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휴가 차 들어와서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우리 조상님들의 본향 쑥섬에 대한 저의 헌정 시집 '쑥섬 이야기' 출간을 하고서도 코로나로 해서 예정하였던 모든 일정을 접고 심지어는 고향 계시는 친지분들과 회사 동료나 고향 친구들에게까지 아무런 내색도 하지 못한 채로 다시 일터인 사우디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벼르고 별러 3월 휴가 때는 서울에서라도 늦으나마 회사에도 좀 알리고 지인과 고향 출향인들도 초대해서 출간된 시집에 대한 작은 기념이라도 해 볼까 했는데 난데없는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오십만을 넘나드는 상황으로 전년보다 더 심각한 시국이 되어 버린 터라 아무에게도 아무런 연락도 하지 못한 채로 어쩔 수 없이 가족과 형제들만 모시고 고향집에서 모임 겸 해서 출간된 시집을 들고 내려가서 간단하게 출판 기념회를 준비했습니다.
서울에서 누님 두 분을 모시고 고흥 쑥섬으로 내려가고 여수에서 막내 누님 부부, 조카 부부 그리고 남동생이 합류를 하였습니다.
<꽃샘추위 >
남쪽 머언 바다가 그리도 그리웠던지
남도 고향 쑥섬이 얼마나 보고 잡었던지
초등학생 봄 소풍 가는 듯이
간밤에 설레는 맘으로 한숨도 못 잤다며
그리고도
한 짐은 배낭에 짊어지고
양손에 무슨 먹을 것 잔뜩 싸서 들고서는
서울역 광장을 고무줄 뛰어넘듯이
가벼웁게 가벼웁게
나비같이 이쁘게 단장을 하여서는
형제들 모인다고
젊을 적 모든 고생 이제야 한 시름 놓으셨든지
삼월 꽃샘추위 아랑곳 하지 않고
남쪽 고향 찾아가는 길
삼월 꽃바람 맞으러
남도 쑥섬 돌아가는 길
2022. 3. 21
꽃샘추위 시 낭독_세째 누님
서울에서 쑥섬으로 내려간 날은 꽃샘추위가 매섭고 바람이 많은 탓에 어쩌지를 못하다가 마침 쑥섬에 당도하고 이튿날에는 날이 풀리면서 바람도 잦아 들어서 쑥섬의 우끄터리에 있는 '동백꽃길'로 가서 조촐하게 가족 형제들이 모인 가운데에서 가져온 플래카드를 붙이고 '쑥섬 이야기 출판 기념회'를 했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동백꽃숲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돌아가면서 시 낭독도 하면서 저의 고향 쑥섬 헌정시집 출간을 기념하고 형제들의 축하도 받았습니다.
고향 쑥섬의 우끄터리 동백꽃길에는 마침 동백꽃이 지천이었습니다.
쑥섬에서 나고 자란 뒤에 서울로 여수로 출가하여 아들 딸 낳고 길러 출가를 시키느라 이제는 칠십 줄이 되어 버린 세 누님을 모시고 사양도 할아버지 선산이 건네다 보이는 동백꽃길에서 지천으로 피어 있는 동백꽃을 바라며 '쑥섬의 이야기' 시집에 있는 시들을 낭독하고 호호하하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몬당길 시 낭독_둘째 누님
몬당길
이 몬당길은
우리 둘째 누나 쑥 뜯으러 가던 길
쑥을 캐서 쑥향 가득 실어 보내던 길
우리 큰 누나 서울살이 고달픈 양장점 잘 되어라
쑥섬 소식 전하려
조막손 고운 손 쑥향 따던 길
저 뒷먼 비렁길은
우리 세째 누나 찔레순 뜯으러 가던 길
남풍이 불 적이면 찔레꽃 땋아서 머리에 꼽고
어머니 아버지 공부 좀 더 하고 싶어요 뭍으로 보내주세요
섬 처녀 적 노래 부르던 길
그 몬당길 비렁길은
여자의 일생ㆍ아씨ㆍ흑산도 아가씨
그 곱던 목소리 그 고운 노랫소리
넘쳐 나던 길
모자에 동백꽃을 꽃아 주면서 축하해 주는 형제들의 따뜻한 정과 마침 만개하기 시작한 동백꽃길에서 소소한 행사를 하면서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절이 될는지 가슴이 벅찼습니다.
