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기울어지면 몸이 기울어진다

한의학과 의학의 관점에서

by 아그배나무


‘마음’은 ‘몸'에 영향을 준다

마음의 구체적인 작용인‘감정'은 몸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예를 들어 늦은 밤에 컴컴한 골목길을 걷게 되면 긴장된 마음으로 인해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은 가빠지며 발걸음이 빨라진다.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마음은 들뜨고 얼굴에는 미소가 생기고 가슴은 콩닥콩닥 뛰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과 몸의 반응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의 감정에 따른 몸의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생화학자, 신경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인 고통, 스트레스, 우울, 해소되지 않는 갈등은 몸에 많은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정신이 신경세포에 영향을 끼치고, 호르몬 농도를 변화시키면 면역계를 약화시켜서, 몸의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게 만든다. 따라서 오래도록 지속되는 마음의 괴로움은 몸에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한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면 질병이 유발될 수도 있다.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 한의학적 관점

한의학에서는 마음의 상태가 몸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각종 감정의 치우침은 오장의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음양의 부조화에 따른 질병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런 사실은 감정이나 외기(外氣)의 변화가 하나의 스트레스 인자로 몸에 작용하여 기(氣)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그 증후에 따라서 칠기(七氣) 또는 구기(九氣)로 분류된다. 이 중 구기(九氣)에 따른 몸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화를 내면(怒), 기가 인체의 상부로 올라가고(氣上) 기가 소모된다. 기뻐하면(喜), 기가 이완되어 늘어지며(氣緩), 생각에 깊이 잠기면(思), 기가 뭉친다고 하였다(氣結). 또한 갑자기 놀라면(驚), 기가 어지럽게 되며(氣亂), 차가우면(寒), 기가 거두어진다(氣收)라고 하였고, 뜨거우면(熱), 기가 누설된다(氣泄)고 하였다.

또한 노(怒)하면 기가 소모(氣耗)된다고 하였다. 이렇게 화를 내거나 기뻐하거나 놀라거나 사고 활동뿐만 아니라 날씨의 춥고 더움에 따라서도 기운이 막히거나 소모되어 건강에 해가 되는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icons8-team-r-enAOPw8Rs-unsplash.jpg

마음이 기울어지면 몸이 기울어진다

질환의 측면에서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보자. 스트레스를 받은 마음은 두뇌를 거쳐 신경계와

내분비계에 자극을 주며, 면역체계에 대한 부정적인 조절을 통해 질환에 영향을 주게 된다. 먼저 감정이 두뇌의 신경센터에 미치는 과정을 보자.

공포, 놀람, 분노, 슬픔 등 마음의 부정적 파장은 이와 연관된 두뇌 영역에서 반응을 일어나게 한다. 즉, 통증을 담당하는 두뇌 영역의 신경센터는 활성화되지만 기쁨 및 행복감을 담당하는 영역이나 평온과 만족감을 신호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영역은 반응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느낌과 증상들이 계속 강화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한편 마음의 상태는 피부에 반영된다. 피부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고 있어서 평온하지 않은 마음이 피부에 금방 드러난다.


과다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피부염 이 악화되기도 한다. 피부는 신체의 포장 재료다. 피부에 드러나는 가려움증, 염증 등의 외부적 요인도 있겠지만 스트레스 반응이 피부에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경성 피부염 환자들은 스트레스에 반응하기가 쉽다.

스트레스에 따른 질병의 상관성을 알아보는 실험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은 지 10분이 지나자 혈액에 염증성 세포들이 더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염증성 세포들이 혈관벽을 공격하고 피부 상태를 약화시킨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몸에서 가장 약한 부위에서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 만약 평소에 심장이 안 좋았던 사람은 심장에, 뼈가 약한 사람은 뼈에서 먼저 문제가 생기기 쉽다.


투레 폰 우엑스퀼(Thure Von Uexkull)은 "완전히 몸 자체만 관계된 질병은 없다. 모든 질병은 마음과 몸의 소통과 관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심장이나 혈관에 미치는 영향보다 덜 하겠지만, 인대 파열이나 골절까지도 마음의 상태가 영향을 미친다.” 또한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마르쿠스 쉴텐볼프도 "모든 정신 반응은 신체 과정을 동반한다”면서 정신에 문제가 생기면 뼈와 관절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는 등에서 발생한 통증의 원인을 추적한 결과 몸자체가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 심한 두려움과 우울 때문인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스트레스는 통증 위험을 7배나 높게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 의학자들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노시보 효과(nocebos effect,‘나에게 좋지 않을 것이다'라는 뜻의 라틴어)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나에게 좋을 것이다'라는 뜻의 라틴어)와 반대되는 말이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마음의 상태가 몸에 미치는 영향을 잘 담아내고 있다. 환자의 몸에 아무런 물질을 투여

