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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그배나무 Dec 30. 2021

인체의 리듬에 담긴 치료원리

인체는 참으로 신묘하다.

왼쪽 가슴에 손바닥을 대보자. 심장이 뛰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누워 고요한 상태에서 배 위에 손바닥을 얹어 놓고 느껴보자.

통통 뛰기도 하며 일정한 방향으로 조용한 물결이 오가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처음부터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이완을 하고 손바닥에 감각을 집중해보자. 어슴푸레한 리듬이 서서히 다가올 것이다.

그것이 바로 뱃속 장기의 움직임(mobiliy와 motilty 두 가지)이다. 

오장육부는 심장뿐만 아니라 위장, 간, 신장, 폐, 대장 모두 춤추고 있다.


'살아 있음'은 곧 오장육부의 리듬이요, 율동이다.

고요 속의 집중은 몸속 세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를 실용적으로 적용하면 곧, 한의학이자 의학의 세계로 직결된다.

뱃속 장기의 움직임의 패턴을 병증과 연결 지어 치료법으로 진전된 것이 osteopathy(정골요법)이다.

아마도 고방(古方)의 복진법(腹診法)도 장기의 압통점을 한의학적 진단법으로 구현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의학에서 시호제(柴胡劑)에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는 표현은 오장육부 중 간(肝)에 관계된 것이다. 이를 의학적으로 살펴보자.

간기가 울결 된다는 것은 간이 위치하고 있는 부위가 횡경막 아랫부분인데, 이곳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로 간 때문에 횡경막의 활주 운동이 제한되면 숨을 편하게 쉬지 못하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좀 더 들어가 보자.

숨을 들이마실 때 폐는 내려가고 간은 뒤로 뒤집혀진다. 간은 갈비뼈 5번까지 위치해있고, 폐는 갈비뼈 하나 정도 더 내려가 있다. 

간이 충분히 내려가야 폐도 벌어지고 오므라드는 고유의 운동성이 일어난다.

여러 이유로 간이 아래로 덜 내려가게 되면 폐의 움직임도 줄어들게 되어 흉복부의 불편감(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다고 하는 '흉협고만(胸脇苦滿)')이 발생되는 것이다.


동양의 전통 건강법인 도인안교(引按蹻)중 배를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방법이 있다. 복부 겉근육을 통해 뱃속 장기에 서로 연결된 근막(fascia)의 움직임을 유도해서 오장육부의 기능을 최적화시킨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것이다.


'인체의 오묘함'

과학은 때론 시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게 해 준다.

한의학이 과학이나 의학과 만날 때, 인체를 더 깊이 음미할 수 있게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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