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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이야기(23)

‘쑥섬이야기‘ 걸개 시화전

by 명재신

<'쑥섬이야기' 걸개 시화전>


작년 여름휴가 중에 고향 쑥섬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조그마한 야외 걸개 시화전을 계획했습니다.


동인 활동을 하는 중에 봄가을 두 번씩 시화전을 했었는데 그때 했던 시화전 중에 '걸개 시화전'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게 해 볼 요량이었습니다.


첫날은 쑥섬 고향집 마당의 빨랫줄과 담장 바깥에 줄을 길게 달고 거기에 빨래 널어놓듯이 걸어 놓는 방식이었으며 둘째 날은 여건이 되면 쑥섬 우끄터리 동백꽃길 벤치가 있는 곳에 줄을 길게 연결하고 거기에 걸어 두는 것으로 계획을 했습니다.


한창 날이 몹시 더운 시기라 누가 와서 보겠는가 싶기도 하고 탐방객들도 많이 없을 테지만 줄을 길게 늘어뜨려서 빨랫줄을 만들어 걸어 놓을 테니 지나가는 바람하고 열렬한 땡볕이 와서 머물다 가겠거니 생각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젊어서부터 고향 쑥섬에 대한 애정으로 한 편 두 편 써 왔던 시들을 모아서 어렵사리 네 번째 시집으로 출간하였던 시집 '쑥섬 이야기'가 하필이면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국이었고 저가 해외에 근무하고 있었던지라 출간되고 나서 아무런 이벤트도 없이 지나가버려서 묵혀지고 잊혀져 버린 이야기로 남아서는 안 되겠기에 이번에 짧은 방문기간에 시화전을 하고 또 기회가 닿으면 작은 시화전을 거듭해서 사방에 묵혀지고 익혀져 가고 있는 '쑥섬 이야기'들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해외에서 13여 년을 근무하느라 자주 방문을 하지 못했던 쑥섬이었고 3년 5개월을 근무를 하고 사우디에서 들어온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휴가 중에 계획한 작은 시화전이지만 그래도 고향 쑥섬에 대한 저의 사랑과 애정의 형식이니 이번에는 이렇게 조그맣게 하고 여건이 되면 한번 더 정식으로 해 볼 계획도 갖고 있었습니다.


출발하기 일주일 전 저녁에 시화 30편은 제작이 완료가 되어서 집으로 직접 배송을 해 왔습니다.


제작을 하신 사장님께 고향 쑥섬으로 직접 배송을 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저에게 직접 가져다주면서 날이 덥고 휴가철이라 배달이 제 날짜에 안되거나 배달 중에 시화가 손상이 될 수도 있겠다고 직접 배송을 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전화로 연락이 주시더니 안양에서 여기 영등포까지 직접 저녁에 가져왔더군요.


정말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걸개시화전 일정은


8/9(금) : 쑥섬마을 고향집 마당과 담장

8/10(토) : 당초에는 쑥섬마을 동백꽃길에서 1일로만 계획하고

8/11(일) : 여건이 되면 동백꽃길에서 하루를 더 하거나 그 외의 장소로 일정을 1일 더 하는 것으로 계획을 했습니다.



쑥섬에 들어간 날은 날이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동행을 해 주어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짧은 하계휴가 기간이지만 고향 쑥섬에 내려와서 준비해 온 걸개시화를 고향집 마당가에 그리고 담장 밖에 걸어 두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예정대로 첫날은 고향집 마당에 빨랫줄을 걸고 거기에 20편 남짓을 걸고 집 밖 담장에 나머지 10편을 걸어 두었습니다.


원체 날이 더웠고 평일이어서 쑥섬을 찾는 탐방객들이 몇이 없었지만 설렁설렁 걸어둔 걸개 시화들이 바람에 팔랑거리며 날리우는 모습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시화들이 나부끼는 모습에 절로 신이 났습니다.


담장 밖에는 지나가는 탐방객들과 쑥섬에 살고 계시는 인척과 고향분들이 들여다보시고는 반겨해 주시고 함께 좋아해 주셨습니다.


