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이 발전되는 양상을 사군자탕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사군자탕은 4가지 약재로 구성된 명방이다.
보기제(補氣劑)인 인삼과 감초, 이수제(利水劑)인 복령, 백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처방은 오장육부 중에 소화기에 중심을 둔 것이 특징이다. 소화기를 후천지본(後天之本)이라고 한다.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호흡과 더불어 모든 영양소를 섭취, 흡수하여 체내 필요한 영양분을 확보해 준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확실해진다.
(*후천지본(後天之本): 오장육부 중 비위(脾胃)를 가리켜 한 말이다. 사람이 태어난 뒤에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영양분을 비위(脾胃)를 통해 얻기 때문에 비위를 후천지본(後天之本)이라 한다)
사군자탕에 각종 약물이 조합 가미되면서 빈용 처방으로 전개되어 간다. 거담제(祛痰劑)인 진피나 반하가 가미되면서 이공산, 육군자탕으로 나아가고 사물탕이 가미되면 팔물탕, 십전대보탕으로 발전한다.
특징적인 약물의 가미에 따른 사군자탕의 발전 처방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도표를 보면서 살펴보도록 하자.
사군자탕에 목향, 곽향, 갈근이 가미되면 전씨백출산(錢氏白朮散)이 된다. 기허자에게 사용되는 사군자탕에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止瀉)효과가 있는 목향, 곽향, 갈근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허성 설사 증세가 있을 때 사용된다. 즉 전씨백출산이 단순히 설사에 좋은 처방이라고 외우는 것보다는 약물 조성을 이해하면 그 쓰임이 보다 명확해지는 것이다.
사군자탕에 산약, 연육, 의이인, 길경, 사인, 백편두가 들어가면 삼령백출산으로 설사에 자주 사용되는 처방이다. 전씨백출산과 삼령백출산 모두 사군자탕을 기본으로 하여 설사나 무른 변에 사용된다.
그렇다면 두 처방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삼령백출산은 인삼이 3돈, 전씨백출산은 인삼이 1돈이다. 삼령백출산은 보기제인 인삼이 3돈이나 들어 있기에 더 허증인 증상에 사용이 된다. 몸 전체의 기능이 떨어진 데다 대장기능도 약했을 때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전씨백출산은 몸 자체의 기능보다는 대장기능이 더 떨어졌을 때 사용한다. 삼령백출산은 허증에 사용되는 만큼 지사제(止瀉劑)가 전씨백출산보다 더 많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보정성 지사제인 산약이 들어 있는 것이다.
사군자탕은 기(血)를 보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여기에 혈(血)을 보(補)하는 대표적인 사물탕이 합방되면 팔물탕이 되고, 황기, 육계가 추가되면 십전대보탕이 되는 것이다.
사군자탕에서 이공산, 전씨이공산, 육군자탕 등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흥미롭다.
보기 처방인 사군자탕에 거담제인 소도제(消導劑)인 진피가 들어가면 이공산이 된다. 기허자가 소화가 잘 안될 때 사용한다. 이 정도로 부족하면 소도제인 목향이 추가되면 전씨이공산이 된다. 이 처방은 전신기능과 소화기능을 높여주고 소화기에 적체되어 있는 습담(濕痰: 체내 불필요한 수분)을 제거하여 소화불량이나 설사 등의 증세를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이공산에 목양이 아니라 반하가 추가되면 육군자탕이 된다. 반하는 대표적인 거담제로 담을 제거한다. 따라서 몸이 약한 기허자가 체내 습담이 많아서 생기는 식욕부진, 오심, 구토, 설사, 어지럼증 등에 좋다.
이공산에 기운을 잘 소통시키는 이기제(理氣劑)인 청피, 백지, 오약을 추가하면 팔미순기산이 된다. 보기시키면서 이기(理氣)시키기 때문에 소화불량이나 충격을 받아 소화장애가 나타나면서 뇌허혈 증상이 나타날 때 사용한다.
이렇게 처방의 발전 양상은 마치 나무가 뿌리에서부터 줄기 그리고 가지와 잎으로 펼쳐가듯이 기본 처방으로부터 여러 방향으로 나아간다. 기본 처방의 효능에다 추가되는 약물(본초)의 성질이 합쳐져서 발전된 처방이 나오는 것이다. 처방은 효능의 방향에 따른 맥락이 있다. 이를 잘 따라가면 훨씬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사군자탕에서 처방이 각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animation으로 나타냈습니다.
사군자탕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발전처방이 나타도록 하였습니다.