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섬이야기(57)

청나라 도자기가 쑥섬에서?

by 명재신

'청나라 도자기가 쑥섬에서?'



시간들은 어디로 갈까요?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윗대의 조상들이 살다 간 시간들은 어디로 가서 모여 있을지요?


그리고 우리가 자라나는 동안 떠나보낸 유년의 시간들은 어디에 가서 머물고 있을까요?


오월 연휴에 시간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아직도 그 '사금파리'는 쑥섬의 '갱본'에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지 세월을 잘 간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여행이었습니다.


한자가 쓰여져 있는 자그마한 '백자 사금파리'였습니다.


5년 전에 처음으로 조우(遭遇)하였던 인연으로 그 자그마한 사금파리의 위치를 찾아다니는 작은 재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사우디에서 해외파견 근무를 마치고 들어와 '걸개시화전'을 하려고 쑥섬행을 이루었을 때는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올해에는 다시 만나볼 수 있을지를 기대하는 쑥섬행이었습니다.


'갱본/갯가'은 쑥섬의 타임캡슐입니다.


'갱본'이라는 말은 마을 앞에 있는 '갯가' 또는 '바닷가'를 지칭하는 현지어입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밀물일 때는 잠겼다가 썰물일 때는 드러나는 마을 앞 바닷가입니다.


주로 바지락이나 굴껍데기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래를 바탕으로 하면서 자그마한 돌들이 층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쑥섬 ’갱본’입니다.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 닳고 닳은 돌들과 조개껍질들이 함께 섞여 층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쑥섬에서 삶을 이룬 모든 이들이 내다 버린 온갖 것들이 잠겨 있거나 묻혀 있는 그런 곳입니다.


노출되어 한동안 햇볕을 보다가 다시 파도나 조류로 해서 어딘가에 묻혀서 시간을 잊고 지나고 있는 곳입니다.


쑥섬을 다녀가시는 여러 탐방객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갱본'입니다.


무수히 많은 돌들의 틈에 무수히 많은 시간들이 널려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금파리를 처음 만난 날, 우리 가족은 '갱본'에서 물수제비 뜨는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딸아이들과 함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물수제비 뜨는 실력을 보여주고파서 납작한 돌을 찾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문득 하얀색의 사금파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수제비 뜨기에는 제격이었기에 주워서 보니 표면에 뭔가 한자로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왼쪽의 사진 속에는 여러 굴껍질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주 쑥스러운 듯 숨어 있었습니다.


굴껍질 사이에 묻혀 있는 여러 사금파리들이 보입니다. 다들 다른 시간대에 여기에 와 부대끼며 시간을 견디고 있을 것입니다.


한자는 네 자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대 O O 제( 大 O O 製)'


오랜 시간이 지났는 듯 닳고 닳은 흔적이었지만 저가 읽을 수 있는 한자는 아쉽게도 첫 한자와 마지막 한자 두 자였습니다.


그날은 물수제비로 던져 버리지 않고 있던 자리에 놓아두었습니다. 뭔가 '의미가 있는 사금파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이듬해 '갱본'에서 한자가 적힌 '백자 사금파리'를 다시 만났습니다.


어디를 가지 않고 그곳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습니다. 닳지도 깨지지도 않은 상태로 '갱본'의 굴껍데기 속에서 함께 시간을 구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작년에는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어디 굴껍데기 속에 파묻혀버렸거나 아니면 파도가 거센 날 더 깊숙이 '갱본' 깊숙이 파묻혀 버렸으리라 생각하면서 쑥섬을 떠나왔드랬습니다.


올해에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 고향집에 짐을 풀자마자 '갱본'으로 향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 사금파리는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기록으로 남겨 두자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음날 바닷물이 다시 빠지는 시간대를 골라 찾아갔더니 밤새 물결 따라 이동을 했는지 그 자리가 아닌 좀 위쪽에 굴껍질 사이에 머물고 있기에 다시 사진을 찍었습니다.


첫째 날 찍을 때는 돌틈에 묻혀 있었습니다. 주변이 깨지고 닳아서 시간의 흔적이 역력합니다만 한자 네 글자는 온전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한자를 더 자세히 찍어서 저가 쓰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AI 비서인 코파일럿(Copilot)에 무슨 한자인지 해독을 해 달라고 맡겨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사금파리에 쓰여진 한자는 '大清製造'라고 해독을 해 주었습니다.



‘사금파리에 쓰여진 한자는 **"大清製造"**입니다.

- **大清(대청)**: "대청"은 중국의 **청나라(大清帝国, Qing Dynasty)**를 의미합니다.