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부정적인 생각에 가득찼을 때 병이 더 악화되는 사례들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심근경색에 걸리기 쉽다고 믿는 여성들은 실제로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일반 여성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독일의 뮌헨 공대 심신상관 병원 심장전문의, 칼 하인츠 라드비히는 "우울증과 부정적인 생각은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발병률을 높인다”며, 심근경색 환자들에게서는 병이 발병하기 이미 6개월 전에 부정적인 감정이 많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실을 통해 의사들은 환자들에 대해 괴로움과 우울증 등 마음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matthew-henry-2Ts5HnA67k8-unsplash.jpg


마음의 병은 질병을 악화시킨다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은 심장병을 유발하고 조기 사망률을 높이기도 한다. 프라이부르크의 심신상관 의학자 칼 샤이트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심장병이 자주 발생할 수 있으며 조기 사망할 확률이 많다.”라고 밝혔다. 왜냐하면 우울한 기분이 면역체계를 약화시킨 결과 여러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급성 또는 만성 스트레스가 질병을 일으킨다. "두려움과 스트레스는 혈액응고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혈관폐색을 통해 뇌경색, 뇌졸중, 혈전증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놀랍게도 사회 공포증(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광장 공포증 뿐만 아니라 채혈에 앞서 느끼는 공포감도 혈액을 걸쭉하게 한다”라고 하였다.


단기적인 급성 스트레스도 혈액응고치를 높이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만성 스트레스는 피브리노겐(fibrinogen)과 같은 응고 물질 분비를 자극하면서 섬유소 용해(피를 액체로 만드는 작용) 작용을 방해한다. 그 결과, 혈액은 점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걸쭉한 피가 뇌나 심장의 혈관을 막아버리게 된다. 한편, 비관주의자의 혈관벽은 정상인에 비해 더 빨리 그리고 더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낙천주의자들의 혈관벽은 거의 두꺼워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혈관벽이 두터워져 혈관이 좁아지면, 혈과 내 불순물인 콜레스테롤이나 혈전이 쉽게 쌓이게 된다. 이결과로 혈관이 막힐 수 있다. 만약 심장에서 발생하면 심근경색, 뇌에서 일어나게 되면 뇌졸중이 유발될 수 있다.

우울한 정신상태는 기분뿐만 아니라 혈전 상태도 변화하게 만든다. 혈소판이 쉽게 덩어리져서 혈관을 막아버릴 위험성을 높여버린다. 또한 임상에서 우울증 환자에게서 호흡, 심박동, 소화를 담당하는 자율신경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한 결과 심근경색이 촉진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우울증은 정서 뿐만 아니라 뼈에도 이상을 초래한다. 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밝혀주고 있다. 우울증 환자는

10년 내에 골절이 생길 위험이 40퍼센트나 더 높아진다고 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호르몬 전문가,

정형외과 의사들은 우울증이 심하지 않은 여성도 골밀도가 감소하고, 골절 빈도가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감정의 치우침은 병을 유발한다: 한의학의 황제내경

극심한 감정은 몸과 마음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황제내경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화냄, 기쁨, 슬픔, 두려움, 놀람, 깊은 생각 등의 감정 및 춥고 더움 등의 일기에 따른 몸 안의 기운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凡人暴喜傷陽, 暴怒傷陰, 憂愁怫意, 氣多厥逆

(대체로 사람이 갑자기 지나치게 기뻐하면 양기(陽氣)를 상하고, 지나치게 화를 내면 음기(陰氣)를 상하며, 근심과 수심으로 불안한 기운이 많아지면 기가 위로 치밀면서 (갑자기 목으로 담이) 올라와 막히는 감을 느끼게 된다.)


怒則氣逆, 甚則嘔血及朄泄, 故氣上矣. 喜則氣和志達, 榮衛通利, 故氣緩矣 悲則心系急, 肺布葉擧, 而上焦不通, 榮衛不散熱氣在中, 故氣消矣. 恐則精却却, 則上焦閉, 閉則氣還還, 則下焦脹, 故氣不行矣.

寒則腠理閉, 氣不行, 故氣收矣. 炅則腠理開, 榮衛通汗大泄, 故氣泄矣. 驚則心無所倚神無所歸, 慮無所定, 故氣亂矣. 勞則喘息汗出, 內外皆越, 故氣耗矣. 思則心有所存神, 有所歸正氣留, 而不行故氣結矣.

