서 직장 동료들과 낚시를 위해 주로 서해안의 선상 낚시를 다녔고 연례 행사로 동해 대구낚시와 대한해협 심해 낚시, 거제도 바깥 섬인 홍도(갈매기 섬)와 그리고 멀리 흑산도, 홍도까지도 다녀왔었다. 어쩔 때는 서해안 공해상까지 나가서 미터급 대구낚시도 했었다.


해외 근무 시절에도 여건이 허락하면 낚시를 다녔었다. 쿠웨이트, 아부다비, 사우디에서도 어김없이 낚시를 다녔었다. 이때에는 주로 원투 낚시를 다녔었다.


사우디에 근무를 할 당시에는 사우디 동부지역에 있는 곳으로 주말을 이용해서 다녔었다.


거기서 만난 감성돔은 정말 뜻밖이었다. 중동지역에도 감성돔이 서식을 하고 있었고 수심이 1미터 남짓의 수초밭에서 3자 감성돔이 잡혔었다. 그곳은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타후렛‘이라고 하는 섬이었는데 바닷물 속에서 나고 자라는 맹그루나무 군락이 있는 주변에서 놈들은 잡혔었다.


어디 감쉐이 뿐이랴. 그곳에서는 멍석 크기의 가오리도 걸었다가 삼십분을 넘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결국 서로 얼굴만 확인하고 놔주었고 미터급 킹피쉬를 잡는다고 무거운 낚시대를 3년간 챙겨다녔던 시간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가고 있다.



해외에서 낚시를 못 가는 날이거나 낚시를 할 수 없는 여건이 되면 유튜브의 낚시 채널을 즐겨 보았었다.


내가 즐겨본 유튜브 체널은 주로 팀** 유튜브였다. 그녀는 내가 가고 싶어 했던 거의 모든 낚시 현장을 종횡무진으로 다니면서 잘 알려진 낚시 명소의 건재함을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포인트를 찾아 발굴해서 낚시 동호인들에게 길라잡이를 해 주고 있었기에 매번 신상만 올라오면 젤 먼저 당겨 보았다.


정말 낚시를 존중하고 낚시를 하는 이들을 존경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그녀의 부지런함이 나는 고마웠다.


우리나라 어디든지 구석구석 다니며 세상에 숨겨진 멋진 고장들을 소개를 해 준 덕분으로 내가 중동 현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국내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 구세주이다. 그래서 구독을 해 놓고서는 늘 새로운 낚시는 어디서 어떠한 조황을 보이는가를 살펴 보았었다.


국내에 들어가면 그녀가 다녀온 여러 곳을 따라 다녀 볼 생각에 부풀곤 했었다.


그리고 기회가 닿으면 나로도 주변의 숨겨진 낚시 명소도 소개를 해 주고 싶었고 그런 명소가 아직도 철마다 달라지는 어종을 한번 살펴봐 주면 좋겠다는 부탁과 함께 쑥섬 주변에도 오랫동안 낚시 명소가 많이 있는데 그곳도 좀 방문을 해서 ‘꽃섬‘인 쑥섬의 이름과 함께 여전히 낚시가 잘 되고 어떤 물고기가 아직도 잘 잡히는지를 소개해서 주변의 환경여건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린다면 더 좋겠다는 청을 넣고 싶었다


언젠가는 쑥섬의 우끄터리 방파제에서 함께 밤낚시를 하면서 감쉐이를 낚는 시간을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



쑥섬에서 나고 자란 우리들은 적어도 나로도와 쑥섬 주변에 물고기가 잘 잡히는 물목이나 물속의 여나 물속의 ‘쩍밭(모래나 바지락 껍질로 덮인 평평한 곳)’과 물때를 꿰고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물고기의 종류까지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느 때 어디로 가면 어떤 물고기를 낚을 수 있을지를 대략 알고 있었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낚시를 본업으로 해오셨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면서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 물고기란 놈들이 낚시에 끼워진 새우미끼를 나꿰채는 입질의 방식만 가지고도 물 속에 어떤 놈들이 입질을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 그런 놈들의 입질하는 방식을 표현하는 현지어도 특이하고 여럿이다. 그중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면 이렇다.


툭툭, 톡톡, 토옥톡, 톡!, 툭!, 투둑, 투툭, 토톡, 투욱툭, 투우욱, 쭉, 쭈욱, 쭈우욱, 나끈나끈, 우물우물, 쑥, 쑤욱, 쑤우욱….


그중에 쏨뱅이란 놈이 새우미끼를 나꿰채는 입질은 주로 '투우욱'이다.


말 그대로 가장 무식하게 그리고 가장 정직하게 낚싯바늘을 입안에 넣고 앞뒤 가릴 것 없이 낚싯줄을 끌어당기면서 미끼 하나에 목숨을 던지는 놈이 바로 쏨뱅이다.


'우물우물'하며 '간사스럽게' 입질을 하는 농어나 '나끈나끈'거리며 소리 소문 없이 능청스럽게 미끼를 빼먹으려 드는 능성어에 비하면 배짱 한번 두둑한 놈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런 배짱 좋게 입질하는 놈의 어신이 오면 당장은 기분이 좋다. 왜냐하면 무슨 큰 놈이나 되는 듯이 쑤욱 끌고 들어가는 맛이 오지기 때문이다.