- **製造(제조)**: "제조"는 **제작하다, 만들다**라는 뜻입니다.



두번째 한자는 청나라를 지칭하는 '청'자일 수도 있었는데 마지막 한자는 '만들 조(造)'자 같지는 않았지만 그럼 어느 시대에 제조된 것인지를 또 물었습니다.



"大清製造(대청제조)"라는 표기가 있는 도자기는 **청나라(大清帝国)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일반적으로 **강희(康熙), 옹정(雍正), 건륭제(乾隆) 시대**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건륭제(1736~1795년) 시기**에는 도자기 제작 기술이 정점에 달하며, 정교한 장식과 고급스러운 색채가 특징이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사금파리가 **건륭제 시기의 도자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제작 시기를 확인하려면 도자기의 형태, 문양, 유약 등을 추가로 분석해야 합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건륭제(乾隆帝)는 1735~1796에 청나라의 황제였고 그 시기에 청나라 백자 제작의 황금기로 정교한 도자기가 많이 만들어졌다고 하면서 중국에서 조선의 남해 해상로를 통해서 일본으로 가는 해상 무역선이 쑥섬에 들렀을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설명을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기는 쑥섬에 여러 성씨가 들어와서 쑥섬은 이미 포구로서 기능을 하고 있었던 시기였고 많은 어선과 지나가던 배들이 궂은 날씨를 피해 잠시 머물다 가는 피항지 역할을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해석이었고 물증이었기에 뭔가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흥분이 되었던 것입니다.


'쑥섬 앞바다에서 청나라 건륭제 시기에 만들어진 도자기 조각이 발견되었다!'


'그럼 나머지는?'


저의 머릿속에는 벌써 중국 청나라 무역선들이 파랑을 피해서 '서바닥/서바다'에서 겨우 겨우 쑥섬과 사양도 사이의 물목을 지나서 쑥섬 앞바다로 들어오는 장면을 연상 있었습니다. 그리고 난바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중국 선원들이 며칠을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난 뒤에 쑥섬에서 물과 식량을 채우느라 부산히 움직이는 모습까지도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쑥섬에도 중국 무역선이 드나들었다!'


하지만 뭔가 '설레발을 치고' 있는 듯해서 우선은 그 사금파리를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었습니다.


AI가 해독해 준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을 신뢰할 수만은 없었기에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보기까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생각이 미쳤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사금파리 하나로 쑥섬의 시간을 엮어서 내력을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해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쑥섬의 '갱본'에서 뒹굴고 있는 작은 사금파리가 안고 있는 내력을 추적하는데 좋은 근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언제 어느 시절에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쑥섬에서 사용되다가 버려지게 되었는지를 어느 정도 추정을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그보다는 지금의 그 자리에서 시간을 즐기게 해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시간 속에 흐르고 있는 그 사금파리에게 그대로 가던 길을 가도록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거기에는 쑥섬에서 살다 간 사람들과 머물다 간 사람들이 놓아 준 저들의 자유로운 시간들을 지켜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굳이 뭍으로 올려서 박제로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쑥섬의 시간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살아 가거라'


온전히 그것들이 거기에 살아 있도록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자가 적힌 그 사금파리로 해서 내년에도 다시 쑥섬의 '갱본'을 찾아 들어가 볼 '꺼리'를 남겨 둘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금파리를 위하여


처음 떠나온 곳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으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


도공이 새긴

네 글자


지우려느냐

지키려느냐


하 많은 시간

더 많은 시간


전에

그전에

그보다 더 전에


누가 너를 찾아

왔고

놓아두고 갔더냐


오늘같이

또 누가

너를 보러 다녀갈 거냐


오늘 함께 하여

좋았다.

2022.5.12



쑥섬 ‘갱본’의 전경입니다. 이 안에 묻혀 있을 시간들을 찾아서 몇 차례 글로 올려 보겠습니다.


위의 글을 ‘대종회 단톡방‘에 올렸는데 중국 심천에 계시는 명경식 종친님께서 아래의 글과 함께 ‘사금파리‘의 한자는 ’대명정제(大明精製)로 명나라때(대명) 정밀하게 제조된 도자기‘라는 의견과‘ 관련된 자료를 보내 주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그냥 개인적으로 보기에...

大明精製 대명정제

명나라때(대명) 정밀하게 제조된 도자기인 듯도 합니다.(미소)‘


그렇다면 ‘한자 사금파리‘는 청나라 이전의 명나라 백자가 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것은 쑥섬에는 청나라 이전부터 아마도 천연 피항지로서 기능을 감당하고 있었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좋은 자료와 의견에 감사를 드립니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