(성내면 기가 치밀어 올라서, 심하면 피를 토하게 되고, 설사를 하기 때문에 기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뻐하면 기가 조화롭게 되고 뜻이 통하며 영위(榮衛)가 고루 소통하기 때문에 기가 이완된다. 슬퍼하면

심계(心系)가 당기고 폐엽(肺葉)이 들떠서 상초(上焦)가 잘 통하지 않으며 영위가 잘 퍼져가지 않고, 열기가 속에 있기 때문에 기가 가라앉게 된다. 무서워하면 정기가 없어지고 정기가 없어지면 상초가 막힌다. 상초가 막히면 기가 되돌아온다. 기가 되돌아오면 하초(下焦)가 불러 오르고 그득해지기 때문에 기가 순행하지 못한다. 추우면 주리(腠理)가 막히고 기가 잘 돌지 못하기 때문에 기가 줄어든다. 더우면 주리(腠理)가 열리고 영위가 잘 통하여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기가 빠져나간다. 놀라면 마음이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 정신이 귀착할 곳이 없어지며 생각하는 것이 일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가 혼란해진다. 피로하면 숨이 차고 땀이 나서 안팎으로 모두 넘쳐 나기 때문에 기가 소모된다. 생각하면 마음이 붙어 있을 곳이 있고 정신이 돌아가는 데가 있어 정기가 머물러 있으면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가 뭉친다”라고 하였다.


다음은 황제내경에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것이 질병을 야기하는 한의학적 원리가 나타나 있다. 기쁨, 슬픔, 화냄, 지나친 생각, 두려움 등의 감정들을 오장(五臟)과 연관 짓 고, 이들 장부(臟腑)

간의 상생상극(相生相剋) 관계에 따른 상호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因而喜 大虛則腎氣乘矣 怒則肝氣乘矣 悲則肺氣乘矣 恐則脾氣乘矣 憂則心氣乘矣

지나친 기쁨으로 인해 심(心)이 크게 허해지면 신기(腎氣)가 이를 틈타 ‘心’에 침입하고(水剋火),

지나친 노여움(怒)으로 인해 간이 크게 허해지면 폐기(肺氣)가 이를 틈타 ‘肝’에 침입하며 (金剋木),

지나친 생각(思慮)으로 인해 ‘脾’가 크게 허해지면 간기(肝氣)가 이를 틈타 ‘脾’에 침입하고 (木剋土),

지나친 두려움(恐)으로 인해 腎이 크게 허해지면 비기(脾氣)가 이를 틈타 ‘腎’에 침입하며(土剋水),

지나친 근심(憂)으로 인해 폐가 크게 허해지면 심기(心氣)가 이를 틈타 ‘肺’에 침입(火剋金)한다.





vitolda-klein-JCyyDRxO9zE-unsplash.jpg


마음의 극단은 죽음을 부른다

질환만이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울어진 마음은 몸을 기울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긴장, 분노, 미움, 불만, 불안, 두려움 등도 건강을 상하게 한다.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진단결과를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해주면 급격한 낙담에 빠져 질병이 악화될 수 있다. 만약 중병에 걸린 환자가 심약한 상태에서 이러한 경우를 맞이하면 절망에 휩싸여 사망에 이를수도 있다. 실례로 어떤 환자에게 수술이 끝나고 의사가 이런 말을 하였다. 안타깝게도 당신의 온몸으로 암이 퍼져버렸다. 이젠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했더니 그 환자는 말없이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며, 그날로 죽었다고 한다.


마음이 절망의 극에 달하면 스스로 생명까지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다음은 이와 같은 사실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이다. 극단적인 마음이 몸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알기 위한 실험이다.

1930년대 인도의 교도소에서 젊고 건강한 사형수를 대상으로 의학실험이 실시됐다. 실험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젊은 사형수더러 어차피 죽는 사형인데 고통스러운 교수형보다 더 편안하고 서서히 죽는 방법을 권한다. 피를 흐르게 해서 서서히 죽는 것인데 죽기까지 시간은 더 걸리지만 몸과 마음은 더 편할 것이라고 했다.

사형수는 의사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침대에 몸이 묶인 채 누워 눈을 감고 출혈을 기다렸다. 물통을 침대의 네 기둥에 고정시키고 그 물통에서 물이 천천히 떨어지면서 아래에 있는 큰 통에 모이도록 했다. 이 장치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의사가 사형수에게 출혈을 일으키면 물통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자신의 피가 흘러내리는 것으로 착각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의사는 사형수의 손과 발을 피가 흐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 베었다. 물론 사형수의 피는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의사가 사형수의 피부를 살짝 베는 순간부터 침대 기둥의 물통에서 물이 방울방울 소리 내며 떨어지게 했다. 사형수는 이 소리를 듣고 마치 자신의 피가 빠져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이 처음에는 빠르다가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느리게 통으로 떨어졌다. 이내 사형수는 곧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물이 아래쪽 통으로 다 떨어지고 살펴보니 사형수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의사는 그가 잠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형수는 죽어 있었다. 사형수는 실제로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지만 죽어버린 것이다. 이 사례는 건강한 몸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극단적인 절망으로 휩싸인 마음만으로도 자신의 신체 기능을 멈추게 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몸의 행복』,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유영미 옮김,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몸을 통해 마음을 해석하는 동서양 의학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