다만 챔질을 하고 난 뒤에 뒷손이 따라가서 한 발을 걷어 올려 보면 뒤에 따라오는 무게나 버티는 맛이 없이 그냥 따라 올라오면 그제야 쏨뱅이에게 새우 미끼 하나 뜯겼구나 하고 실망하기 마련이었고 어쩔 수 없이 걷어올리면서 '잔챙이'로 분류되는 놈이 입을 쩌억 벌리고 올라오면 '허허' 하면서 기왕이면 큰 놈으로 올라오지 하면서 커다란 입에다가 입맞춤하듯이 마른침을 튕기면서 '퇴에~'하고 다음에는 이런 잔챙이를 비껴 나게 해 달라는 '의식'을 행하곤 했곤 했었다.



여수에서 출조해서 나로도 곡두여 주변에서 낚시를 하던 어느 해 사진이다.


우리들이 유년시절을 보내던 즈음에는 주업이 낚싯배로 낚시를 하여서 한 집 건너 한 척씩 배를 운영하고 있었다. 일명 '설낶기'라고 하는 외줄낚시를 하는 낚싯배였고 작은 발동선을 타고 나로도 주변에 안 다니는 데가 없이 물속을 더듬고 다녔다.


쑥섬의 배낚시는 가깝게는 내섬도(쑥섬과 사양도 사이 물목), 와다리도(나로2대교 아래 물목), 성머리(나로1대교 아래 물목), 수락도 인근에서 이루어졌고, 멀리는 나로도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염포 '매바구', '꼭뒤(곡두여)'나 탕근녀, '너프리(광도)' '무새기(무학도)'나 '손대(손죽도)' 인근으로 출어를 해서 시가가 잘 나가는 농어, 감성어, 참돔 등속을 잡았다.


시가가 좋은 능성어는 활어로 살려서 팔았고 이들은 모두 활어배가 수매를 해서 일본으로 싣고가서 팔았기에 이문을 많이 남겼지만 쏨뱅이는 마릿수만 많았지 거저 넘기듯이 팔렸으니 일삼아 잡아오지는 않았지만 물때가 맞지 않거나 바람이 심하면 바람이나 파도로부터 잠시 벗어나 피항지로 들어가 잔챙이 쏨뱅이를 낚으며 물 때를 기다리거나 바람이나 파도가 주저앉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렇게 바다에서 하루를 보내는 시간 중에 허기가 들면 점심절에 젤 먼저 도마 위에 오르는 놈은 바로 쏨뱅이었다. 돈 되는 능성어나 감성돔은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이었고 만만한 것이 쏨뱅이였기 때문이었다.


깊은 바다 바위틈에서 잡혀 올라온 탓에 부레에 공기가 들어가면 놈들은 '물칸'이라고 하는 물고기 살리는 칸막이에서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하늘을 향한 채 뒤집힌 채 살아있었고 그런 놈들을 골라 회를 뜨고 살짝 된장을 풀어 고추하고 양파를 넣은 찌개를 끓이면 그야말로 진국이었고 속풀이로 최고였다.



잔챙이 쏨뱅이라고 무시해선 안되리라.


미끼 하나에 목숨을 걸어 버리는 좀은 단순한 물고기지만 속 시원하게 먹이를 나꿔채는 성정들이 부러운 놈들이었으니 이 어지러운 세상을 살면서 늘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제는 그나마 쑥섬에 낚싯배들도 없어진 탓에 쑥섬 주변의 섬이나 물속 여를 찾아가서 손 맛을 보기도 쉽지 않아 속 시원한 탕을 맛보기도 힘들게 되어버린 그리운 쏨뱅이를 언젠가 쑥섬행을 할 때 나로도 항에서 그 맛을 볼 수 있을지 이렇게 쏨뱅이에 대한 단상으로 저녁 허기를 달래 본다.


'투우욱'


이 겨울 그 손맛을 느끼려면 아무래도 낚시 유투브 채널로 팀**의 출조기를 따라 가는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사우디에서 3년을 그랬던 것처럼 이 기나긴 겨울철의 서울나기는 쑥섬 주변의 물 속 바위 틈에서 기다리고 있을 쏨뱅이 낚는 꿈을 꾸면서 그녀의 낚시 탐방기와 함께 쑥섬행을 꿈꾸고자 한다.



1990년대 초 언제 쯤 염포 매바구 근처에서 배낚시로 잡은 농어로 5자 정도 크기이다.




삼도 가는 길


멀고도 멀어

장구 장단 일어 여수에서 백야도 봇돌이 바닥

나로도 거치고도 난바다 다시 너머 가는 길


초도. 광도. 평도. 손죽도. 무학도 건너가면

동도. 서도. 거문도가 모여 있어서

석삼, 삼도라 했지요.


작은 배 하나로

농어. 참돔. 감성도. 능성어 잡으러 가던 길


오늘이야 맑으나 밝아 장판 같은 바닷길이지만

울 아부지 혼자서 오가던 삼도 뱃길은

어찌도 그리 난바다였든지


아직도 멀고나 먼 삼도 길

오늘도 장구 장단 노랫가락 흥청거리는지

갈매기 한 쌍 춤사위가 고웁구나


- 출처 : 2021. 제4시집 '쑥섬 이야기' 중


쑥섬에서 설낶기를 하러 염포 매바구 근처에서 자형과 함께 출조를 했던 사진이다. 이때는 20대였으니 1985년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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