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라디오 방송_만년 청년 권호 씨
<만년 청년 권호 씨>
쑥섬이야기 시집이 출간되고 얼마 뒤인 2021. 11.23일과 11.30일에 두 번에 걸쳐서 'KBS 라디오 전국일주'에 '쑥섬이야기' 중에 실린 총 4편의 시가 소개가 되었습니다.
김보민 아나운서와 김보경 작가가 소개하는 내 고장의 시에 대한 소개였는데 감사하게도 '쑥섬이야기' 시집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를 해 주었습니다.
그중에 11월 30일에 소개된 시가 아래의 '만년 청년 권호 씨'입니다.
<만년 청년 권호 씨>
못하는 것이 없었지요
소싯적에는
통안에 뻘뚝, 작은섬 정금, 몬당에 삐비, 대밭에 참때왈, 뒷먼에 깔삐비 뽑아 묵고
우끄터리 동백떡, 초분골 뽕나무, 작은섬 자밤나무, 당숲에 가시팽 따 묵었구요
뒷먼 단풍뿌리, 나무칡, 물칡, 가루칡 캐서 허기를 채웠지요
철이 들어서도
새집앞끄터리 참숭어, 노루바구 노래미, 도런바구 바닥선, 중빠진굴 깔때기
갈매기도팎 살조개, 우끄터리 장작기, 칫둥에 석화, 마당널이 해삼, 노랑바구 개불
따라갈 수 없는 선수였다지요
날아가는 꿩도 돌팔매질로 맞춰서 잡았다지요
어른이 되어서는
한 줄낚시로 바닷속 물고기는 모두 잡아다 날랐다지요
곡두여 중걸 통치살이, 매바구 참돔, 큰굴 대농어, 너프리 능성어, 손대 감생이
나로도 주변에 삼치 채낚시는 누구 따라올 사람 없답니다.
만년 청년 권호 씨 칠십 평생을 쑥섬을 지키며 살고 있지요.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이랍니다.
권호 씨는 섬에서 유일하게 나고 자라고 지금까지 섬 밖으로 나간 적 없이 평생을 쑥섬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살아 계실 적에 늘 오며 가며 보살펴 주시던 고마운 분이시고 부모님 떠나시고도 저희 고향집이 온전하도록 늘 관리를 해 주시던 저에게는 늘 고마운 분입니다.
같은 집안사람이고 저가 24대 손이고 권호 씨는 25대 손이지만 둘째 누님의 또래로 70을 넘은 나이입니다. 같은 집안사람으로 쑥섬에 남아서 평생을 쑥섬지기를 해 오신 분입니다.
2021년 초 '쑥섬이야기' 시집 초고가 완성되고 어떻게든 쑥섬 출신인 누군가에게 감수를 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쑥섬 출향인이신 고경석 형님을 찾아 양평의 댁으로 찾아뵈었는데 저가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새로운 쑥섬이야기들과 저만의 기억의 왜곡들을 바로 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는 다시 사우디로 복귀를 해야 했기에 시집 초고 출력본을 드리고 휴가 복귀를 했는데 초고의 오자, 탈자를 비롯해서 지명의 불일치, 기억의 오류에 대한 것을 바로 잡아 주시면서, 시인의 창작 범주를 존중하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보내 주셨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만년 청년 권호 씨'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쑥섬에 대한 헌정시집인 만큼 권호 씨를 등장시키는 것도 좋지 않느냐는 제안이셨습니다.
평생을 쑥섬을 위해 헌신하고 지켜온 산증인으로서 존경의 의미로 한 편을 넣자는 말씀이셨고 저가 알지 못하는 이전의 내용까지도 적어서 보내오셨기에 흔쾌히 동의를 하고 시 작업을 며칠을 한 끝에 쑥섬에서만 쓰는 토속어를 넣어서 경석이 형님이 보내주신 내용을 풀어내는 형식으로 지금의 시 한 편이 합작으로 탄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경석 형님이 보내오신 권호 씨에 대해서는 매우 디테일하고 오랜 기억들을 소상히 설명을 해 주고 있었는데 이를 시로 넣는 과정에서 다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쉽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이 짧은 시 한 편으로 그에 대한 우리의 존경의 표현은 나름 이루어졌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알았던지 KBS 라디오 방송에서 이 시를 소개하겠다고 김보경 작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시어들을 좀 소개를 해 달라고 요청을 해 왔습니다. 쑥섬에서만 쓰고 있는 토속어가 재미가 있고 애청자 분들께서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도 하셨고 쑥섬이 이제는 모두의 꽃섬으로 이름을 얻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쑥섬을 찾는 많은 탐방객들도 흥미를 갖고 그 지명과 현지어들을 채집을 하게 될 거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쑥섬지기로서 만년 청년 권호 씨에 대한 많은 분들의 존경과 존중을 받아야 마땅할 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만년 청년 권호 씨에 대해서는 저나 쑥섬에서 나고 자라고 출향 해서 타지에서 살고 있는 모든 출향인들이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진정한 '쑥섬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키고 살아온 것만 해도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데 저 같은 경우에는 고향집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고 부모님이 살아생전에는 절대적인 도움을 받았던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디 저만 그에게서 도움을 받았을까요.
그래서 지금도 쑥섬에 다녀올 때에는 꼭 인사를 여쭙고 그리고 이런저런 그간의 이야기도 듣고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년 청년 권호씨가 늘 건강하게 쑥섬을 지켜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