오후에 지나가시던 탐방객 중 한 부부가 마당 안까지 들어오셔서 둘러보시고는 엄지 척을 해주시면서 덕담을 해 주셨기에 감격을 했습니다. 바람과 햇볕과 구름이 다녀가는 것만으로도 과분한 고향마을 걸개시화전이었는데 시를 둘러보며 한편 한편 탐독하시면서 한 편의 시들에 대한 내력과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은 내방객이었기에 더욱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저녁에도 그래도 놔두었더니 맑은 저녁 하늘에 뜬 별들과 은하수와 이슬들로 해서 나름 운치가 있었습니다.



둘째 날과 세째 날은 쑥섬마을 동백꽃길에 길게 줄을 걸고 거기에 걸어 두었습니다.


여수에 살고 있는 동생과 누님부부가 들어와 합류를 했습니다. 우끄터리 동백꽃길에 줄을 치고 걸개시를 거는데 도움을 주었고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었습니다.


고향 쑥섬에 대한 이야기를 시집으로 출간을 하고 묵혀두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해서 쑥섬 이야기를 두루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준비를 했고 짧은 일정이지만 잘하고 올라가려고 마음 편하게 걸개 시화를 걸어 두었습니다.


쑥섬마을은 저가 중학교에 다닐 적만 해도 100여 가구가 넘는 주민들이 함께 섬에 살면서 만들어 놓았던 다양하고 엄격한 문화와 규율들이 존재하여 섬을 오랜 기간 유지하게 해 왔고 그 속에서 자손들을 낳고 키워서 바깥세상으로 내 보내는 세월 동안에 이루어져 왔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는 이야기의 보물섬이기도 합니다.


쑥섬 이야기 시집 한 권이 무슨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최근 3~4년 동안 고향 쑥섬이 꽃섬으로 새롭게 거듭나면서 수많은 관람객들이 입도를 해서 섬을 많게는 2~3시간 꽃과 섬의 경관들에 감탄을 하고 다녀가시고 유튜브나 개인 여행기를 통해서 글을 올리시고 계시는데 그분들께 좀 더 내밀하고 진지한 풍경 이면에 들어 있는 섬의 이야기들을 더해 주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들을 그간에 작업을 해 왔기에 이를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면 좋겠다는 일종의 소명의식도 좀 작용하고 있었기에 이번 시화전은 나름 저에게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쑥섬을 통해서 남해와 서해에 있는 수많은 섬에 대한 이야기와 섬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을 다녀가시는 또 수많은 내방객들에게 눈으로 보면서 힐링을 하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사연과 내력과 전설까지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글들을 언제라도 꺼내 볼 수 있게 해야겠다는 또 저 나름의 객기이기도 했습니다.


그간에 너무 해외에 오래 파견근무를 하였던 까닭으로 기왕 출간한 고향 ‘쑥섬이야기’를 이렇게라도 해서 짧은 기간 동안에 쑥섬을 다녀가신 분들과 쑥섬에 살고 계시는 이웃들에게 ‘쑥섬 이야기’의 존재와 그걸 다시 들고 나와 꾸준히 주변에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고향 쑥섬 사람 저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나름 보람을 느꼈습니다.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탐방객들이 지나가시면서 들여다보시고 사진도 찍으시면서 더운 여름에 찾은 쑥섬에서의 기대하지 못했던 이벤트를 함께 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여름 쑥섬에서의 또 하나의 추억과 기억과 기록들을 만들어가시는 모습들에 행복했습니다.


저는 저대로 걸개 시 한 편 한편을 들여다보면서 새삼 그 시들이 써지게 된 시간과 배경들을 떠 올리면서 낭독을 했습니다.


그것이 시를 쓰고 걸개시화로 고향 쑥섬에 나부끼고 있는 각각의 시편들에 대한 저의 예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바쁜 일정임에도 고향 나로도를 평생 지키며 살고 있는 명연호 친구 부부와 죽마고우 문수가 수박이며 막걸리와 안주를 사 들고 들어와서 쑥섬에 들어와 살고 있는 창인이 친구와 함께 뒤풀이 행사까지 해 주었기에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 날의 일정을 잘 마무리할 수가 있었습니다.


고향 쑥섬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 우끄터리 동백꽃길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밤하늘에 별과 그 너머에 흐르고 있는 은하수를 들여다보면서 행복했던 고향 쑥섬에서의 걸개시화전을 마쳤습니다.


정말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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