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강

- 강 이야기 63, 64

by 명재신

커피의 강

- 강 이야기 63


죽음같은 블랙, 카페 덴(Ca Phe Den)

출렁이기만 하였지

맹렬하고 격렬하게 어쩔 땐 비열하게

살다 살다 어디만큼 왔는지 가늠하지 못하고

앞만 보고 살아 오다가

목이라도 축이면서 하루를 살자고 들른

호치민 부이비엔(Bui Vien) 거리 낮은 플라스틱 의자에서

핀(Phin)에서 떨어지는 느린 방울, 방울들을 기다려

연유도 없이 얼음도 넣지 않고

주는대로 별 생각없이 마시자니

난데없이 아홉 마리 검은 용이 휘감는

메콩강 소용돌이 속이었다가

혀끝에서는 얼얼하고 입안을 감치는 느낌

통째로 목젖을 타고 울대로 넘어가

닥락(Dak Lak) 고원의 북소리

향기의 수도에서 들리는 고동소리로

흐릿한 세상살이를 깨우나니

주저하지 마라 진하디 진한 검은 빛깔로

사람 잡을 거 같은 농도로

거친 하루를 주저 앉히는데

거대한 쓰나미같은 쓴맛만 건너면

혼곤한 붉은 흙에서 피어난 검은 향기가

그대의 맺힌 하루를 풀어 줄 것이니

가장 낮은 의자에 앉아서도

구룡을 타고 천상으로 승천할 것이니.





색의 강

- 강 이야기 64


오늘 강은 심심하다


흰구름을 띄워보랴

먹구름도 날려보랴


뜨건 햇살도 좋겠다만

강한 스콜도 괜찮겠다


심심타 마라 세상살이


폭풍을 불어 보내랴

열풍도 태워 보내랴


망고잎은 물결처럼

바나나잎은 깃발처럼


끝없는 리듬

초록빛 심장이 두근대게


색을 밝혀라

성정을 일깨워라


세상,

심심한 건 질색팔색이다.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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