꽃샘추위도 잠시 자리를 비껴주고 봄볕이 내리는 쑥섬 우끄터리 동백꽃길에서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형제들의 시낭독 소리와 동박새 소리가 어우러져 고향 쑥섬의 동백꽃지절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2021.2.28
쑥섬 이야기
고흥 쑥섬은
질 좋은 쑥으로 이름이 드높아 쑥섬이랍니다.
남풍이 불면 쑥섬 몬당 양지 바른 곳에서
아리따운 우리 누님들 삼삼오오 쑥을 뜯으며
아지랑이 살랑거리는 여자 산포바위까지 나아가
서울로 돈 벌러 간 언니 오빠 이름 부르며
머언 하늘바라기를 하였드랬지요
내 고향 고흥 쑥섬에서는
음력으로 삼월 초사리 미역을 으뜸으로 쳤지요
허리춤에 새끼줄 둘러맨 섬 아낙네들
쑥섬 뒤 마당널이ㆍ팽널이ㆍ노루바구ㆍ중빠진 굴
사람 가기 어려운 곳 아랑곳하지 않고
먼 바다 너울 속에서도 초사리 미역 따러
훌렁 훌렁 바닷물로 뛰어들었지요
쑥섬 보리마당에 초사리 미역이 지천으로 널리우고
몬당 섬 쑥으로 만든 쑥 지짐 향기 가득하여
보릿고개도 절로 절로 넘어 갔드랬지요
2021.5.25
쑥섬이야기 시 낭독_명재신(필자)
코로나 상황이 아주 엄중한 상황이어서 쑥섬 마을 분들을 초대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쑥섬지기에게도 함께 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온종일 부부가 함께 몬당으로 거름을 운반하고 뿌리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고서는 형제들만 조용히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때 마침 쑥섬은 물때가 사리 때여서 쑥섬 마을 집안사람 '만년 청년 권호 씨' 부부와 '영범이 형' 부부도 바로 곁에서 초사리 미역을 따고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모처럼 찾은 고향 쑥섬에서의 작은 행사에 코로나로 해서 고향 사람들을 초대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때 맞추어 휴가를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사우디 직장 동료들 덕분으로 가족 형제들만이라도 고향 쑥섬에서 어렵게 자리를 만들어 야외에서 동생의 출판 기념회를 축하해 주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동박새의 아름다운 울음소리와 붉은 입술의 동백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우끄터리 동백꽃숲에서 시집에 들어 있는 시를 누님들이 직접 낭독을 해 주고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정말 쑥섬에서의 꿈같은 이박 삼일을 보냈습니다.
동백꽃길
늘 꽃길만 걸으셨던가요?
간난 했던 여정 돌아보니 어떻던가요
신난 했던 시간들 어떻던가요
오고 가고 피고 지고 언제라고 꽃길만 걸었을라고요
가시밭길 지나면 돌담길, 돌담길 지나면 보리마당
사람 사는 길로 나아가면 빈 집들 수두룩해요
지금 여기에서 쉬었다가요 이 시간을 꽃피워요
노래 불러요 사랑하는 그댈 위해
고맙다고 말해요 여기 함께 한 그대에게
함께 온 길 감사하다고 남은 길 같이 가자고
손 내밀어 줘요 손잡아 줘요
지금이 꽃길이에요
붉은 사랑 겨우내 함께 했던 동백꽃길이에요
늘 꽃길만 걸으세요.
2021.4.25
동백꽃길 시 낭독_첫째 누님
제4시집 '쑥섬이야기'의 출판 기념회는 서울에서 많은 분들을 모시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형제들과 고향 쑥섬의 아름다운 길 동백꽃그늘에서 함께 한 것도 무척이나 뜻깊고 의미가 있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쑥섬 마을 주민들과 쑥섬지기의 땀과 열정으로 거듭나고 있는 쑥섬의 여러 명소들이 다시 꽃 천지가 되어서 쑥섬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다시 찾아 힐링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 나갈 수 있는 아름다운 꽃섬이 되기를 바라면서 세 분 누님과 자형 그리고 동생이 함께 한 동백꽃길에서의 재미난 하루의 여정이 남은 여생의 자양이 되어서 모두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정이 되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지금 즈음 쑥섬에 가면, 쑥섬의 우끄터리 가면 동백꽃들이 이 추위에도 꽃을 틔우기 시작하고 있을 겁니다.
사느라고 다들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많은 분들이 올 한해 남은 날들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힘을 내시라고 뜨거운 기운을 불어 넣어 줄 동백꽃들이 피어나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