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양의학
서양의학에서는 최첨단 영상기술의 발달에 따른 생리학과 뇌과학의 발달에 따라 인체의 보이지 않는 고도의 정신세계인 생각, 감정, 기억 등 인지기능에 대한 연구 성과가 쏟아지고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몸에 드리워진 마음의 흔적을 하나하나씩 밝혀 나가고 있다. 마음(감정)은 몸의 생리적 반응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학적 황동의 결과이다. 이것은 뇌영상 기술로 감정에 대한 뇌의 활성부위를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을 응용하면 뇌의 활성부위를 통해 마음(감정)의 상태를 읽어 볼 수도 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감정들은 인지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운동 신경, 내장 신경 반응 등의 생리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즉, 감정은 분명 인간의 인지나 의지와는 구별되는 정신적 상태로서, 특유의 신체적 반응을
수반한다. 이에 따라, 신경생리학자들은 기억, 학습 등의 다른 정신적 경험과 마찬가지로, 감정 경험 역시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학적 활동(neural activity)의 결과라 여기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최근 자기 공명 뇌영상 기술(MRI), 양자 방출 뇌영상기술(PET) 등을 이용한 뇌 영상학의
발달로 인해 감정적 자극을 받는 동안 일어나는 특정 뇌 부위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통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의 다양한 감정에 따른 뇌의 활성부위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포감을 느낄 때는 편도(amygdala), 슬픔을 느낄 때는 대상회(cingulate),
시각 자극에 의한 감정의 유발은 후두엽(occipital cortex)과 편도(amygdala), 감정의 인지적 통합을 하는
과정에서는 내측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한의학
한의학의 진단법인 망진법(望診法)은 환자의 용모에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을 통해 환자의 신체 내부에서 질병이 형태를 갖추기 전에 미리 알아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감추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까지도 읽어볼 수 있다. 다음은 몸에 드러난 정보를 통해 병의 발생과 사라짐을 판별하는 한의학적 방법이다.
‘망이지지(望而知之)', 즉 ‘바라보아 안다'는 의학적 감각의 정점은 병이 형태를 갖추기 전에 알아채는 것이다. 질병에 관련된 것을 몸 밖의 정보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병이 심해지면 그에 따라 얼굴의 색이나 피부의 색이 강렬해진다. 얼굴에 드러난 병색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병이 낫게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한의사들은 병의 진행 정도를 알기 위해 피부에 드러난 색의 깊이를 관찰한다. 병이 깊은지 가벼운지 알기 위해, 몸에 드러난 색이 흩어지는지 아니면 한 곳으로 집중되는지를 관찰한다.
"이렇게 집중함으로써, 병의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알 수 있다(積神于心, 以知往今).” 이것은 병이 드러나기 전에 이미 그 정보가 얼굴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몸에 드리워진 흔적(표정)을 통해 심지어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까지도 알아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얼굴에 드러난 색은 사람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마음 심지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욕망까지도 드러낸다. 그러므로 "얼굴 표정을 바꿨을 때(변색變色)”나 "지었을(작색作色)”때, 흔히 "갑자기 얼굴빛을 바꿨다”라고 한다.
예민한 관찰자는 얼굴에 드러난 정보를 세심하게 판단해서 상대방의 생각마저도 엿볼 수도 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일화이다.
제나라 환공이 재상 관중과 거(莒)의 공격을 모의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계획이 공개돼도 전에 이미
원정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상대방에게 퍼져 버렸다. 이를 두고 관중이 말했다. "(우리의 공격의도를 알아채다니) 나라에 신묘한 인물이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오직 신묘한 인물만이 비밀스러운 계획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당시 동곽아를 의심하고 있던 관중은, 그를 불러서 물었다. "그대가 거(莒)의 정벌에 관해 말했는가?”
동곽아가 대답했다. "그렇소.” 관중이 말했다. "나는 정벌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대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는가?” 동곽아는 관중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관찰함으로써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곽아는 관중의 마음이 기쁜지 걱정에 잠겨 있는지, 혹은 전쟁으로 귀찮아하고 있을지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얼굴 표정을 세밀하게 읽어냄으로써, 관중의 생각을 알아냈던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태가 몸에 그 흔적이 드러난다고 본다. 예를 들면 <素問. 六節藏象論>에서 "心은 생명의 근본으로서 정신활동을 주관하며, 그 정화(精華)는 얼굴에 나타나고 그 기능은 주로 전신의 血脈을 충실히 하는 데 있다. 마음의 상태를 주로 알 수 있는 부위를 얼굴이라고 보았으며 이것을 관장하는 것을 心이라고 보았다.
夫心者。五臟之專精也。目者。其竅也。華色者。其榮也。是以人有德也。則氣和於目。有亡。憂知於色 是以悲哀則泣下。泣下。水所由生。水宗者。積水也。積水者。至陰也。至陰者。腎之精也。宗精之水。所以不出者。是精持之也。輔之裹之。故水不行也.
(무릇 심(心)은 오장의 정기를 통솔한다. 눈은 심(心)의 규(竅)이며, (面部의) 색택은 심(心)의 외재적(外在的) 표현이다. 따라서 만족스러운 마음이 있으면 기가 눈으로 집중되지만 만일 의지를 상실하면 그 근심이 얼굴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슬퍼하면 눈물이 나는데 눈물은 수(水)로부터 발생한다. 수의 원천은 체내에 축적되어 있는 수액(水液)이고 축적된 수액이란 지음(至陰)이며, 지음(至陰)은 바로 신장(腎臟)의 정(精)이다. 신정(腎精)에서 근원 하는 수액이므로 평소에는 흘러나오지 않는데, 이는 신정(腎精)이 제약하여 바로잡고 억제하기 때문에 함부로 나오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마음'과 가장 직결되는 장부(臟腑)가 심(心)이다. ‘마음'에서 만족감이 있을 때, 심(心)의 규(竅:구멍)인 눈으로 기가 집중된다. 하지만 의지를 잃은 경우에는 심(心)의 외재적(外在的) 표현 부위인 얼굴에서 근심이 드러난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